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국내 컨설팅시장] 외국업체 웃고, 국내업체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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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1.24 20:38:00


  • 국내 경영컨설팅시장이 최근 뚜렷한 양극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신탁통치로 국내 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도 외국계 컨설팅사들은 국내에서 3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초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계 컨설팅사들은 국내 컨설팅시장에서 지난 1년 동안 1,500여억원을 용역비로 챙겨갔으며 올 하반기 들어서 일손이 부족해지자 컨설턴트를 국내에서 보기드물게 현지채용을 하거나 해외에서 긴급 수혈했다.

    반면 국내 컨설팅업체들은 일감을 찾지 못해 매출이 무려 40% 이상 줄어들면서 컨설팅업무보다는 산업교육에 치중하고 있다. 경비절감차원에서 기업들이 외부 위탁교육을 대폭 줄이는 바람에 산업교육 가운데서도 실업자 재취업교육만을 강화하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컨설팅업계는 남아도는 컨설턴트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사무소를 가지고 있는 메이저들만 20여개사에 이르는 다국적 컨설팅사들은 지난 80년대 중반을 전후해 ‘경영혁신의 전도사’로 국내에 속속 진출해 리엔지니어링, 리스트럭처링, 고객만족 등 다양한 경영기법으로 한국기업계를 온통 들쑤셔놓았다.

    이들이 이제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가지고 IMF체제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한국기업들을 다시 급격히 뒤흔들고 있다.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세계 표준)’를 국내 기업에 접목하고 21세기 발전전략을 제시한다는 명분으로 인수합병, 외자유치, 계열사매각, 자산부채 실사, 경영진단, 경영혁신, 미래 사업전략 수립 등 기업 구조조정의 전반에 참여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은행·증권·보험감독위원회를 금융감독원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매킨지에 의뢰했으며 산하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장종현 부즈앨런&해밀턴 서울사무소 사장과 이재형 앤더슨컨설팅 서울사무소 사장을 참여시켰다. 조흥 하나 외환 주택 상업 한일 제일 보람은행들도 회생방안을 찾기 위해 앞다퉈 컨설팅업체를 찾았다.

    정부와 금융기관뿐 아니라 재계도 외국계 컨설팅업체의 도움을 받기 위한 대열에 동참했다. 재계의 뜨거운 현안이었던 기아자동차 처리와 관련된 국제입찰을 앤더슨컨설팅에 맡겼으며 구조조정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두산 효성 등 많은 대기업들도 구조조정작업을 매킨지 등에 의뢰했다. 일부 기업은 외국 컨설팅업체의 컨설턴트를 사외이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정부의 대기업 지배 및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쇄기를 박기 위해 보스톤컨설팅그룹에 반박논리를 개발해주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최근 진통을 겪고 있는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반도체부문 통합과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통합회사의 경영주체 결정을 위한 평가작업을 미국의 컨설팅사인 아서 D. 리틀사에 맡겼다.

    특히 경제위기 이후 한국경제를 진단하고 위기의 원인과 탈출방안을 제시한 매킨지의 ‘한국경제 보고서’는 6만부나 팔려나가 한때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종합 1위자리를 차지하면서 출판계를 강타했다. 해양수산부 1급 이상 공무원들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이 책을 의무적으로 읽어야 했고 여름철 최고경영자 세미나와 토론회에서 많은 참석자들이 이 책의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컨설팅업체들은 고작 기획예산위원회가 현재 17개 중앙 전부처와 4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경영진단에 참여하거나 공장혁신·조직개편 등 극히 제한적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그나마의 명맥을 잇고 있다. 특히 컨설팅 수수료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여 외국 컨설팅업체는 국내 컨설팅사에 비해 최고 8배 정도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 금융기관 기업 어디라 할 것 없이 너도나도 외국계 컨설팅업체에만 ‘구원의 손길’을 뻗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 외국계 컨설팅사는 100여년의 역사에서 선진기업들을 대상으로 쌓아온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지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주목할만한 실적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갖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계의 빅3 가운데 하나인 크라이슬러가 도산위기에 빠졌던 지난 80년대 후반 컨설팅사의 도움을 받아 주가를 3배로 끌어올리는 등 회생의 결정적 전기를 마련한 것은 다국적 컨설팅사의 능력을 반영하는 대표사례다.

    컨설팅서비스의 차이도 기업들이 다국적 컨설팅사를 선호하는 이유다. 매킨지나 보스턴컨설팅그룹등 미국업체가 대부분인 다국적 컨설팅사들은 컨설팅용어와 기법의 원조로 특히 경영진단 및 전략부문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컨설팅사들은 오래전부터 일본의 기법을 받아들여 전사적 설비보전(TPM) 전사적 품질관리(TQM) 컴퓨터통합생산(CIM) 가치혁신(VE) 생산혁신(IE) 등 공장혁신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국내 컨설팅업체들은 지난 50년대 말부터 미국의 경영기법을 일본의 기업문화에 맞는 기법으로 변화시켜 80년대까지 국내 컨설팅시장을 지배해온 젬코 일본능률협회컨설팅 노무라종합연구소 등 일본 컨설팅사로부터 생산공정과 품질관리 컨설팅에 대해 많은 노하우를 축적했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야 겨우 국내 기업들이 미국 기업의 경영방식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때문에 국내 컨설팅업체로서는 다국적 컨설팅사와 경쟁할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따라서 최근 생산현장의 개혁보다 구조조정이 급선무인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다국적 컨설팅사에 의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인식이 폭넓게 확산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오늘날 미국이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에는 미국 기업의 경영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기에 초점을 맞춘 다국적 컨설팅업체는 국내 기업들에게 ‘구세주’나 다름 없었다.

    특히 외국계 컨설팅사의 서비스는 구조조정의 객관성을 입증받는데도 훌륭한 수단이다. 한국기업의 경영투명성을 의심하고 있는 외국의 투자가들은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 자산매입 합작투자 전략적 제휴 등의 전제조건으로 외국계 컨설팅사의 실사보고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컨설팅업체로부터 서비스를 받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가장 흔히 지적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부실컨설팅이다. 외국계 컨설팅업체로부터 컨설팅을 받아본 경험을 가진 국내 기업 관계자는 “선진국에서 이미 한물 간 것으로 평가받는 기법을 가지고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 없이 뻔한 내용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보고서에 건당 대략 20억~50억원이라는 고액의 수업료를 내는 것은 어쩐지 외화낭비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한다.

    김우중 전경련 회장은 지난 6월 전경련이 BCG에 용역의뢰한 ‘기업구조조정 및 지배구조 개선’ 보고서의 발표회가 끝난 뒤 “보고서 내용이 엉터리”라며 “한국경제가 위기를 돌파하는데 도움이 되는 보고서를 다시 만들어라”고 전경련 관계자들에게 주문했다.

    앤더슨컨설팅사는 기아자동차의 국제입찰을 대행하면서 업무착오로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사를 입찰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입찰요청 공문에 의향서 제출시한을 당초 발표와 달리 기재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또 다국적 컨설팅사에 컨설팅을 맡길 경우 컨설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정부 금융기관 및 기업 실상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한 외국계 컨설팅업체를 통해 중요 국가나 산업기밀들이 해외에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구동본·서울경제신문 산업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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