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르포] 동유럽 '대우경영'... 현지화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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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2.02 15:23:00


  • 상품을 직접 해외로 내다파는 수출이 우리 경제의 활로라면 현지에서 상품을 만들어 파는 해외진출 역시 우리 경제의 살길이다. 아직도 높기만 한 해외시장의 높은 무역장벽을 뚫기 위해선 수출 못지않게 해외직접투자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지도 오래다.

    대우그룹은 전환기의 동유럽국가에 국내 어느 기업보다 먼저 진출, 만만찮은 성과를 일궈냈다. 치밀한 현지화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헝가리와 루마니아 폴란드등지에서 대우가 뿌리를 내리기 까지 펼쳐온 현지화 전략을 점검해본다./편집자주



    헝가리 대우은행

    헝가리 대우은행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국제적 네트워크로 뻗어나간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내 중심가에 있는 헝가리 대우은행. 대우가 동유럽 진출의 시발점으로 삼았던 헝가리에서, 우리나라 금융산업 최초로, ‘해외에서 현지 기업및 현지인을 대상으로 상업 금융업무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헝가리 대우은행의 상징적 의미는 크다.

    대우증권이 출자해 만든 헝가리 대우은행은 모회사가 은행이 아니라 대우증권이었기 때문에 경영 노하우를 쌓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문한 행장은 “돌이켜보면 모기업이 은행이 아니어서 자율경영 책임 경영을 수행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오히려 IMF를 견뎌낼 수 있는 저력이 생길 수 있었다”고 말한다.

    90년 7월부터 헝가리에서 영업을 개시한 대우은행은 은행법상 상업은행(Commercial Bank Licence). 설립자본금은 5,000만 달러. 헝가리 신용은행과 50대 50 합작이었다. 95년 헝가리 신용은행이 민영화되면서 대우 은행측은 100% 지분을 확보, 경영권을 가지게 됐다.

    헝가리엔 모두 42개의 은행이 영업중인데 헝가리 대우은행이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97년 총자산 이익률 기준으로 6위. 자기자본 기준으론 22위이다.

    대우은행은 헝가리(부다페스트)본점외에 데브레첸(97년4월) 브다오스(97년 11월) 엘리자베스(98년 9월) 지점을 각각 개설했으며 92년 자회사로 헝가리 대우증권, 94년 헝가리 대우 리스를 설립했다.

    89년 은행 설립 계약 당시만 해도 동구권은 아직 개방되지 않았을 시점이었다. 헝가리를 러시아등 동구권 진출의 전진기지로 삼는다는 전략에서 시작한‘세계경영’차원의 은행이었다. 김행장은 “그러나 불과 1년만에 철의 장막이 걷히면서 기대했던 것 만큼 헝가리 은행이 활성화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헝가리 정부 역시 대우은행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인지 폴란드 러시아로 대우의 세계경영이 분산되자 초창기엔 실망을 감추지 못한 채 대우은행의 영업을 놓고 사사건건 시비도 많았다. 김 행장이 ‘여러번 헝가리 정부에 불려 갔다 왔다’했을 정도.

    대우은행의 경영방침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 이를 위해 현지직원에게 대폭적으로 권한을 위임하는 것. 책임경영을 위해 팀단위로 조직을 구성,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이루고있다.

    하지만 종업원들의 비즈니스 마인드가 부족, 초창기엔 어려움이 많았다.“영업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죠. 사회주의 습성에 젖어 ‘우리가 잘 돼야 회사가 산다’‘회사의 이익에 기여해야 그 회사의 구성원인 나에게도 이익이 온다’는 관념이 적습니다”고 김문한 행장은 말했다.

    사회주의의 대표적 특성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김행장은 “공산주의 시절에 실수인정은 곧 숙청 대상이었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직원들이 핑계를 대고 책임은 가능한 모면하려고 할때면 난감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예를 들면 직원이 근무시간중 전화로 농담을 하고 있어 주의를 주었더니, 앞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왜 ‘농담하지 말라’고 가르쳐 주지도 않고 그러느냐고 도리어 화를 낼 정도.

    대우은행의 현지 고객은 헝가리 법인과 개인, 외국기업의 현지법인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고객과의 조율도 초창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아직까지 사회주의 습성이 배어 있어 회사가 곧 문을 닫을 처지에 놓인 고객들도 은행에 찾아가 아쉬운 소리 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 실정. 과거 협상 역할은 정부가 맡아 와 개인이 이런 역할을 대신 해야 한다는 것에 ‘귀찮다’여겨, 100만달러 대출을 요구하는 고객에게 우선 20만달러만 줄테니 갖고 가라 하면 화를 내며 그냥 은행문을 나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물에 배어 있던 회사들이 이젠 거의 문을 닫거나 물갈이를 한 상태여서 헝가리 사람들의 마인드도 종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또 하나의 현지화 전략은 직원중 한국 스태프는 최소로 유지한다는 것. 현재 총인원 185명중 현지직원은 178명이다. 본국직원은 7명. 하지만 직원들의 이동이 잦아 업무 수행에 어려움이 많다. 김행장은 “헝가리 현지인들은 평생 직장에 대한 개념이 없어요. 몇십달러 더준다 하면 가차없이 직장을 옮기는 경향이어서 전문인을 키우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도 많다. 동구권이라도 유럽사람이라 그런지 토론을 좋아하는 등 논리적 사고를 갖고 있어 서로간의 문화차를 대화로 원만히 해결하고 있다.

