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웃으며 삽시다] 어려운 세상살이, 웃음으로 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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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1.11 13:32:00


  • 세상 살기 피곤한 1년이었다. 작년 이맘때 느닷없이(?) 시작된 환란(換亂)에 이어 닥친 IMF는 정말 크나큰 충격이었음에 틀림없었으니까. 고실업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저성장 속에서 퇴출당할까 내내 불안해했던 1년. 웃음이 그리운 1년이었다. 얼어붙은 우리 가슴을 녹이고 가정 직장 사회까지도 따스하게 할 웃음이… 우울함 속에, 웃음이 그리워, 우리는 웃음을 만들어냈다. 엉뚱이‘사오정’시리즈도 만들어내고, 컴퓨터 속 사이버공간에 ‘딴지일보’라는 패러디 사이트도 올렸다. TV속 황수관 서세원 김국진 이창명이 만들어낸 웃음도 그냥 지나칠 수 없으리라. ‘세풍’‘총풍’으로 혼돈의 세상을 더 어지럽게 했던 우리 정치인들도 우리에게 ‘냉소’를 안겨 준 웃음의 조역들이었다. 멀리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르윈스키 스캔들로 만들어낸 무수한‘실소’들도 우리 양 어깨를 짓누르던 그 많던 스트레스를 털어버린 웃음이었다.





    ‘왜 하필이면 우리나라가!’ ‘누구때문에…’

    작년말 IMF 충격에 처음 맞닥뜨렸을 때 우리가 보인 반응은 바로 현실에 대한 ‘부정’(否定)이었다. 앞만 보며 달려온 우리에게 이제까지 우리가 이룩한 일은 잘못된 것이니, 살아가는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IMF의 통고는 당연히 우리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우리는, 주어진 현실을 부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이 분노와 부정의 심정을‘웃음’을 통해 멋있게 포장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답답한 기분을 풀고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만들어낸 웃음이었다. 어쩌면‘웃음에서 우리는 언제나 이웃을 모욕하고, 결과적으로 교정하려는 의도를 발견한다’는 ‘베르그송’의 말처럼 웃음을 통해 우리는 우리 사회에 교정적(矯正的) 형벌을 가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냉소주의 만연한 우리사회 자화상 ‘사오정’

    이 와중에 ‘사오정’이 탄생했다. ‘뭐라고(高)’와 ‘뭐라카대(大)’를 나와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면서 ‘다시말해 바’를 즐겨먹고 ‘안들려 요’를 깔고 자는‘엉뚱한 놈’사오정. 그가 출생한 것은 90년. 허영만 원작의 우리 만화영화‘날아라 슈퍼보드’가 그의 출생지다. (서유기의 사오정을 떠올리면 안된다.)

    8년 동안 눈길을 끌지못한 채 빌빌 대던 사오정이, IMF라는 두려운 현실에 직시하고 싶지 않은 우리의 마음과 갑자기 맞아 떨어지면서, 하루아침에 뜨기 시작했다.

    사오정은 개인과 개인, 조직과 조직의 신뢰가 깨어진, 냉소주의가 만연한 우리사회를 반영한 산물이었다.

    우선 사오정은 바보였다. 과거에 대한 지나친 반성이 우리 사회에 사오정이라는 미성숙아를 각광받게 한 것이다.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 자꾸만 과거를, 추억을 돌아보며,‘그때 그시절을 아십니까’류의 복고형 상품이 각광받는 사회에서 은연중 우리사회는 사오정의 퇴행(退行)을 즐겼는지도 모른다.

    귀 잘 안들리는 사오정은 모든 분야에서 ‘관계상실’로 의사소통 제대로 안되는 우리사회의 모습이었다. 커뮤니케이션도 제대로 안되고, 돈도 제대로 흐르지 않는 모든게 막혀있어 답답한 바로 우리 사회의 모습을 투영했다.

    그러나 이‘엉뚱이’는 놀랍게도 PC통신 유머란(천리안엔 ‘사오정 방’이 따로 있을 정도)에 1만건 가까운 이야기를 덧씌우며, 우리사회의 화두가 됐다. 지금과 같은 난세엔 선문답만 일삼는 사오정 같은 인물이 오히려 현명한 인간이라는 것이다. 이 혼돈의 상태에 대해 명료한 답을 낼 수 없다면, 무엇무엇이 진리라고 사기치기 보다는 ‘나는 바보다’라고 내세우는 사오정식 처세술이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세태 꼬집는 유머에 시원한 카타르시스

    사오정 시리즈를 통해 우리가 얻었던 웃음이 실소라면 사이버 세계의‘딴지일보’는 명백한 냉소다. 그리고 이를통해 우리는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얻었다.

    딴지일보의 유머는 이제까지의 어느 유머보다 직설적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김데중 기명사미 김쫑필 이헤창처럼 이름마저도 누가 봐도 알 수 있게, 적나라하게 희화화한 딴지일보는 ‘비하인드 스토리’에 목말랐던 국민들의 호기심을 채우는 데 그만이었다. 시니컬한 딴지일보의 유머는 IMF 어려움 속에 무언가 보상받고 싶은 우리의 심리를 삐딱한 유머로 잘도 풀었다.‘조또 씨바 졸라 열라 욜라 쉐이 넘 뇬…’ 뭔가 뒤틀려, 욕하고 싶은 불만투성이 우리의 마음까지도 잘 읽어냈고, 그러면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세상’을 그리워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돈도 없고, 갈 데도, 놀 것도 마땅치 않은 IMF시대 우리들에게 최고의 현실도피 대상이자 레저는 뭐니뭐니해도 TV 였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신선한 웃음을 전달해준‘서세원의 좋은 세상 만들기’(SBS TV). 노인의 걸러내지 않은 표정과 언어는 IMF터널을 뚫고 나가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활력소가 됐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웃음은 TV 특유의 연출된 분위기에서 나온 웃음이 아니었다. 자연스런 그들의 웃음은 IMF 통제속 우리를 잠시동안이나마 억압에서 벗어나게 하는 편안한 웃음이었다.





    웃음, 스트레스 날리고 혈압 떨어뜨리는 보약

    세계화 국제화 해야 한다며 늘 세련돼야 함을 강요받아오다 IMF로 일순간 와르르 무너진 우리를 뒤돌아보며, 우리의 실제모습은 연출된 모습이 아니라 바로 저 할아버지같은 자연스런 모습이어야 함을 깨닫는 데서 온 흐뭇함이었는지 모른다.

    이외에도 ‘기쁜 우리 토요일_영 파워 가슴을 열어라’(SBS)‘행복을 만들어 드립니다’(KBS)‘그대 그리고 나’(MBC) 등 우리의 가정을 화목하게 만든 훈훈한 웃음은 수없이 많다. 웃으면서 우리는 생활에 행복을 느끼며, 동시에 작지만 희망같은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논리적 사고 때문에 그 어느 것에도 웃지않으며 근엄하게 지난 1년을 보낸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딴지일보가 무언지 모르며, 손오공 저팔계까지는 알아도 왜 갑자기 사오정이 뜨냐고 벙벙해 하는 사람들에게, 정 웃음이 나지 않는다면 거울이라도 한번 보며 씨익 웃자고 권한다. 15개의 안면근육을 동시에 수축시켜 터뜨리는 웃음은 기분 전환에 그만이니까. 의학보고서에 의하면 웃음은 스트레스는 물론 혈압까지 떨어뜨린다고 한다.

    (도움말 주신분 : 조두영 서울대의대교수 설현욱, 홍태규 의학박사 엄선희, 강신겸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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