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기가 막히는 '공기업 명예퇴직금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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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1.18 14:01:00


  • 굴지의 대기업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다 올6월 퇴직한 45살의 K씨. 그는 최근 오랫만에 고등학교 동창회에 나갔다가 뒷통수를 한대 맞은 기분으로 돌아왔다. 더 솔직히 말하면 아주 기분을 잡치고 말았다.

    잘나가던 직장에서 쫓겨난 뒤 일자리도 없이 친구들을 만나서가 아니었다. 이날 자리는 오히려 직장을 갖고있는 동창이나 퇴직한 동료 가릴 것없이 서로를 격려하는 분위기였다. 분명 거의 자리를 파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4개월여동안 집안에서 답답해했던 것과 비교하면 “역시 나오길 잘했다” 싶었다.

    그런 그가 더이상 좋을수가 없게된 것은 파장무렵. 그는 동창의 한마디에 강제 퇴직당할때보다도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그에게 ‘망치’ 가 되어 돌아온 한마디는 비슷한 시기에 퇴직한 동료의 퇴직금.

    학창시절 그리 친하지는 않았으나 대학다니면서도 꾸준히 연락정도는 이어가던 동창이다. 그는 분명 자신보다는 ‘한수 아래’ 였다. 고등학교시절 성적은 물론이고 대학 역시 자신과는 비교가 됐다. 직장을 잡기까지도 이름깨나 있는 기업에 들어간 자신보다 그는 분명 처져 있었다.





    직장생활 20년, 공기업 3억원·대기업 7천만원

    더구나 20년가까이 직장생활 하는동안 그는 늘 시간에 쫓기지 않고 생활했다. 동창회 나가면 가장 먼저 나왔고 가장 늦게까지 자리했다. 시간이 많은 때문이었다. 자신은 “출퇴근이 비교적 자유롭다” 고 설명했고 친구들 역시 “공기업에 다니니까 다르다” 고 부러워했다. 새벽같이 나가 밤늦게까지 매여있어야 하는 자신과는 생활자체가 비교할 수 없었다. 그는 그래도 사회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는 자위와 그 친구보다는 많을 것으로 생각한 급여 등으로 보상받는다고 믿었다.

    그러나 막상 알고보니 그동안 받은 봉급은 결코 많지 않았다. 더구나 직장을 떠나면서 받은 퇴직금은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 공기업의 3억원과 대기업의 7천만원. 퇴직금도 못받고 직장을 떠나야 했던 친구를 보면서 “그래도 나는 낫구나” 싶었다. ‘나보다 결코 잘나가지도 않았고 인정받는 직장도 아니었으며 일때문에 시간에 쫓길일 없이 지내던 친구는 공기업에 다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3억원이나 챙기고, 잘나간다싶게 살아오며 직장일 이외에는 없는 줄 알고 지내왔는데. 도대체 어디가 잘못되고 무엇이 문제인가’ K씨는 밤늦게까지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공기업의 퇴직금은 올 국감의 최대 이슈중 하나였다. 의원들마다 공기업의 과다한 퇴직금을 들고 나왔고 공공부문의 미진한 개혁의 한 상징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사실 공기업의 퇴직금은 지나치다. 지난 93년부터 올해까지 26개 주요 공기업에 근무하다 명예퇴직한 1만1,705명에게 지급한 퇴직금은 법정퇴직금과 명퇴금을 포함해 모두 1조7,125억6,800만원. 1인당 평균 1억4,631만원꼴이다. 한국관광공사의 경우 34년 근무하다 퇴직한 본부장이 6억600만원을 받았고 26년 재직한 마사회의 부장은 5억3,200만원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30년 재직한 본부장은 5억500만원을 받았다. 수자원공사의 1인당 평균 명퇴금은 3억3,000만원이었다.





    경영상태 엉망, 명퇴금은 빌려서라도 지급

    도로공사는 올 상반기 매출액이 617억원인데 비해 같은기간 명퇴자에게 지급한 퇴직금은 769억원이나 됐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이처럼 명예퇴직금을 많이 받는 공기업으로는 이들 기업이외에 주택공사 토지공사 한국공항공단 농어촌진흥공사 한국영화진흥공사 등인 것으로 밝혀졌다.

    명예퇴직금에 관한한 금융부문 공기업들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의 경우 25년 근속한 부장을 기준으로 명예퇴직금만 1억8,000만원이고 산업은행은 1억6,500만원, 수출입은행도 1억7,600만원, 국민은행 1억7,400만원 등이다. 웬만한 공기업보다 많은 것이다. 석탄공사의 경우 경영상태가 나쁜데도 명퇴금만큼은 돈을 빌려서라도 지급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들의 풍성한 명퇴금, 퇴직금 지급때문에 국민들이 공공부문에 대해 ‘놀고먹는 기업’ ‘갈라먹기식 경영’ ‘주인없어 맘대로 준다’ 는 등 온갖 비난을 하게되는 것이다.

    기획예산위원회가 올 7월부터 공기업에 대한 퇴직금을 공무원수준으로 조정하도록 조치함으로써 앞으로는 이런 현상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정된 조건으로는 기본급의 6개월분 이내가 명퇴금의 지급범위다. 공기업의 명퇴금조정은 앞으로 공공부문 개혁의 상징처럼 남게될 것 같다.

    이종재·경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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