    루마니아 망갈리아중공업

    “진정한‘세계화’는 못하더라도 현재 상태에서 최선의 현지화를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루마니아 동남쪽 흑해 연안에 위치한 작은 도시 망갈리아. 이곳에 위치한 대우 망갈리아 중공업은 신조선과 수리선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대우조선사업 진출의 교두보이다. (자본금 1억 392만 달러. 이가운데 대우 지분은 약 51%인 현지 합작기업)

    조선소 설립 불과 2년만에 루마니아 정부로부터 가장 모범적인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인정받은 대우 망갈리아 중공업 서완철 상무는“최선의 현지화는 직원 자녀들을 현지인 학교에 보내 현지인과 같은 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겠지만 자녀들을 교육시킬만한 마땅한 교육기관(외국인을 위한 루마니아어 교육기관이 수도인 브카레스트에만 있음)이 없어 어려움이 많다”고 안타까와했다. 한국 자녀중 일부는 루마니아 학교에 다니고 있고, 일부는 상급학교 진학등 어려움이 많아 귀국했다. 혼자 외국에 나와 현지에서 결혼, 아이들까지 낳는 진정한‘세계화’는 아니더라도, 이곳 대우주재원 26명중 일부는 현지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며‘현지화’‘국제화’를 이뤄나가고 있는 것이다.

    현지인과 동화하려는 이같은 노력 덕분인지 루마니아 국민들에게 대우 이미지는 썩 좋은 편이다. 체제와 관습,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도 현지인과의 교류를 통해 극복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외국인에 대해 상당히 너그러우나 속으로는 매우 배타적입니다”“자기 민족에 대해 비하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으나 속으로는 강한 자존심을 보유하고 있어요”

    오랫동안 외세 지배하에 있었으면서도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루마니아 사람들은 우리와 유사한 점이 상당히 많은 편. 서상무는 “솔선수범해 열심히 일하면서 서로에게 동질감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 대우 FSO자동차 공장

    자동차가 대우 세계 경영의 중요한 축이라면, 폴란드 바르샤바에 위치한 대우 FSO 승용차 생산공장이야말로 세계 경영의 전진기지이자 핵심기지라 할 수 있다. 48년 폴란드 국영회사로 설립된 FSO자동차 공장은 96년 대우와 합작회사로 출발 후 대우차는 폴란드 자동차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다가서고 있다.

    9월 현재 폴란드 내수시장에서 대우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27.5%로 피아트(29.1%)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대우측은 연말까지 28%로 끌어 올려 1위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만명 이상의 현지인이 일하고 있는 이곳 공장에서도 대우의 많은‘현지화 노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대우의 심벌마크가 폴란드에선 붉은 색(우리나라에선 흰 바탕에 푸른 로고)이었다. 대우 FSO의 이근경 차장은 “폴란드 사람들이 붉은 색을 좋아하는 데다 FSO의 로고가 원래 붉은 색이었다는 점을 감안, 폴란드 기업을 한국기업이 인수했다는 거부감을 최소화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폴란드 현지인들에게 대우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폴란드‘레기아’ 축구단을 인수, 한국및 루마니아 교환 경기및 선수 교류를 추진하는등 스포츠 지원사업을 하고 있으며 과학재단 설립, 폴란드 저널리스트 한국 초청, 한국문화소개등 여러가지 사업을 마련하고 있다. 또 현지직원들의 정신개조(Mental Change)훈련을 실시, 이미 1,300명이 한국에 파견돼 훈련을 받고 갔다. 이같은 이노베이션활동으로 불과 2년만에 1인당 자동차 생산댓수를 96년 10대에서 98년 19대로 거의 2배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폴란드 자동차공장은 최근 유럽 각국이 외국 수입차에 대해 높은 관세를 매기는 추세라는 점에서, 사실 대우차의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폴란드는 2000년 EU가입을 추진 중. 이렇게 될 경우 관세장벽이 없어지게 돼 대우자동차는 더욱더 유리한 조건에서 동유럽 뿐 아니라 서유럽 자동차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체코 대우 AVIA 상용차 공장

    체코 프라하에 위치한 AVIA상용차 공장은 체코내 3대 트럭 생산업체중 하나이다. 2~3.5톤의 상용차를 만들어 내고 있는 대우 아비아 공장은 ‘현지화 전략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케한다. 현재 이곳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상용차는 프랑스 르노가 들여와 20여년동안 사용해왔던 모델.

    대우 AVIA는 내수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로 비싼 신 모델을 공급하기보다는 체코 국민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구 모델의 일부사양을 변경, 계속 저렴한 가격에 상용차를 공급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대신 운전석이 젖혀지지 않아 정비할 때 불편했던 결함등을 수정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종업원 2,500명중 주재원은 34명이다.

    송영주·주간한국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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