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바둑] 설자리 잃은 여류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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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1.24 20:43:00


  • 세계여류바둑계의 흐름을 좌우해온 유일한 세계여류바둑선수권인 보해컵이 올해로 막을 내려 한중일 100여 여류들의 경연장이 사라지게 되었다.

    보해컵은 올해로 5년째. (주)보해가 후원한 세계최초의 여류기전이자 최고의 대회였던 보해컵은 태동할 때부터 5년계약인 한시적 기전이었다. 그러나 기업측이 홍보효과를 보아가며 언제라도 연속적으로 대회를 개최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이번 결정은 ‘돌연’ 취소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유는 장소를 불문하고 어김없이 찾아온 경제한파 탓.

    대기업이 아닌 스폰서로서 비록 여류대회이긴 하지만 수억원의 예산이 드는 세계대회를 치루어준 것은 바둑계로선 고마운 일이었다. 사실 5년간이라도 이끌어준 것 자체가 기업이익만을 생각한다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날마다 우승컵을 가져오는 이창호가 나오는 대회도 아닌 여류바둑에 투자할 기업주는 그리 많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실제로 5년전 한국 여류바둑 수준은 걸음마 단계여서 보해컵은 어쩌면 잔치상 벌여 남좋은 일 다 시켜주는 그런‘주변머리없는 기전’이었다. 보해컵은 5년동안 남자들에게 가려져있던 여자바둑계의 실체와 각국간의 실력차를 좁혔다는 큰 성과가 있었다. 수치로 표현할 수 있을만큼 상당한 역사를 쌓았다.

    그 결과 이창호를 이긴 적도 있는 중국계 미국대표 루이 나이웨이가 최강 여류로 정해졌고 2인자는 역시 중국의 유일한 여류9단인 평원으로 낙착됐다. 누구라고 꼭 집을 순 없지만 삼인자 사인자도 역시 중국인일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 동감한다. 중국여류만 살판 났다는 얘기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성과도 많았다. ‘들러리’에 불과할 것이라는 한국여류도 5년이 지난 지금은 거의 일본수준으로 따라붙었고 21세기엔 분명 최강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됐다.

    다섯차례의 대회에서 루이 나이웨이가 세번(1, 3, 4회), 펑윈(2회) 장쉔(5회)이 한차례 우승컵을 가졌다. 중국계의 싹쓸이 우승. 그러나 준우승경력으로 옮겨오면 한국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음을 알 수 있다. 펑윈이 세차례(1, 3, 4)를 기록했고 한국의 이영신(2회) 황염(5회)이 각각 한차례씩 차지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최강 루이 나이웨이를 비켜갔다는 대진운도 상당히 작용은 했지만 거꾸로 얘기하면 루이를 제외한 나머지 기사들은 당연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은 계기였다.

    ‘마지막 대회’ 인 올해 황염의 파이팅은 대단했다. 1:2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막판에 어이없는 실수로 우승을 놓친 건 분통 터지는 일이었다. 사실상의 우승이라고 볼 정도였다.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여류들의 경연장이 없어지게되면 가장 아쉬운 국가는 바로 한국이다. 지금은 중국이 기세등등하지만 우리 여류들의 평균연령이 가장 어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우승컵은 한국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데도 아쉽게 문을 닫아야하니 그렇다.

    지금은 누구라도 경제문제로 돌아오면 위축될 수 밖에 없는 분위기지만, 먼 앞날을 위해선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한다. 그렇다면 막 새싹을 피우려는 한국여류바둑계의 결실을 위해 지금쯤 투자를 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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