• 주간한국 : S&P.무디스, 엇갈린 한국경제전망 "누구말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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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0.29 11:23:00


  •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Moody’s). 미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이다. 그들의 말 한마디에 국가신용등급이 하루아침에 곤두박질해 해당국가가 발행한 채권이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로 전락하고 외자조달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지난해 말 국내경제가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도 S&P와 무디스가 일제히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려 한국경제는 치명상을 입었다.

    이처럼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두 기관이 우리나라의 경제상황과 전망에 대해 매우 상반된 평가를 내려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S&P 신용등급 올려줄 용의있다

    우선 S&P의 분석은 희망적이다. S&P는 최근 공식발표를 통해 기아자동차와 서울및 제일은행 매각이 연내에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발표는 미국의 포드사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압박용카드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으나, 아무튼 현대의 기아 인수가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S&P가 ‘조건’으로 내 건 기아처리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 서울과 제일은행 매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신용등급을 높이는데 필요한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지고 있다.

    재정경제부를 비롯한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이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적으로 “S&P가 드디어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국가신용등급이 ‘투자 적격’으로 올라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정부가 발행한 외화, 즉 달러로 표시된 채권의 신용등급은 BB+. BB+는 투자부적격등급의 최고단계를 의미한다. 원화표시채권의 신용등급은 BBB+(투자적격)이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은 원화표시채권의 등급은 무시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도는 여전히 투자부적격인 셈이다.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으로 올라설 경우, 국내경제는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된다. 정부와 금융기관, 기업들이 필요한 달러를 쉽게 조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금리도 한층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또 외국인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직접투자를 하거나 주식과 채권을 살 수 있게 돼 외환시장은 물론 국내금융시장 전반이 안정기조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은 일단 배제되고 경제회생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무디스,“아직은 안된다”

    무디스의 분석은 이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기업부도율이 여전히 위험수준이고 부실채권규모가 정부의 추산치 보다 훨씬 클 뿐 아니라 은행의 인원감축도 매우 어려워 신용등급을 높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무디스 평가의 핵심. 금융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안정적인 투자대상국으로 권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재경부는 무디스 보고서에 대해 매우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투자적격’을 향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와중에 무디스의 보고서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례적으로 정면대응하고 있다.

    재경부는 무디스에 항의서한까지 보내 “이번 보고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64조원의 공적자금을 금융권에 지원하는 등의 구조조정노력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현장확인을 위해 무디스 관계자를 초청키로 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번 정한 국가신용등급을 좀체로 바꾸지 않는 것이 그들의 속성. 무디스는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금융시스템 복원해야 신용등급 향상

    그렇다면 S&P와 무디스 중 누구말이 맞을까.“둘 다 맞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S&P는 한국정부의 구조조정 노력을 인정하고 경상수지 개선과 외환보유고 확충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들어 앞으로의 신용전망을 ‘안정적’(STABLE)으로 평가했다.‘안정적’은 ‘투자적격’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반면 구조조정이 느리게 진전되고 금융경색이 계속되고 있어 당장은 신용등급을 높여줄 수 없다고 시사하고 있다.

    S&P와 무디스는 공통적으로 금융부문에 대해 근심어린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무디스도 S&P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부분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실을 돌아봐도 무디스의 지적은 지나치지 않다. 정부는 내년상반기까지 64조원의 재정자금을 금융기관 부실채권매입과 증자지원 등에 쏟아붓기로 하고, 이미 절반 이상을 투입했지만 기업과 가계가 체감하는 금융경색현상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기업의 추가부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자금을 대출하기 보다는 고수익 채권에 투자하는 등의 엉뚱한 돈놀이행태가 여전하고, 이때문에 5대재벌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들의 자금난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또 중소기업과 일반인이 넘볼 수 없는 우대금리는 한자리수로 떨어지고 있지만, 은행창구에서 실제로 요구하는 금리는 연15~20%의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기업의 발전가능성과 기술력은 외면한 채 무조건 담보만을 요구하고 있는 은행권의 일탈된 관행에 대한 S&P와 무디스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무디스 보고서는 1차금융구조조정이 일단락된 9월말 이전에 작성됐기 때문에 허구”라는 정부의 반박은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오고 있다.

    결국 S&P와 무디스의 시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금융시스템을 외환위기 이전수준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갚을 능력만 있으면 은행에서 쉽게 빌리고 금리가 내려가야만 신용등급이 올라가고 경제회생도 기대할 수 있다.

    김동영·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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