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화제의 책] 살아 움직이는 중국 역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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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1.26 11:34:00


  • 또 다시 중원천하를 꿈꾸며 용틀임하고 있는 중국.

    베이징 천안문앞 혁명기념관에는 각처에서 온 중국인들의 순례 행렬이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바로 옆에 위치한 ‘하드록 카페’ 중국점에는 자유스런 차림새의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흑룡강 맥주를 마시며 록을 즐긴다. 밤이면 그늘진 구석 곳곳에 경찰들이 부동자세로 직립, 외지인들을 놀라게 하는 곳. 일류 호텔등 외국인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매춘 호객꾼들이 차를 몰고 와 관광객들을 잡아 끈다.

    중국에는 아귀 맞지 않는 풍경들이 자연스레 공존한다. 선뜻 잡히지 않는 나라, 중국이라는 거대한 용광로는 과연 무엇인가? 여기 오기까지, 중국의 시간에는 어떤 사실들이 도사리고 있을까? 그것들을 알고 난 연후에야 중국의 실체가 제대로 파악되는 게 아닐까?

    미국의 중국사학계를 대표하는 조너선 스펜서(62·예일대 역사학과 석좌교수)가 펴낸‘현대 중국을 찾아서(The Search For Modern China)1, 2’는 기존 중국사서와 다르다. 편년체식의 평면적 서술의 약점은 물론, 세부 주제에만 국한된 편향성을 극복한다. 좌든 우든, 한국에서의 근현대 중국사 인식은 상당 부분 틀에 묶여 왔다. 그러나 스펜서의 지은이의 역사와 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 덕택에 책은 거대한 역사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이 책 최대의 강점이다.

    17세기만 해도 지구상의 모든 단일국가중 가장 강성하고 세련된 나라였던 명나라는 어떻게 와해되기 시작했을까. 이후 만주족의 침탈, 강희제의 통합 정책등 일련의 혼돈상이 채 정리되지도 못 한 채 중국은 18세기에 이르러 서양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양이(洋夷)의 밥’으로 전락한 중국은 거대한 실험장이었다. 자본주의냐, 민주주의냐, 또 다른 중국적 대안이냐를 놓고 중국이 겪은 격동의 세월이 그것. 첨예한 분열은 마오쩌둥 공산당의 대장정이라는 불가사의한 파노라마로 이어져 결국 마오의 팔을 높이 쳐들었다. 당시 1930년대, 민중의 삶은 그러나 최저 생계수준을 밑돌고 있었다.

    그같은 처절한 내전에 쐐기를 박은 사건이 제2차 세계대전. 국민당 정권은 섬으로 쫓겨 나고, 거대한 본토에는 공산정권 인민공화국이 새 시대를 부르짖는다. 닉슨 방문으로 촉발된 문호개방 움직임, 공자와 린뱌오 비판(批林批孔) 운동에 이어 실사구시론이 득세한다. 10억 인민의 뜨거운 힘이 모아져 89년 5월 천안문사태를 촉발시켰고, 세계를 바짝 긴장시켰다. 이후 중국식 사회주의는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전례없는 실험장, 중국을 만들고 있다. 중국은 지금 ‘우리 시대의 삼국지’다.

    책은 유려한 번역외에도 시각적 배려가 돋보이는 역사서라는 점에서 획을 긋고 있다. 지도가 1편에 34개, 2편에 15개. 도표는 1편에 19개, 2편에 28개. 말미의 해제편 또한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는 큰 선물이 될 것 같다. 더 읽을거리, 용어해설, 컬러 화보에 대한 설명, 화보의 출처, 상세한 찾아보기등 역시 여타 역사서적에서는 찾기 힘든 부분. 96년 중국 푸단(復旦)대에서 중국 근대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딴 김희교씨의 번역문이 유려하다(상·하 권당 19,500원).

    도서출판 ‘이산’은 이 책을 신호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사 서적들을 앞으로 계속 펴 낼 예정이다. 지금 ‘로마에서 중국까지’‘중국의 자유 전통’‘천안문’‘그림속의 그림-중국화의 매체와 표현’등 후속 서적들이 준비돼 있다.

    장병욱·문화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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