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비행기가 새를 만나면 '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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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0.28 14:52:00


  • 새와 항공기. 닮은 꼴이지만 하늘에서는 서로 원수다.

    항공기들이 새떼와의 전쟁을 벌이고있다. 새 한마리가 항공기의 엔진으로 빨려들어갈 경우 엔진을 파괴시켜 엄청난 재산상의 피해를 준다. 또 새가 항공기와 충돌할 경우 항공기의 안전운항에도 큰 위협이 된다.

    따라서 조종사들에게 새떼는 무서운 존재다. 새들이 엔진에 빨려들어가 냉각날개와 덮개를 파손, 화재를 일으키거나 조종석 유리창에 부딪쳐 조종사가 실신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충돌로 인한 연 손실액 200~300억원

    보잉747이나 에어버스 300 등 대형항공기의 경우는 꿩정도 크기의 새가 단 한마리만 엔진속에 들어가도 최소한 100만달러 이상의 수리비가 든다. 참새같은 작은 새는 거의 피해를 주지않는다.

    항공기 110대를 보유하고있는 대한항공은 96년에 조류충돌로 275만달러를 수리비로 지불했다. 96년 11월에는 미국 뉴욕공항에서 단 한건의 조류충돌로 200만달러를 부담해야했다. 44대의 항공기를 갖고있는 아시아나항공도 매년 새들로 인해 34만달러 안팎을 지출하고있다. 대한항공은 대형기종이 많아 피해가 크다. 조류충돌로 인한 피해는 물론 외부요인에 의한 기체손상에 해당돼 보험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수리에 따른 항공기 운항중단 등 손실이 적지 않다.

    조류충돌사고는 우리나라 각 공항에서 96년 23건, 97년 39건, 올해 34건이 발생했다. 항공사들은 충돌사고로인해 연 200~300억원의 피해가 나고있다고 말한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국립 자연보호구역 인근에 있는 케네디공항도 새로인한 항공기 피해가 많은 공항으로 유명하다. 95년에는 콩코드기의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가 500만달러짜리 엔진이 타버렸다. 매년 새 때문에 발생하는 재산상의 손실은 미국 공항에서만 2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거위 한마리에 미국 조기경보기 추락

    1.8㎏의 새가 시속 960㎞의 항공기와 부딪치면 64톤 중량의 충격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다. 95년 9월 미국 알래스카 엘멘돌프공항에서 이륙하던 미공군의 최첨단 조기경보기(AWACS)가 거위 한마리 때문에 추락, 승무원 22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94년 11월 제주공항을 이륙한 대한항공 326편기(A300)의 1번엔진에 꿩 한마리가 빨려들어가 불이 났으나 조종사가 침착하게 회항, 대형사고를 모면했다. 승객들은 비행기 착륙때까지 10여분간 불안에 시달려야했고 항공사도 엔진파손 등으로 40억원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은 온도상승으로 조류활동이 증가하거나 해조류 활동이 많은 강변이나 해변과 인접한 공항 등이 취약지구다. 우리나라의 경우 김포 강릉 속초 포항 부산 제주 사천 여수 등 대부분의 공항이 이에 해당한다.





    퇴치에 안간힘, 미국선 ‘매’ 이용하기도

    새들을 쫓기위해 한국공항공단은 폭음을 내는 발사기와 경보기를 공항 이 착륙장 주변에 설치하고 항공방제를 통해 새들의 서식지를 아예 없애 버리는 작업도 벌여왔다. 그러나 새들이 기계적인 폭음소리에 내성이 생겨 달아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엽총 등으로 새를 위협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근본적인 대책마련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폭음으로 새의 청각을 자극해 쫓는 방법이 가장 흔한 방법이다. 김포국제공항의 경우 폭음기 28대, 경보기 30대 등이 설치돼있다. 그러나 이것도 새들에게 익숙해져 큰 효과가 없을 때에는 직원들이 엽총과 공기총을 들고 새사냥에 나선다. 물론 일일이 경찰로부터 포획허가를 받아야한다.

    특히 백로나 왜가리 등은 사냥하지 않고 쫓기만 한다. 올해의 경우 8월까지 포획한 새가 424마리에 이른다. 포획한 새의 종류는 종다리 까치 중백로 꿩 등 10여종이다. 한국공항공단 항역관리부 관계자는 “아침부터 6시부터 직원들이 공항지역을 순찰한다” 며 “한 두마리일 경우는 폭음기를 쏘고 새가 많을 경우에는 엽총을 쏜다” 고 말했다.

    서식지에 대한 방제작업도 새를 쫓는 방법중의 하나다.

    한국공항공단은 지난달 22일 김포공항 활주로 주변 녹지대에 서식하며 조류의 먹이가 되는 곤충을 없애기위해 항공방제를 실시했다. 240헥타르에 달하는 활주로 주변 녹지대를 헬기 2대가 1시간 30여분동안 총 18회를 비행하며 살충제를 살포했다. 살충제살포는 항공기 운항이 적은 오전 6시부터 7시사이에 주로 이루어지며 통상 한해에 4번 정도 실시된다.

    특히 가을철은 조류퇴치 활동이 활발한 때다. 벼베기가 끝난 뒤 공항부근의 농경지에 먹이가 없어지면 새들이 공항 녹지대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5월에서 10월까지 조류 집중도래기에는 아예 트랙터 등으로 서식지를 제거한다. 차량을 이용해 조류퇴치약재를 살포하는 방법도 검토되고있다. 한국공항공단은 조류퇴치를 위해 조류학계 항공사 등과 함께 조류충돌방지대책협의회도 구성, 운영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은 새떼를 쫓기위해 매를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뉴욕 공항당국은 매를 투입한 결과 조류충돌사고가 절반이하로 격감했다고 밝히고있다. 매가 한번 출동하면 반경6㎞ 이내의 잡새들이 모두 달아나고 매가 없어진 뒤에도 이틀이상 얼씬하지 않는다고 한다.





    조종사들, 세떼들의 위협에 항상 긴장

    “새는 어떤 물체와 마주치면 하강하는 습성이 있으므로 새와 만나면 항공기를 상승시켜라. 새떼가 많은 공항에 접근할때는 활주로 접근 각도를 크게 하여 저공비행시간을 단축하라. 일몰 일출시에는 태양을 정면으로 향한 이착륙을 회피하라.”

    대한항공이 운항승무실장 명의로 조종사를 비롯한 항공기 전승무원들에게 배포한 항공기안전지시사항의 일부다.

    새떼들의 ‘위협’ 때문에 조종사들도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따라서 각 항공사들은 조종사들에게 새때에 대처하는 처방을 늘상 주지시키고있다.

    우선 이륙할때 조류가 엔진에 충돌·흡입되면 이륙을 중단하고 엔진을 점검해야한다. 그러나 이륙을 계속해야할 상황이면 조류충돌로 새가 들어온 엔진을 재확인하고 이후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것이다.

    또 창문에 조류가 충돌했을 경우 깨지거나 금이 갔는지를 점검하고 깨졌으면 항공기 속도를 늦추고 파손에 대비, 눈을 보호하는 선글라스와 먼지를 막을 수 있는 보호안경 등을 착용해야한다.



    조재우·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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