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영화] '네고시에이터' 목숨 건 협상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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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0.29 11:25:00


  • 꼭 무역이나 외교, 전쟁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냉정하게 보면 세상사, 인간관계가 모두 ‘협상’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약속에 의해 유지된다. 협상은 바로 그‘약속’을 만들고, 지키는 과정이다. 그것이 깨진다면 타인과의 관계는 존재할 수 없다.

    시카고 경찰청의 흑인 형사 대니(샤무엘 잭슨)에게는 몇가지 원칙이 있다. 협상전문경찰인 그가 인질범들과 협상을 벌일 때는 절대로 상대를 흥분시키지 않는다. 범인과 대화를 할수 있는 것이라면 아무리 혐오하고 싫어해도 그에게 동조해 동류의식을 갖게 한다. 그리고 겁먹지 않는 자세. 다혈질인 그는 이같은 원칙으로 무수한 인질들의 생명을 구하며 최고의 협상전문가가 됐다.

    ‘네고시에이터’는 인질협상이 얼마나 아슬아슬한지, 대니가 얼마나 노련하고 유능한 경찰인지를 먼저 보여준다. 경찰영화의 전형적인 전개방식이다. 그래 놓고는 상황을 뒤집는다. 물론 그 이유도 경찰영화답게 범죄와 관련된 것이다. 경찰내부의 장애인기금을 횡령한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비밀리에 추적하던 대니의 파트너가 살해 당한다. 꼼짝달싹 할수도 없게 조작된 상황이 그를 범인으로 몰아간다. 자신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가장 의심이 가는 내사과 동료와 그의 비서, 정보원을 잡고 인질극을 벌인다. ‘마지막은 가장 자신있는 것을 선택하라’는 원칙으로.

    대니는 자신의 상대자로 다른 지역의 협상전문가인 세비안(케빈 스페이시)을 지목한다. 그 역시 최고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러나 대니와 정반대 성격. 논리적이고 냉정하며 치밀하다. 주변에는 협상보다는 무력진압으로 순쉽게 사건을 해결하려는 서장과 진짜 범인, 지휘권을 넘겨받아 공을 세우려는 FBI가 있다. 버디무비에서 따온 인물구도다. 인질로 잡힌 동료를 협박하며, 한편으로는 세비안과 협상을 벌이며 대니는 사건의 진실을 조금씩 접근해 간다.

    두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계속된다. 세비안은 “왜 나를 파트너로 선택했느냐”고 묻자, 대니는 “누구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 나는 어떻게 믿을수 있냐”고 반문하는 세비안. 그의 말처럼 대니도, 관객도 좀처럼 알 수가 없다. 그가 과연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영화는 조급함으로 두어차례 무력진압을 벌이는 경찰과 대니의 공방으로 답답한 긴장을 액션과 스릴로 풀어주면서, 세비안의 태도가 결정할 반전에 반전을 기다린다.

    첫 반전은 협상과정에서 대니의 결백을 알게 된 세비안이 그의 편으로 돌아서 범인 찾기에 나서는 것.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두번째 반전이 기다린다. 바로 세비안과 대니가 합작해 가짜 살인극을 벌여 범인의 실체를 밝히는 것. 끝까지 심리전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결말을 모르게 했다는 점에서 ‘유주얼 서스펙트’를 닮았고, 경찰내부의 범죄를 상반된 인물이 결국 우정으로 결합해 해결하는 것은 ‘LA컨피덴셜’을 닮았다. 그러나 사건의 팽팽한 긴장과 반전에 비해 드러난 진상과 결말이 너무나 작고 상투적이어서 갑자기 맥이 빠진다.

    이런 영화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3가지. 탄탄한 시나리오, 배우의 연기, 그리고 긴장을 풀고 조이는 리드미컬한 연출이다. ‘네고시에이터’는 운이 좋았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제임스 드 모나코와 케빈 폭스가 각본으로 옮겼고, 모델이 된 ‘유주얼 서스펙트’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케빈 스페이시가 있었다.‘셋 잇 오프’로 데뷔한 겨우 28살인 게리 그레이 감독의 감정을 다루는 연출솜씨도 놀랍다.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다.

    /김민지·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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