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빅딜 "대우가 매듭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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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2.16 14:13:00


  • 대우그룹이 12월8일 발표한 세부 구조조정안은 김대중 대통령과 5대그룹 총수간 ‘12·7 대타협’ 후 처음으로 제시된 자체 구조개혁안이다. 김우중 대우회장이 재계차원의 첫 답을 내놓은 셈이다.

    정부와 국민의 추상같은 개혁요구에 대한 답인만큼 대우의 개혁안은 폭이나 강도면에서 당초 예상을 뛰어 넘는다. 이 구조조정의 핵심은 ㈜대우와 대우자동차, 대우중공업, 대우증권 등 주력업체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를 정리하는 데 있다. 타그룹의 계열사 축소계획이 전체의 35~50%정도인데 반해 대우그룹은 75%이상의 계열사를 정리대상에 올려 차별화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대폭적인 계열사 정리를 통해 무역·건설, 자동차, 중공업, 금융·서비스를 핵심사업으로 하는 소수 계열사들의 독립경영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김태구 구조조정본부장은 “단기적으로 내년 매출액은 올해 68조원보다 5조~6조원 줄어든 62조원 안팎이 되겠지만 2000년 이후엔 70조원대로 올라설 것” 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계획은 외자유치나 3자매각의 차질없는 추진이 관건이다. 미국 GM사와의 외자유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처럼 의외의 복병을 만날 수도 있다. 특히 주채권은행의 승인문제도 남아있다. 대우의 이번 구조조정계획은 주채권은행에 제출, 승인받아야 하는데 현재 금융감독위원회와 주채권은행인 제일은행은 대우의 계획에 대해 구체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경련 대표그룹으로서 대우의 구조조정안은 다른 그룹의 구조조정 수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집안일 생겼다” 간담회 앞두고 돌연 사라져

    이에앞서 대우는 3번의 ‘대사건’ 을 치루었다. 대우자금악화설과 김우중 회장의 뇌수술, 삼성차 _ 대우전자의 빅딜합의였다.

    11월 29일 경기도 포천에 있는 대우 소유의 아도니스골프장.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 김우중 대우회장은 제법 쌀쌀한 느낌을 주는 오전 8시께 티오프를 위해 도착하는 전경련출입기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뇌경막하혈종 제거수술을 자국을 가리기 위해 검은색 야구모자를 쓴 그는 골프를 치지 않는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 일부 기자들과 카트를 몰며 18홀을 돈 후 클럽하우스에서 그룹임원및 기자들과 경제현안과 수술경과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 유니폼을 입은 김태구 구조조정본부장이 그룹구조조정안등에 대한 업무보고차 골프장에 나타나 김 회장을 만나고 돌아갔다. 김 회장은 기자들의 라운딩이 끝나길 기다려 12시30분께 1시간동안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그런데 11시 30분께 수행비서가 김 회장에게 메모를 전달했다. 김 회장은 곧바로 전화기를 잡았다.

    그는 다소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옆에있는 일부기자들에게 “집안에 중요한 일이 생겨 이만 가봐야겠다” 며 간담회를 취소한 채 승용차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간담회를 갖기 30분전에 돌연 사라진 것.

    김 회장은 이날 골프장을 빠져나가자마자 청와대로 들어가 김대중 대통령과 3시부터 1시간15분간 배석자없이 독대했다. 청와대 회동은 다음날인 11월 30일 알려졌다. 5대 재벌의 개혁이 미흡하다며 연일 질타해온 강봉균 청와대경제수석은 김_김회동에 대해 “정부와 재계간 이견이 거의 해소된 것으로 안다” 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독대에서 “대기업도 살고 국가도 살리는 의미에서 구조개혁이 중요하며 시급하다는데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 고 강 수석은 전했다.





    대통령 독대후 청와대 기류 훈풍으로

    김 회장은 “재계가 최선을 다해 구조개혁에 앞장서겠다” 고 말했다고 강 수석은 덧붙였다. 청와대 회동을 계기로 재벌에 대해 노기등등했던 청와대 기류가 봄눈 녹듯 훈풍으로 바뀌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김 회장이 뭔가 메가톤급 선물(구조조정개혁안)을 제시한 것으로 추측됐다.

