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방송] 케이블TV 생존 몸부림 "이대로 놔둘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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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0.29 15:08:00


  • “오죽하면 법을 어기겠느냐. 선택한 장르를 마음 편하게 방송하고 싶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잃기 직전인데 우선 살고 봐야 하지 않느냐”(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업체·PP)

    “혼란스러우면 모두가 공멸한다. 냉정을 찾아야 한다”(한국종합유선방송위원회, 케이블TV방송협회, 문화관광부)

    벼랑끝에 몰린 케이블TV 업계의 생존 몸부림과 이를 막으려는 관계기관의 움직임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각 채널의‘돈벌이 프로그램’. IMF의 골이 깊어져가던 6월께부터 PP마다 슬그머니 상품판매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시작했다. 상품의 특징이나 정보를 내보내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통신판매회사에 방송시간을 내주고 송출료를 받는 계약을 한 광고성 프로그램이다. 유선방송법의 광고방송 관련규정과 전파를 임대할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배한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종합유선방송위원회가 가만히 있을리 없다. 위원회는 23일 심의소위원회를 열어 CTN Q채널 마이TV 다솜방송등 4개 채널의 4개 프로그램에 ‘즉각 방송중단’이라는 초강수의 제재를 내렸다. HBS 동아TV등 2개 채널의 2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추후 방송중단을 명령할 계획이다. 방송중단 명령을 어길 경우에는 유선방송법상 방송사 책임자가 1년 이하의 징역을 살거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PP들은 “벌금을 내더라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모 종교방송까지 유사한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위해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판매프로는 편당 매월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을 벌어주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직원의 수가 50명 안팎인 경우에는 프로그램 하나로 모두의 월급이 해결되는 셈이다. 뿌리치기에는 너무나 달콤한 유혹이다.

    일이 이쯤 되자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최종수)마저 회원사들을 만류하기에 나섰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케이블TV의 특성은 전문성이다. 각 채널의 장르가 혼합될 경우 시청자가 외면할 것이고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모두가 망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미국의 케이블TV가 성공한 것은 그 전문성에 있다. 그러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PP사가 그 말에 얼마나 귀를 기울일지는 알 수 없다. 자유경쟁의 원리에 입각해 패배를 인정하기도 억울하다. 처음부터 잘못된 방송정책의 희생양이라는 인식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해결의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여론이다. 애당초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정책때문에 케이블TV가 고사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면 정부가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종 규제와 제한의 철폐, PP사간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등은 업계 스스로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관계 당국은 업계의 처절한 분위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요즘 PP사들이 목을 빼고 기다리는 것은 문화관광부의 PP 장르조정. 이미 한 차례 연기돼 이달 31일로 다시 잡혔던 장르조정은 다음달로 또 미뤄졌다. 국정감사등으로 문화관광부가 너무 바쁜 것이 이유다. 이미 건강과 의료를 제외한 다른 장르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방침이 다 알려졌다. 어차피 PP의 요구를 거의 들어주지 못할 것이면서 왜 변경신청을 받았는지, 결과가 뻔한데 발표를 질질 끄는지 모르겠다고 업계는 거칠게 불만을 토로한다.

    최근 당정합의사항으로 발표된 지역유선방송의 케이블TV지역방송국(SO)화 방안도 그렇다. 난시청 지역에 설치된 지역유선방송에 연차적으로 케이블TV 프로그램의 방송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케이블TV의 시청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역유선방송이 취급할 수 있는 채널 수를 20개로 제한한 것이 PP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현재 케이블TV 채널만 29개. 기존의 지상파는 물론 앞으로 위성방송까지 가세하면 지역유선방송이 케이블TV 프로그램을 방영할 여유가 없다. 결국 케이블TV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생색내기 정책이라는 것이다.

    권오현·문화과학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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