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삶과 죽음] 죽음 앞에선 의학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2.09 15:46:00


  • 81년 9월 보도된 한 중년부부의 동반자살 기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간암으로 극심한 고통속에 투병하던 박희범씨(전 충남대 총장 문교부차관)를 의사인 부인이 안락사 시키고 부인 역시 ‘안락사’형식의 자살을 선택한 사건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 적극적’안락사였지만, 당시 우리 사회엔 이를 놓고 옳고 그름에 대한 논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안락사를 시행한 의사가 바로 그의 가장 가까운 사람인 아내였기도 했지만 남편의 안락사와 동시에 자신도 죽음을 선택, 시술자에 대한 처벌 논란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에 대한 논의 자체를 터부시하는 국내 의료계에선 아직 안락사에 대해 한번도 논의 자체가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적은 없다. 맹광호 가톨릭의대 교수 손명세 연세대의대 교수 황상익 서울대의대 교수등이 중심이 돼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가 97년 11월 창립돼 이들을 중심으로 의료윤리에 대한 개념 정립 정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단계다.

    손명세 연세대의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소극적 의미의 안락사이긴 하지만 의사·환자·보호자 협의에 의해 실제적으로 안락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이제까진 사회의 간섭 없이 이루어져 왔으나 살인의 형태로 저질러질 가능성이 없지 않으므로 우리도 이젠 우리사회에 타당한 안락사의 모형을 찾아 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안락사는 방법에 따라 환자의 간청에 의해 환자의 고통시간을 단축시킬 목적으로 의사가 약을 투여하여 사망하게 하는 ‘적극적’안락사와 인공 장치에 의해 생명을 연명하고 있는 인간을 존엄하게 죽게 하기 위해 인공장치를 제거하는 ‘소극적’안락사로 크게 구분할 수 있는데, 국내에선 말기 암환자등에게 소극적 안락사가 암묵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불치병 말기에 있는 환자가 직접, 혹은 가족들이 더이상 가망이 없는 상태임을 알고 ‘병원에서 죽기 싫다’며 퇴원을 요구할 때 이를 받아들여주는 형태로 소극적 안락사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보통 말기상태인 환자나 그 보호자가 퇴원을 요구했을 때 병원측은 인공호흡기를 유지한 채 환자를 앰블랜스로 집까지 이송한 후, 이를 자연스럽게 제거하고 임종을 선언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소극적 안락사도 96년 12월 발생했던 보라매 병원 사건을 계기로 전보다는 훨씬 소극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진료중단시 사망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아내 요구에 따라 퇴원시켜 숨지게 한 서울 보라매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에게 법원이 살인죄를 적용한 이후 말기 환자들의 가족이 퇴원을 요구해도 퇴원을 시켜 주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의사는 뇌사등 사망이 확실해 질때까지 환자들의 퇴원을 불가할 정도.

    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의사학)는 이같은 현실에서 안락사에 대한 논의 자체가 아직은 시기 상조가 아니겠냐고 진단했다. 더구나 말기환자에게 더 이상의 치료가 의미가 없다고 해서 치료 중단을 환자에게 권유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생명의 끝에 와 있는 환자에게 어떤 식으로 죽음을 가져다 주는 것이 가치있는 죽음을 맞느냐는 케이스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을 구원해주는 데 큰 힘을 발휘해왔던 의학이 죽음의 문제에 놓고선 더욱더 복잡함만 안겨주고 있는 것 같다.





    송영주·주간한국부차장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