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건교부, KAL에 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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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0.21 14:43:00


  • 건설교통부가 10월9일 한국의 대표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에 대해 칼을 빼들어 항공업계를 긴장시키고있다.

    8월이후 잦은 항공기사고로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던 대한항공에 대해 건설교통부가 국내선 대부분의 노선에 대해 6개월간 노선감축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대한항공의 국내간선노선 운항편수를 면허기준으로 20% 감축키로 하고 대한항공의 25개 국내노선 주 933편 중 하루 3편 이하 노선과 대한항공의 단독노선을 제외한 서울-부산 등 10개 간선노선 138편(1일 평균 20편)의 운항을 10월25일부터 내년 4월24일까지 감축키로 한 것이다. 이는 대한항공의 전체 국내선 운항편수의 14.8%에 달하는 것이다.





    “대형참사 막기 위해 중징계 불가피”

    이것 뿐만이 아니다. 건교부는 대한항공의 국제선 노선 중 여객기 활주로 이탈사고를 냈던 서울-도쿄 노선을 내년에 주 2편 감편조치하고 대한항공에 대해 특별점검과 종합안전진단을 벌이기로 했다. 대규모 항공참사를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건교부가 93년 7월 목포공항에서 대규모 참사를 낸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3개월간 서울-목포 노선면허를 정지한 적은 있지만 국내선 영업을 6개월간이나 정지토록 한 것은 국내 항공사상 처음이다.

    대한항공은 건교부의 조치를 창사이래 최대의 충격으로 받아들이고있다. 조중훈 대한항공회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김종필 총리와 이정무 건설교통부장관을 방문했을 정도다.

    건교부가 이같이 강력하고 전례없는 조치를 취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대한항공이 8월 김포공항에서 B-747 여객기 활주로 이탈사고를 내는 등 8월부터 지금까지만 총 7건의 준사고와 기체고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 조치이후에도 10월14일 또 한건의 사고를 냈다.

    다른 한편으로는 건교부가 연이은 항공사고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의미도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조치는 건교부가 대한항공에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형평성시비를 낳기도했다. 건교부가 물론 이를 모를리가 없다. 사실 건교부는 인명피해가 없는 준사고에 대해서는 조종사나 정비기사 등 관련종사자에 대한 행정처분만을 내려왔고 해당항공사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편이었다. 대외적인 이미지를 추락시킬 경우 국익을 손상할 뿐아니라 우리 국적 항공사가 세계적인 규모로 커가는데 혹시나 방해가 되지나 않을까하는 걱정때문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불안감이 계속 증폭되는데다 특히 항공사고 근절책을 강구하라는 여론의 질타에 대해 그냥 넘어가기가 어려웠고 건교부의 감독책임문제까지 대두되기 시작했다.

    건교부 이우종(李宇鍾) 항공안전과장은 “대한항공이 올들어 낸 사고는 대부분 준사고이며 사고건수도 예년에 비해 크게 높은 편은 아니지만 대형참사를 막기 위해 중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 조직개편에 나설 듯

    이번 징계로 대한항공이 안게될 매출손실, 대외이미지 실추 등 직간접적인 피해는 예상보다 심각하다. 이 조치로 인해 대한항공은 6개월간 400억원 이상의 매출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견디기 힘든 것은 탄탄대로를 걸어왔던 대한항공의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는 것이다. 또 대한항공은 운항감축에 따른 정비인력 및 조종사의 인건비 손실뿐아니라 멀쩡한 항공기를 공항에 세워두어야한다. 그러다 보니 대한항공의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 뒤에 ‘실세’ 가 있어 이같은 강경조치가 나왔다는 등의 근거없는 설이 나오기도 한다.

    아무튼 파장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건교부는 형평성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해 앞으로도 아시아나항공이 유사한 사고를 낼 경우도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도 대한항공의 추락을 보면서 웃고 있을수만 없게 됐다. 언제 자신의 목에도 칼이 들어올지 몰라 바짝 긴장하고 있다.

    건교부의 징계조치가 발동된 직후인 15일부터 대한항공은 안전운항을 위해 총 1,500억원을 들여 현재 보유중인 항공기 전체 112대를 대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기종별로 전면적인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은 일단 올해말까지 국내선 투입기종인 A300-600, MD-80, F100 기종 항공기를 우선점검키로 하고 내년에는 국제선 투입기종들까지 점검대상을 확대키로했다. 390억원을 들여 B747-400과 A330기 모의비행장치(시뮬레이터)를 추가 도입하는 등 운항교육과정과 승무원 훈련제도를 대폭 개선하는 한편 착륙·접근 단계에서 지상충돌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집중훈련프로그램을 도입키로했다. 주목할 것은 대한항공이 강력한 종합안전체제를 구축하기위해 사내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방침이라는 점이다.



    꼬리무는 사고 "원인은 내부에..."

    건교부의 조치와 대한항공의 종합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대한항공 여객기만 계속 사고가 나는 것일까” 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고가 날때마다 대한항공이나 건설교통부 관계자들도 기상악화 기체결함 착륙기어고장 등의 구체적인 원인을 들이대지만 사고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데 대해서는 모두 묵묵부답이다. 따라서 사고원인에 대한 억측이 난무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잡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고있다.

    따라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원인이 아닌 조직내부에 어떤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러나 항공 전문가들조차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명쾌한 답을 하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물론 직접적인 원인은 기체결함, 정비불량, 조종사실수, 기상악화 등이 하나 혹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단지 이중 어떤 요인이 더욱 직접적이고 중요한 변수로 작용을 했냐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또 왜 갑자기 정비가 불량해지고 조종사가 실수를 하게됐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의 정비파트에 ‘변형근로제’ 가 도입된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지적하기도 하고 그간의 ‘정리해고’ 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고도 말한다. 그러다보니 직원들이 불안감을 느끼거나 일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다보니 정비에 구멍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조종사들도 회사에 대해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한항공 사고기 블랙박스 음성녹음을 들어본 건설교통부의 한 직원은 “대화 내용의 주종이 경영진과 회사에 대한 성토였다” 고 말했다.

    항공전문가들은 대한항공 조직 운영상에 문제점이 있고 이 때문에 사고가 연발한다는데 어느정도 의견을 같이하고있다. 곧 조직의 의사소통의 흐름에 왜곡이 있고 이로인해 ‘바른 소리’ 가 경영진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기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조재우·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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