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가요] "임재범의 음악엔 절제의 매력이 있다"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0.14 14:49:00


  • 촛불 하나 켜둔 어두운 녹음실, 그리고 향을 피워 놓은 주술적 분위기. 가수 임재범(33)은 이런 녹음실에서 한 번의 녹음, 원 테이크로 11곡의 음반을 완성했다. 그리고 아무 말없이 어디론가 떠났다.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외부와 연락을 끊어버렸다.

    한 때 ‘한국의 마이클 볼튼’으로 불렸던 임재범이 3집을 냈다. 86년 시나위의 멤버로 데뷔했고, 이후 외인부대와 아시아나에서 록커의 명성을 다졌던 그이다. 90년 그가 솔로로 데뷔하면서 내놓은 ‘이 밤이 지나면’은 여성팬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한국의 마이클 볼튼’이라는 말도 이 때 나온 말이다. 그러나 ‘남성적’이란 말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공연히 폼을 잡는 마이클 볼튼과 마찬가지로 당시 그의 보컬은 지나치게 남성성을 강조했다. 더욱이 그같은 상업적 록발라드에 골수팬들은 실망감을 표했다. 대중가수로 변신한 록가수들이 흔히 겪는 일이다. 그러나 임재범은 록을 버리고 인기를 택하기엔 너무나 자의식이 강했다. 두문불출. 지난해 2집으로 낸 앨범 ‘그대는 어디에’는 그간의 고민을 반영하듯 어두움 일색이었다. 그러나 대중도 놓치고, 음악적으로 별반 주목 받지 못했다.

    ‘고해‘를 타이틀로 내놓은 3집은 이전의 경우와는 다르다. 역시 그 사이 외부와 연락을 끊고 지냈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음악적으로 한결 성숙해진 느낌이다. 남성적 보컬에 절제의 매력이 더해졌다.

    채정은이 가사를 쓴 고해의 첫부분을 들어보자. ‘제게 있어 그녀는 단 하나의 갈망임을 용서하소서/ 제게 있어 그녀는 아침이며 제게 있어 그녀는 생명임을 용서하소서/제 자리가 아님을 알며 감히 그녀를 탐함을 용서하시고/그래도 후회않음을 용서하소서’ 이런 감상적 가사를 임재범은 다소 거만하지만 매력있는 말투로 내레이션을 했다. 그리고 프로그레시브 사운드가 이어진다. 가스펠적 요소를 발라드에 결합한 장치가 유치하지 않은 사랑노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음반은 철저히 하드 록과 프로그레시브 록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그렇게 난해하지는 않다. 이번에도 대중들과 멀어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의 반영인 듯하다. 작곡은 임재범과 송재준이 전곡을 함께 했고, 한글가사는 채정은, 영어가사는 재미교포 가수로 노래잘하기로 소문난 박정현(Lena Park)이 썼다.

    ‘알콜’ ‘진혼’은 우리말 가사지만 음반에 수록된 나머지 8곡은 모두 영어가사이다. “특정한 모티브를 지키기 위해 영어로 가사를 썼다”는 설명인데 과연 영어가사를 대중이 무난히 소화할 수 있을 지는 의문.

    록으로의 회귀를 보여주는 ‘애틀란티스’ ‘엑소더스’ ‘레무리아’중 특히 애틀란티스는 로니 제임스 디오의 전성기 보컬을 연상케 한다는 평이다. 아라비아 사운드의 인트로 역시 그가 다양한 장르에 빠져 있음을 입증해 주는 대목. 모던 록 스타일의 ‘알콜’ ‘아담’, 프로그레시브한 분위기의 ‘진혼’등 다양한 사운드는 임재범 3집의 매력 중의 매력이다.

    그러나 외부한 단절한 채 특별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일은 고립의 위험에 빠지기 쉽다. 대중적 인기를 누리다가 명상적, 혹은 대안적 음악을 하겠다며 변신한 미국의 인기가수 프린스가 대중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한 발을 대중과 묶어 놓은 채 날아오르는 일은 대중가수들에게 쉽지 않다. 과연 임재범은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박은주· 문화과학부기자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