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김치] 한복선씨의 '맛있는 김치 담그는 법'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2.16 12:30:00


  • 궁중요리 무형문화재인 황혜성(79)씨의 세딸은 모두 전통요리 전문가들이다. 큰딸 한복려(51)씨, 둘째딸 한복선(49)씨 모두 한국요리전문가들이고 막내딸 한복진(46)씨도 한림대 전통조리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서울 서초구에서 ‘한복선요리학원’ 을 경영하고 있는 복선씨는 어머니 황씨와 함께 중요무형문화재 38호 기능이수자로 사단법인 궁중음식연구원 전임강사다.

    복선씨는 김치맛의 요체에 대해 “모든 맛이 그렇듯이 어머니의 손맛” 이라고 말한다. 어머니가 어릴때 만들어준 음식중 입에 맞고 맛있는 것을 커서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를 한씨는 ‘회귀성’ 이라고 표현했다. 이 음식중 대표적인 것이 김치 된장국이다. 둘다 우리 음식의 특징중 하나인 ‘발효음식’ 이다.

    12월9일 요리강습을 막 마친 한복선씨에게 ‘맛있는 김치 담그는 법’ 에 대해 들어봤다. 요리학원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서양요리를 많이 가르칠줄 알았는데 평상시 집에서 많이 먹는 우리 요리를 배우려는 주부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한씨는 요즘 만들어서 파는 농협김치, 종가집김치, 진가네김치 등도 맛있다며 굳이 ‘직접 담구어 먹는’ 김치를 권하지는 않았다. 젊은이들이 패스트 푸드니 인스턴트 식품을 좋아하는 추세를 “입맛이 변하면 그에 맞추어야지요” 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한씨는 이 변화를 “앞으로 몇세대가 지나면 김치나 된장 등 발효음식이 점차 인기가 없어질 지 모른다” 며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쉰세대’ 의 입맛이 ‘발효의 맛’ 이라면 ‘신세대’ 는 ‘소스의 맛’ 에 익숙해 있기때문이라고 그 차이를 명쾌하게 지적했다.





    _ 그래도 김치는 집에서 담구어 먹는 것이 맛있지 않습니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파는 김치도 맛이 있습니다. 가격면에서도 싸게 먹히는 경우도 있구요. 일반적으로 파는 김치는 방부제나 인공조미료를 많이 넣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요즘은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직접 보는 앞에서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주문자가 어느 젓갈을 더 많이 써달라든지 고추가루를 적게 넣어 달라던지 요구하면 원하는대로 해주기때문에 옛날처럼 꼭 집에서 김치를 담궈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_ 김치의 ‘감칠맛’ 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다 알다시피 발효의 맛이지요.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맛입니다. 배추나 무우의 고유맛에다 젓갈의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내는 맛입니다. 여기에 발효될때 나오는 탄산가스의 ‘톡 쏘는’ 맛이 감칠 맛을 냅니다. 김치가 시원하다는 것은 이 맛입니다. 이 발효를 잘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소금의 역할중 하나입니다. 소금으로 배추를 절이는 것은 배추의 뻣뻣한 조직을 숨죽여 먹기 좋게도 만들지만 유해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 소금이 삼투압의 원리에 의해 세포간의 물질을 교류시키고 효소작용을 촉진시켜 젖산발효의 조건을 조성합니다. 또한 야채의 풋내를 없애고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씹는맛(조직감)을 살려주지요. 곰삭은 맛이지요. 이 젖산발효가 잘못되면 부패박테리아를 키워 군둥내가 나고 맛이 없어지지요.”

    _ 맛있는 김치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역시 첫째 조건은 재료가 좋아야 합니다. 지금은 이 선택이 가장 어렵지요.옛날같으면 자기가 직접 기른 배추와 무우를 쓰기때문에 재료가 좋은지 안좋은지를 알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시장에 가서 재료를 고를때 때깔이 좋다고 해서 선뜻 고를 수도 없는 것 아닙니까. 농약을 썼는지 어떤 비료를 주었는지도 모릅니다. 보기엔 멀쩡해도 촉진제를 써서 기른 것은 소금에 절이면 아주 물러져서 못쓰게 됩니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소금에 절여 놓은 것을 사다 담는 것이 더 확실하지요.

    다음은 역시 양념맛이지요. 양념은 젓갈, 고추가루, 마늘 등 기초재료와 향채 등 보조재료가 있습니다. 젓갈은 그 지방에서 나는 가장 좋은 것들을 쓰면 됩니다. 중부·서울지방은 서해안에서 많이 나는 새우젓을 써왔고 남해안이 가까운 지방에서는 진한 맛의 멸치젓,갈치젓을 씁니다. 물론 동해안에서는 많이 잡히는 명태 등 생선을 잘라서 김치 만드는데 넣지요. 동해안의 별미인 가자미식혜도 김치의 일종이지요. 멸치젓은 끓여서 액젓을 만들어 썼는데 냄새가 고약해 요즘 도시의 아파트에서는 액젓을 다리기가 쉽지 않기때문에 하선정 액젓이니 기성상품을 사서 쓰고 있습니다.

    일본도 김치비슷한 야채절임이 있지만 우리 김치맛은 젓갈외에 마늘과 고추가루를 많이 쓰기때문에 색깔과 향미가 다릅니다. 물론 마늘외에도 파, 생강, 해초, 갓 등 향채를 넣어 각기 맛을 달리 낼 수도 있습니다. 고추가 전래된 조선시대 후기이후에야 고추가 대종이지만 그전에는 후추, 산초, 천초 등 여러가지 향신료를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같은 ‘고추김치’ 가 된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운 맛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고추가 일본을 거쳐 들어왔는데도 일본사람들은 생선을 주로 먹기때문인지 고추를 거의 먹지 않았습니다. 서양에 후추가 발달한 것은 육류에는 후추가루가 맞기때문이고 채소는 고추로 버무려야 제맛이 나기 때문에 채식이 주류인 우리 식탁에는 적격이었을 것입니다. 토질과 체질에 맞는 음식이 가장 좋은 음식이지요.”

    _ 김치독이나 땅에 묻는 것 등 보관방법도 맛에 영향을 미치지 않나요.

    “항아리나 김치독이 ‘숨쉬는’ 것들이라 좋다는 말도 있지요. 젖산균 등 미생물 번식에 좋다는 것이지만 한편 부패균도 함께 자라 나쁜 점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섭씨 0도-4도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주는 것입니다. 옛날에 김치독을 땅속에 묻는 것도 차갑게 그러나 얼지않도록 보관하는 선조들의 지혜였지요. 요즘 유행하는 김치냉장고 ‘딤채’ 도 그러한 기능을 하는 것입니다.”

    김치의 재료

    * 숙성

    김치를 단지에 담을때는 단단한 무우종류를 아래에 넣고 그위에 배추김치, 그리고 맨위에는 우거지를 넣은뒤 비늘을 덮고 돌을 눌러 국물에 잠기도록 한다. 담근 직후부터 발효와 숙성이 시작되는데 젖산은 산소가 없는데서 잘 발효하기때문에 공기접촉을 막아주어야 한다. 공기에 노출되면 다른 부패균이 번식해 풍미가 떨어진다.

    * 보관

    섭씨 0도-4도에서 익혀야 시원한 맛이 나며 담근지 1주일정도 지나 산도가 0.3%정도 되어야 맛이 든다. 잘익은 맛은 산도 0.4-0.75%며 2주일정도까지 냉장고에 보관할 수 있다.



    남영진·주간한국부 차장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