    이틀 뒤인 12월 2일. 강수석은 재벌구조조정과 관련하여 ‘천기’ 를 누설했다. 그는 청와대출입기자들과 “오찬에서 삼성이 자동차를 내놓은 것 같다” 며 대우그룹의 전자와 슈퍼빅딜이 추진되고 있음을 흘린 것.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를 맞교환하는 슈퍼빅딜은 김우중 회장의 아이디어가 중요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로부터 5대 그룹중 구조조정이 가장 미흡하다는 질책을 받은 김 회장은 김 대통령과의 청와대독대에서 삼성차와 대우전자의 맞교환협상이 진행중임을 보고했고, 김 대통령은 이에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는 것이다. 특히 현정부가 5대재벌의 가장 대표적인 실패사업으로 비판하는 삼성그룹의 자동차사업을 대우와 삼성이 빅딜방식으로 처리키로 하자 재벌개혁이 상당히 진척되고 있다고 청와대는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회장, 재벌빅딜 최일선서 진두지휘

    이는 김 회장이 재벌빅딜의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하고, 대우가 재벌빅딜의 대미를 장식하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날 대우주가는 폭등세를 나타냈다. 김우중 회장의 뇌수술을 전후하여 급속히 확산됐던 대우의 자금악화설, 위기설은 삼성과의 슈퍼빅딜이라는 특효약으로 작용하면서 고비를 넘기는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김 회장이 청와대독대를 하면서 대우에 대한 악성 루머는 걷히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부에서는 그이전에는 대우가 전경련 회장사인데도 5대그룹가운데 구조조정에 가장 늑장을 부리고, 김 회장도 재계구조조정을 주도해야 함에도 대정부비판에 앞장서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김태동 청와대정책기획수석은 김 회장의 저서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 를 빗대 “세계시장에 나가 외자유치도 못해온다” 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우의 자금난이 확산된 것은 일본 노무라증권의 서울사무소의 대우관련 보고서가 기폭제가 됐다. 노무라증권은 ‘대우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는 리포트에서 “한국정부의 회사채발행 규제로 5대 그룹가운데 대우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 이라며 “대우에 현금유동성에 위기가 오고있다” 고 결론지었다. 이 보고서의 내용이 국내외 주요 금융기관에 알려지면서 대우는 불씨를 진화하기위해 부심했다.

    11월 20일 장병주 ㈜대우사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자금악화설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대우중공업의 조선부문에서만 올해 조선수주 호조와 환차익 등으로 5,000억원의 흑자가 예상되는 등 6,700억원의 흑자가 예상된다” 고 주장했다.

    그는 계열사 가운데 쌍용자동차를 제외하곤 모두 흑자를 내고 있는데 그룹 자금사정을 악의적으로 분석한 노무라보고서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있다며 노무라측에 항의했다고 말했다. 노무라측은 예상밖으로 파장이 커지자 “필자의 의도와는 달리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점에 대해 사과한다” 는 소명서를 대우에 보내오기도 했다.

    노무라 보고서를 전후하여 시중에는 ‘대우의 터키공장 등이 채무불이행(디폴트)상태에 빠졌다’ 는 등 악성루머가 춤을 췄다. 대우측은 터키공장은 있지도 않다며 도대체 어디서 이같은 악성루머를 흘리는지 알 수 없다고 루머진원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그룹은 악성루머의 진원지가 재벌체제 해체를 바라는 집단의 작전으로 풀이하기도 하고 있다. 전경련회장사로 대우가 이같은 음모세력의 타깃이 됐다는 분석이다. 장병주 사장은 하반기들어 금융구조조정 본격화로 외상수출의 서류네고가 정상화하면서 외상수출대금의 입금이 착착 들어오고 있고, 해외사업도 신규투자를 동결하여 신규자금소요가 없다며 자금난은 터무니없는 악성루머라고 일축하고 있다. 해외차입금의 만기연장률(롤오버)도 98%에 달해 별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의춘·배성규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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