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98프로축구] 드라마 주인공은 신흥 명문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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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1.04 11:31:00


  • 출범 16년만에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로 부상한 98년 프로축구가 신흥 명문 수원 삼성이 창단 3년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신화를 만들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삼성은 10월 31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울산 현대와의 챔피언 결정 2차전에서 시종 혈전을 거듭한 가운데 0-0으로 비겨 1차전 1-0 승리 포함, 1승1무를 마크해 홈앤드어웨이로 벌어진 챔피언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날 경기는 국내에서 시즌제로 열리는 프로경기중 한경기 최다인 3만6,456명의 기록적인 관중을 동원하면서 최근의 축구열기를 그대로 웅변했다. 양팀은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모두 36개의 파울이 나오는 육탄전을 벌이는 등 미흡한 내용이었으나, 운동장에 모여든 관중들의 열기속에 벌인 화끈한 맞대결은 확실히 한국 프로축구사에 새 이정표를 세운 빅게임이었다.





    플레이오프전 도입, 매게임 명승부 펼쳐

    특히 그동안 최고 인기를 끌던 프로야구를 본따 새로이 시작한 플레이오프전에선 매게임 명승부가 벌어져 새로운 시즌 운영 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4강 티켓을 놓고선 팀간 순위 경쟁이 사상 유례없이 치열하게 펼쳐져, 시즌 최종전을 끝내고서야 4강팀이 결정되는등 시작부터 화제를 몰고 다녔다.

    플레이오프전의 진진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전남과의 준플레이오프서 사투 끝에 승리해 플레이오프에 올라온 포항은 현대와 축구팬들의 뇌리에 영원히 남을 명승부를 거듭했다. 지난달 21일 포항은 홈 1차전서 후반 로스타임 5분동안 지옥과 천국을 모두 경험했다. 2-1의 리드속에 전광판 시계는 멈췄고 승리의 여신이 포항의 손을 들어 주었다고 여기던 후반 48분 놀랍게도 현대 김종건의 헤딩골이 터졌다.

    경기는 다시 이어져 2분 가까이 흘렀고, 언제 주심의 휘슬이 울릴지 모르는 긴박감 속에 이번엔 포항이 프리킥을 얻어냈다. 서효원이 살짝 오른쪽으로 밀어준 볼을, 올시즌 막판까지 대활약을 펼쳐온 슈퍼 신인 백승철이 기다렸다는듯 수비수 한명을 제치고 오른발 번개슛을 성공시켜 첫판을 따냈다. 공식 기록은 후반 50분.

    하지만 이는 사흘뒤 벌어진 프로축구 사상 최고 드라마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10월24일 현대의 홈인 울산에서 벌어진 2차전. 다시 후반 전광판의 시계가 멈췄다. 스코어는 1-1. 1차전 승리를 따낸 포항이 챔피언전을 머릿속에서 그리던 순간, 이번엔 포항 골문 왼쪽에서 현대가 프리킥을 얻었다. 첫골을 잡아낸 김현석이 오른발 끝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던 순간 꽁지머리 골키퍼 김병지가 앞으로 내달렸다. 통로까지 꽉 들어찬 관중들은 일제히 ‘어!’ 하면서 실소를 자아낸 순간, 상대 골문으로 대시한 김병지는 보란듯이 김현석의 프리킥을 머리로 받아 2-1의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국내 프로축구 사상 처음으로 골키퍼가 골을 넣는 진기명기가 탄생한 것으로 이 장면은 미국 뉴스채널인 CNN까지 특집 방송을 내보내 전세계에 알려졌다.

    이후 울산은 ‘김병지!’ 를 연호하는 관중들로 열광의 도가니가 됐고 1승1패에 득실차까지 같아진 양팀은 연장전에 이어 승부차기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김병지가 포항 고정운 백승철의 슈팅을 막아내 최종 결승에 진출했다.





    재벌가 맞수의 대결, 삼성 3년전 패배 설욕

    챔피언전 또한 호사가들에게 아주 재미있는 안주였다. 재벌가의 맞수끼리 벌이는 라이벌전이자 3년전 팀을 만든 삼성이 후기리그 우승을 차지, 전기리그 우승팀 현대와 맞붙은 결승서 홈 1차전을 1-0으로 이기고도 원정 2차전서 1-3으로 분패해 ‘창단 신화’ 가 좌절된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 공교롭게도 삼성은 울산 원정 1차전서 신홍기의 결승골로 다시 1-0의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축구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았다. 삼성이 2차전서 기어이 0-0 무승부를 이끌어내고 3년만에 패업을 달성한 것이다. 더구나 결과적으로 챔피언전 승리를 이끈 1차전 결승골의 주역 신홍기는 7년간 현대팀서 윙백으로 활약하다 올시즌을 앞두고 삼성에 새로 둥지를 튼 이적생. 친정팀에 뼈아픈 일격을 안겨준 것이다. 신홍기로서는 94월드컵 대표팀 출신으로 당시 대표팀을 이끌던 김호 감독과의 깊은 인연으로 팀을 옮기게 돼 개인적으로 은혜에 보답한 것이며, 3년전 현대 소속으로 김 감독에게 안겨준 결승전 패배를 보상한 것이다.

    김호 감독으로서도 초대 사령탑에 취임하면서 ‘3년내 우승’ 이라는 구단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한편 프로 그라운드에 ‘김호 축구’ 를 화려하게 수놓은 셈이다. 김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지난해 최고 용병으로 각광 받았던 루마니아 출신의 바데아를 일본 J리그에 수출하고 전북 비탈리, 대우 샤샤를 영입해 공격 라인을 대폭 수술했다.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화끈한 공격 축구만이 팬들의 인기 회복은 물론 명실상부한 정상의 팀에 오를수 있다는 개인의 소신에 따라 두마리 토끼를 다 좇았던 것이다.





    ‘인기’ ‘정상’ 두마리 토끼 잡은 김호 감독

    결과는 뒤늦게 나타났다. 초반 2개 컵대회서 부진을 보였지만, 월드컵이 끝난 뒤 천재 고종수가 복귀하고 러시아 출신의 신세대 용병 데니스가 국내 프로무대에 적응하면서 정규리그서 막강 ‘용병 군단’ 으로서의 위용을 떨치게 된 것 이다. 그 결과 삼성은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챔피언전 우승까지 차지하며, 국내 프로축구를 평정, 3년만에 김 감독 소원을 이루게 됐다.

    특히 삼성의 프로축구 우승은 소속 그룹사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기도 했다. 국내 굴지의 재벌로 경제계에서 항상 1, 2위를 다투던 삼성과 현대의 싸움은 90년대들어 스포츠 분야까지 확대되며 더욱 치열한 라이벌전을 전개했는데 올시즌 그 정점에서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10월30일 프로야구팀 현대가 LG를 제압하고 창단 3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내 위상을 한껏 뽐내자 바로 다음날 삼성이 축구협회 회장사이기도한 현대를 제물로 프로축구 챔프에 등극한 것이다. ‘야구 삼성, 축구 현대’ 라던 한국 스포츠의 양강 구도를 완전히 뒤바꾼 것이다. 삼성으로서는 올시즌 프랑스 월드컵과 함께 국내 최고 인기종목 판도가 프로야구에서 프로축구로 옮겨진데다 최근 금강산 특수로 재계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던 라이벌 현대를 텃밭이라 자랑하는 축구에서 꺾었다며 크게 기뻐하고있다.

    장래준·체육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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