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여권 핵심부에 "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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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2.23 15:01:00


  • “한나라당을 떠날 생각이 있다. 당을 만들자는 의원들이 상당수다. 물론 제2야당을 계속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여권 핵심부가 큰 틀의 정계개편을 할 때 통합을 하자는 것이다”

    한나라당 수도권의 중진 A의원이 여권 핵심인사 B씨에게 전한 말이다. A의원은 “여권 핵심부가 내각제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면, 한나라당 이탈세력의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위(김대중 대통령)에 뜻을 전해달라” 고 말했다. 이를 들은 여권의 B씨는 “앞으로 깊이 의논해보자” 고만 말하고 구체적인 답을 유보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 A중진의원의 말대로 이탈세력이 상당수 규모인지 불확실한데다 A의원이 내각제 추진에 비중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각제에 대해서는 김대통령이 논의 유보라는 입장을 피력한 상황이어서, B씨로서는 내각제를 전제로 한 정계개편 의사를 밝힐 수 없는 형편이었다.

    국민회의의 핵심인 C의원과 한나라당 중진 D의원의 또다른 만남. D의원은 “김대통령이 나라를 잘 이끈다. 돕고 싶다. 명분을 만들자” 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D의원은 “내각제는 우리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고 본다” 며 통치세력의 결집론을 피력했다 한다. C의원은 “뜻을 모아보자” 고 말했다.

    이 두 경우의 회동을 정계 개편 추진의 구체적 과정으로 보기는 이르다. 아직은 서로가 의중을 탐색하고 전반적인 분위기를 알아보는 차원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지나가는 객담을 나누는 수준은 결코 아니다. 뭔가 큰 준비를 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강구한다고 보는게 더 적절하다.





    큰 구도의 변화 감지할 수 있는 기류

    실제 여권 핵심부에서 드러나지는 않지만, 큰 구도의 변화를 준비하는 기류가 포착된다. 자민련이 내각제를 들고 나오며 쟁점화할 때도 청와대의 한 고위인사는 “때가 되면 일은 풀리게 돼 있다. 지금 아무리 떠들어봐야 역효과만 난다” 고 일축했다. 대책없는 자신감일 수도 있지만, 이 인사가 평소 신중한 스타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호언으로 볼 수 있다.

    이 인사외에도 내각제에 대한 여권 핵심부의 대체적인 반응은 의외로 느긋하다. 김종필총리가 정권교체 1주년 기념식에서 신의론을 강조하며 내각제 약속의 이행을 강도높게 강조했지만, 청와대 인사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표정이다. 이런 담담한 분위기에서 여권 핵심부의 눈길이 내각제 보다는 정계개편에 더 쏠려있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여권 핵심인사들이 대외적으로는 “국정운영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지금, 내각제가 왠 말이냐” 고 말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정치문제의 해법을 내각제가 아닌 정계개편에서 찾고있다는 의중이 드러나고 있다.

    실제 여권 핵심인사들의 내각제 언급은 냉정하다.

    “자민련이 내각제를 하면 제3당이 될 수 밖에 없으며 25% 이상의 지분을 얻기 힘들다” “지금 자민련은 각료의 절반, 산하단체장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국정에 대한 영향력도 적지않다. 내각제 하의 자민련은 훨씬 왜소해질 것이다” “정치현실상 내각제에서 제1당과 3당이 연정하지 않을 수 있다. 1, 2당이 동서화합, 통합, 안정의 명분을 내걸고 손을 잡으면 3당인 자민련은 군소야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등등.

    하나같이 기세가 등등한 언급들이다. 이런 얘기들이 공개적으로 나오거나 의도적으로 흘러 나오지는 않고 있다. 공동 여당의 공조체제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른바 실세들이나 핵심들의 모임에서 국정과 정치전반에 대한 토론이 전개될 때면 자민련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한다. 국민회의의 한 실세 의원은 “자민련이 내각제라는 환상에 빠져있다. 김총리는 지금 대통령의 뒤를 이어 명실상부한 2인자이다.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는 능력도 갖고있다. 내각제의 조급한 추진은 이런 기득권을 잃게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내각제 보다는 정계개편에 더 관심

    한마디로 여권 핵심부는 내각제 보다는 통치세력의 안정화, 이를 위한 정계개편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다. 여권 내부에서 흘러다니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론, 다당체제 형성후 3당 합당론, 비호남 간판을 전제로 한 야당의원 대거영입론, 개별적인 야당의원 영입론 등 정계개편의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종국적으로 통치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민주대연합, 지역연합의 논리도 여전히 살아있다.

    문제는 여권 핵심부가 정계개편을 하는데 자민련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이다. 특히 자민련은 당장 내년 봄부터 내각제 개헌의 공론화를 하자고 덤벼들고 있다. 새해 들어서자마자 자민련은 내각제 개헌의 운을 떼며 분위기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 와중에서 정계개편을 도모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민련의 견제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큰 판의 변화를 모색할만큼 여권 핵심세력이 주도면밀한 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성숙해가고 있다. 총선이 1년여밖에 남지않는 내년 봄에는, 여야의원 모두가 다음 선거에서의 당선을 지상과제로 생각하게 된다. 선거가 닥치면 의원들의 생각이 현실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선거에서 살아남기위한 몸부림이 의원 개개인의 차원에서도 시작되고 이 개별적인 움직임이 정계개편의 동인이 된다.

    이와관련, 청와대의 한 실무자의 촌평도 새겨들을 만하다. “의외로 예상치않은 시점에, 생각하지 않은 곳에서 물꼬가 터질 수도 있다. 다만 돌발상황이 올 경우 이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대책을 위는 위대로, 실무선은 실무선대로 마련하고 있다”

    여권 핵심부에서 정계개편과 관련된 사전준비가 진행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국회에서의 법안처리만 어느정도 매듭되면 본격적으로 움직일 생각” 이라고 말한다.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하다. 한 당직자는 이미 야당의 서울 수도권의원들을 상당수 접촉, 깊은 교감을 나눴다고한다. 그 구체적인 그림이 어떻게 나타날 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새해 1월과 2월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조그만 일 하나하나가 훗날 큰 그림과 연결되는 사건일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영성·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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