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브라질 경제 "수렁에 빠지다"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0.22 11:36:00


  • 미국의 앞마당인 남미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특히 러시아 부도사태 이후 국제금융계의 이목은 온통 브라질에 집중돼있다.

    이달 초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 합동 연례총회에서 선진국들은 불안한 세계 금융시장을 진정시킬 갖가지 해법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단 한가지 국가부도 직전에 있는 브라질을 살려야 한다는데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단기투자자본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금융체제 논의도 좋지만 남미국가 연쇄 부도위기를 야기할지도 모르는 브라질 경제위기가 발등의 불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남미 최대경제국인 브라질이 파산할 경우, 세계경제의 마지막 보루 미국이 치명타를 입게되고 이는 세계경제 파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총생산(GDP)의 7%에 이르는 재정적자에 허덕이던 브라질은 최근 세계 금융위기의 태풍 앞에 힘없이 무너져가고 있다. 아시아, 러시아에 이어 남미 등 개도국 전체에 대한 투자불신에 빠진 국제자본이 물밀듯 빠져나가면서 700억달러의 브라질 외환보유고는 한달새 450억달러로 줄어들었다.





    미국 “파산 막자” 300억달러 제공

    브라질 정부가 외자를 붙들고 자국 통화인 헤알화를 떠받치기 위해 취해온 고금리정책이 신용경색을 야기, 기업도산이 줄을 잇고 실업률만 높아지고 있다. 상파울루 주가는 지난해 7월에 비해 절반으로 폭락했다.

    이대로 가다간 국가파산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했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10월초 IMF는 물론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이사회 의장은 채권은행에 대해 브라질에 대한 채권손실을 일정부분 떠안으라고 촉구하는 한편 국제사회로부터 부랴부랴 3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마련, 브라질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엄격한 경제개혁 조건을 달아 아시아에 구제금융을 제공했던 지난 해와는 판이한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세계 경제위기는 금융신뢰의 위기이며 브라질이 그 마지노선이라고 말한다.

    미국은행들의 남미에 대한 대출액은 6월말 현재 대외 총 대출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739억9,000만달러.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 대한 대출 40억달러보다 20여배가 많은 규모다. 특히 브라질에 대한 대출은 256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시티은행의 윌리암 로즈 부회장은 “개도국시장의 신뢰도 측면에서 브라질이 무너지면 루비콘강을 건너는 것” 이라고 말했다.

    중남미 국가들이 90~97년 발행한 채권은 같은 기간 신흥시장 전체 물량의 45%인 2,000억달러에 달해 총 외채가 6,87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브라질이 쓰러지면 아르헨티나가 무너지고 칠레, 멕시코도 안심할 수 없다. 중남미 경제는 지난 연초부터 원유 등 원자재가격 하락, 아시아 위기로 인한 수출감소 등의 타격을 받는 바람에 재정적자 확대, 실업률 증가, 국영기업 민영화 중단 등의 현상을 빚고있다.





    중남미시장 전체에 엄청난 파장

    미 시티코프 은행의 남미담당 수석 경제학자 조 페트리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대외지불 유예)선언으로 국가부도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고 표현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는 러시아가 루블표시 채권에 이어 외화표시 채권까지 ‘디폴트’ (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경우, 올해 국제금융시장에서 불이행된 채권액은 이미 1,250억달러에 이른다고 말한다.

    지난 8월 러시아가 400억달러의 단기국채에 대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했고 9월 우크라이나가 16억달러의 국채를 상환하지 못했다. 12월 6일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휴고 샤베즈 후보는 1억2,800만달러의 국내부채 상환을 이행하지 못한데 이어 외환위기 타개를 위해 220억달러의 외채에 대해 모라토리엄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급해진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주변 경제위기의 전염을 막기 위해 사태가 악화하기 전에 IMF가 위기에 처한 국가에게 구제금융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행히 미 의회가 6일 미국의 180억달러 IMF 추가증자에 합의함으로써 IMF 회원국으로부터 720억달러 가량의 IMF 출연을 기대할 수 있게됐다. 아시아, 러시아에 대한 지원으로 자금이 고갈됐던 IMF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또한 일본도 국내 경기부양에 적극 나서고 있고 유럽도 미국의 금리인하에 공조를 취할 기미를 보이고 있어 세계경제성장의 숨통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브라질의 재정적자는 점점 불어 GDP의 8%에 육박하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브라질 헤알화가 15% 고평가돼 있어 투기세력의 표적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브라질 정부는 평가절하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정부가 외환유출로 평가절하 압력을 받아 헤알화를 절하할 경우, 달러표시 부채상환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 경제상황은 더욱 벼랑끝으로 몰릴 것이라고 보고있다. 외국자본의 이탈이 더욱 가속화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과감한 재정적자 감축만이 유일한 돌파구

    더우기 브라질은 이미 헤알화 방어를 위해 50%까지 금리를 올렸기 때문에 추가로 부담해야할 이자액은 매달 27억달러나 된다. 결국 엔리케 카르도수 브라질 대통령의 유일한 돌파구는 과감한 재정적자 감축이다. 지난 4일 재선에 성공한 여력을 모아 카르도수는 세금인상과 세출축소를 통해 재정적자를 1년내에 3%까지 끌어내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카르도수는 또 지난 4년동안 추진해온 국영기업의 민영화 작업을 지속, 외자를 유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재정적자의 주 원인인 비대한 정부조직과 방만한 연금체계를 뜯어고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카르도수는 일단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국가부도를 면하면서 경제개혁에 매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국제사회는 지난 4년의 재임기간 동안 브라질 최대의 고질병인 인플레를 잡고 경제개혁을 꾸준히 추진해 온 카르도수에게 한가닥 희망을 걸고있다.

    하여튼 세계경제 최후의 안전판인 미국 경제가 연계된 만큼 남미 위기는 이전의 개도국 위기와는 그 파장의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우려다.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