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공연] 오페라의 가을 "풍성함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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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1.04 14:46:00


  • 한국의 음악달력에서 11월은 오페라의 달로 기록될 것이다. 예술의 전당과 민간오페라단은 ‘카르멘’ ‘리골레토’ ‘라보엠’세 편으로 5~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 페스티벌(화·목·토 오후7시30분, 일 오후3시30분)을 펼친다. 이에질세라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마지막 무대로 베르디 최후의 걸작 ‘오텔로’를 16~21일 국립극장 대극장(평일 오후7시30분, 토 오후4시)에서 공연한다. 한달에 4편의 오페라가 올라가는 풍성함은 사상 유례 없는 일로서 IMF 체제 이후 잔뜩 위축된 오페라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오페라 페스티벌은 최악의 경제난에 위기를 절감한 한국 오페라계가 모든 역량을 총결집해 마련하는 야심찬 기획이다. 동양 최초의 레퍼토리 시스템(여러 편을 번갈아 지속적으로 공연하는 방식)도입, 거의 100% 오디션에 의한 과감한 신인발탁 등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오페라는 뭐니뭐니해도 가수가 중심이다. 오페라 페스티벌의 오디션 관계자들은 ‘월척’급을 포함해 뛰어난 신인을 많이 찾아냈다고 전하고 있어 관객의 기대를 자극한다. ‘카르멘’의 테너 김재형, 메조소프라노 이은주, ‘리골레토’의 바리톤 정태운, 소프라노 김수연, ‘라보엠’의 소프라노 김유섬 이지연 등이 특히 관심의 대상이다. 이들은 학연이나 지연, 심지어 티켓 판매능력에 따라 오페라 주역이 결정되던 관행을 깨고 실력만으로 국내 최고 무대에 서는 행운을 잡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귀국독창회, 여러 단역을 거쳐 주역으로 성장하는 일반적인 과정을 생략하고 단번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예컨대 오디션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질다’(리골레토)역의 김수연은 아직 오스트리아 유학 중으로 이번 무대가 국내 데뷔다. 이밖에 테너 신동호, 소프라노 이규도, 메조소프라노 김현주, 베이스 김원경, 바리톤 오현명 등 국내 최고의 성악가가 가세한다.

    국립오페라단의 ‘오텔로’는 출연진이 매우 화려하다. 테너 김남두 박치원 임산, 바리톤 고성현 최종우 우주호, 소프라노 김향란 신지화 등이 나온다.

    특히 주인공 오텔로역의 테너 김남두는 ‘동양의 모나코’라고 불러도 좋을 멋진 고음을 자랑한다. 모나코는 힘차고 눈부신 고음으로 ‘황금빛 트럼펫’이라는 별명을 얻은 불세출의 이탈리아 테너다. 지난해 김자경오페라단의 ‘아이다’와 정명훈 지휘 KBS교향악단의 ‘오텔로’ 갈라콘서트에서 김남두의 진가가 확인됐다. 박치원 역시 지난해 러시아에서 오텔로를 맡는 등 강하고 극적인 표현력을 갖춘 드라마틱 테너로서 국내외에서 활약 중이다.

    베르디의 ‘오텔로’ 역을 할 수 있는 테너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지휘자 최승한의 말을 들어보자. “지휘자 카라얀과 테너 르네 콜로가 바그너 작품 해석에서 서로 부닥치자 콜로가 말했다. ‘바그너 지휘자는 수천명이지만 바그너 테너는 30명도 안된다.’ 결국 카라얀이 졌다. 오텔로 테너는 더 귀하다.” 오페라 본고장 이탈리아에서조차 수년간 마땅한 테너가 없어 오텔로를 공연하지 못하고 있을 때 김남두가 나타나 각광을 받았다.

    4년만에 오페라 무대로 복귀하는 소프라노 김향란도 화제다. 암을 이기고 ‘오텔로’의 아내 ‘데스데모나’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의 핵심인물 ‘이야고’는 ‘대포’에 비유되는 우렁찬 성량의 고성현, 이탈리아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최종우, 우주호가 열연한다.

    ★공연문의·예매/오페라 페스티벌 (02)580-1880. 오텔로(02)274-1151



    카르멘/지휘 임헌정, 연출 김석만

    자유분방한 집시 카르멘이 우직한 군인 돈 호세를 유혹한다. 호세는 탈영병이 되어 카르멘을 따라가지만 카르멘은 변심한다. 돌아오라는 간절한 호소가 거절당하자 호세는 격분한 나머지 카르멘을 죽이고 괴로움에 절규한다. 관능과 정열의 카르멘은 메조소프라노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역이다. 카르멘의 ‘하바네라’ , 돈호세의 ‘꽃노래’, 투우사 에스카미요의 ‘투우사의 노래’ 등이 유명하다. 연출가 김석만은 ‘카르멘’을 오늘을 사는 현대인의 성격드라마로 재해석하고 추상적이고 양식화한 무대로 새로운 경험을 예고하고 있다.





    리골레토/지휘 정치용, 연출 장수동

    바람둥이 만토바공작을 섬기는 꼽추 광대 리골레토에게 외동딸 질다는 삶의 유일한 기쁨이다. 사랑하는 딸이 공작에게 농락당하자 리골레토는 공작을 죽이려다 그만 딸을 죽이게 된다. 유명한 아리아로 ‘그리운 그 이름’ (질다), ‘여자의 마음’(만토바), ‘여러분 자비를’(리골레토) 등이 있다. 장수동은 성과 속,인간의 이중성에 초점을 맞춰 정통 오페라 스타일로 연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라보엠/지휘 김정수, 연출 이소영

    시인 루돌포와 그의 친구들은 가난하지만 낭만적인 예술가들. 크리스마스 이브, 로돌포의 추운 다락방에 이웃집 처녀 미미가 촛불을 얻으러 온다. 둘은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가난 때문에 헤어진다. 다시 만났을 때 돌이킬 수 없게 병이 깊어진 미미는 로돌포 품에서 숨을 거둔다. 여성 연출가 이소영은 이 작품에서 센티멘털리즘을 경계한다. 가난과 죽음에도 꺾이지 않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희망의 드라마로 풀어가겠다고 한다. 유명 아리아는 ‘그대의 찬 손’ ‘내 이름은 미미’ ‘무제타의 월츠’ 등.





    오텔로/지휘 최승한, 연출 김홍승

    셰익스피어 원작을 말년의 베르디가 오페라로 만든 걸작이다. 흑인 무어인 장군 오텔로와 아름다운 백인 아내 데스데모나는 사랑에 취한 신혼부부. 그러나 오텔로는 그를 시기하는 부하의 흉계로 아내의 정절을 의심하게 된다. 질투심에 미친 오텔로는 데스데모나를 죽인 뒤에야 비로소 진실을 알고 자결한다. 이 오페라는 매우 극적이고 강렬하다. 오텔로와 데스데모나의 ‘사랑의 이중창’, 이야고의 악마적인 노래 ‘크레도’, 남편 손에 죽을 것을 예감한 데스데모나의 슬픔에 찬 아리아 ‘버들의 노래’ 등이 유명하다. 웅장한 합창과 관현악도 인상적이다.





    오미환·문화과학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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