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일본열도가 포성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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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1.18 11:57:00


  • 11월들어 일본 열도에서는 대규모 군사훈련이 잇달아 실시됐다. 자위대와 주일 미군의 ‘공동통합기동훈련’ 이 11월2~16일 바다와 땅, 하늘에서 일제히 펼쳐졌고 이와 동시에 양국 ‘해상공동훈련’ 이 11월5~12일 동해 등 일본 주변 바다에서 있었다.

    또 일본 육·해·공 자위대는 15일 사상 최초로 태평양 전쟁 당시의 격전지였던 이오토(硫黃島·유황도)에서 통합상륙작전을 가졌다. 오키나와(沖繩)에서 열린 주일 미군의 실탄사격훈련을 포함하면 일본 열도 전체가 마치 군사훈련장이 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북한 미사일발사 실험이후 첫 대규모 훈련

    이같은 일련의 군사훈련은 미리 예정된 것들이지만 8월3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이후 일본에 안보위기론이 잔뜩 고조된 시점이어서 특별한 관심을 끌었다.

    또한 연말에 소집될 일본 임시국회에서 논란속에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 ‘미일방위협력지침’ (가이드라인) 관련 법안, 즉 ‘유사사태법안’ 등이 상정한 미일 방위협력의 미래상을 짚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일본의 ‘유사사태’ 가 주로 ‘한반도 사태’ 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유사시 주한·주일 미군의 움직임과 일본 자위대의 개입정도를 점쳐볼 수 있는 몇 가지 움직임들도 눈길을 끌었다.

    일본판 ‘팀스피리트’ 라 할 ‘미일 공동통합기동훈련’ 에는 약 2만명의 병력이 참가했다. 규슈(九州)의 기리시마(霧島)·오야노하라(大矢野原)훈련장에서는 육상자위대와 미해병대가, 야마가타(山形)의 이와테산(岩手山)훈련장에서는 육상자위대와 하와이 주둔 미육군이 공동으로 훈련을 가졌다.

    홋카이도(北海道) 치토세(千歲)기지로는 오키나와와 가데나(賀手納)기지의 미공군기가 이동했고 동해에 접한 이시카와(石川)현 고마쓰(小松)기지로는 주한 미공군의 F16전투기가 이동했다. 일련의 훈련에 참가하는 미군 병력 일부는 민간 국제공항과 민간 업자의 전세버스를 이용해 이동했다.

    항공모함 ‘키티호크’ 와 미사일순양함 ‘챈설러즈 빌’·‘모빌 베이’ 등 요코스카(橫須賀)항을 모항으로 한 미해군 함정이 2일까지 한미합동훈련에 참가했다가 곧바로 이 훈련에 가담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한미합동훈련에서는 미7함대의 기함인 양륙지휘함 ‘블루릿지’ 가 요코스카항에서 통신위성 등을 이용해 함대전투실험을 지휘·통제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일본 주변 해역에서 잇달아 열린 미일 공동해상훈련에는 4만여명의 병력과 이지스 호위함 등 해상자위대 주력 함정 100척, 항공기 180기가 참가했다. 대잠수함 훈련과 소해 훈련, 해상 물자·병력 수송 훈련, 해상 구조 훈련 등 해상에서 일어날 모든 사태를 상정한 훈련이었다.





    일본정부 4기의 정찰위성 도입키로

    일련의 미일 합동훈련이 시사하는 바는 몇 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우선 한반도 유사시 등 일본안보를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군은 한국군과 함께 해상봉쇄및 전투에 나서는 한편 해상자위대의 전폭적인 후방지원을 받는다. 현재 상정된 후방지원은 장비와 물자의 수송, 부상병의 구조·수송 등이지만 실제로는 병력 수송, 잠수함 침투방지등 다양한 ‘준전투행위’ 로 이어질 여지가 충분하다.

    또 주일 미군은 일본 자위대의 각기지와 시설은 물론, 민간시설과 민간업자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가상 적국’ 이 일본내 미군기지는 물론 자위대 기지와 민간시설을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 국민의 우려를 사고 있다. 전수방위를 표방하고 있는 일본이지만 이런 경우의 ‘보복공격’ 가능성은 열어 두고있어 적극적인 전쟁개입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본에서 벌어진 대규모 훈련과 함께 주목되는 것은 일본 정부의 정찰위성 도입 방침이다. 2002년까지 도입하기로 방침을 굳힌 4기의 정찰위성은 가로, 세로 1㎙의 물체를 식별할 정도의 정밀한 위성사진을 제공한다. 일본 방위청의 오랜 숙원인 정찰위성 도입이 야당조차 반대하지 않을 정도로 순풍을 타고 있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 이 계기다.

    그러나 일본내의 비판론을 들어보면 정찰위성 도입의 진정한 목적이 의심스럽다. 정찰위성은 미사일 발사 준비 상황을 포착할 수는 있지만 미사일 발사를 직접 추적할 수는 없다. 미사일 궤도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정지궤도상에서 적외선으로 분사열을 추적하는 조기경계위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결국 정찰위성은 지난 3월 2기를 배치했고 내년 3월까지 2기를 추가배치할 공중조기경보기(AWACS)와 함께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를 손바닥 들여보듯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까지를 포함한 감시망 확대가 일본의 진의가 아니냐는 것이 정찰위성 도입에 대한 중국측 반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두드러진 해상자위대 전력 증강

    올들어 해상자위대의 전력 증강도 두드러졌다. 3월 배치된 해상자위대 최대 수송선 ‘오스미’ (8,900톤)는 공격용 양륙함, 나아가 소형 항공모함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폭 25.8㎙, 길이 178㎙의 툭터진 갑판을 갖고 있고 공기부양 상륙정 2척을 탑재하고 있다. 갑판을 보강하고 관제탑만 설치하면 충분히 공격용 헬리콥터나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다. 같은달 배치된 해상자위대 최대잠수함 ‘오야시오’ (2,750톤)는 탐지능력과 스텔스기능을 크게 끌어 올린 최신예 잠수함으로 미해군조차 부러워할 정도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

    일본의 이같은 군사력 증강 움직임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우리 안보정책이 맞고 있는 난제의 하나이다. 한국에는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보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시각이 있어 왔다.

    ‘군사대국화’ 라는 말 자체가 함축하고 있듯 ‘위협’ 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한미일 3각 방위체제의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겉으로 드러난 정부의 시각은 후자에 가깝고 언론과 학자들의 시각은 전자에 가깝다.

    이는 결국 안보 과제에 대한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이기도 하고 통일 이전 또는 통일 이후 어느쪽에 비중을 두느냐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두가지 시각은 모두 한계가 있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새로운 ‘위협’ 으로 보는 시각은 일본의 군사력이 우리에 비해 이미 월등하고 경제 현실로 보아 역전의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분명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거꾸로 이를 한반도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중국 등 동북아의 군비 확장을 자극,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임을 간과한 것이다.

    어떤 시각을 취하든 바로 바다 건너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일정한 관심을 유지하는 것은 필요하다.

    도쿄= 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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