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조계종 분규... 스님들 모두 '패자'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2.30 14:10:00


  • 한국불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이 99년 새해에는 권력다툼을 벗고 본연의 임무인 ‘수도’와 ‘중생구제’에 정진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1,000만 불자만이 아니라 나라와 종교계의 정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은 조계종이 ‘경찰력 투입’ 으로 인한 후유증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미 타협이 ‘물건너간’ 듯이 보이는 중앙종회측과 정화개혁회의측의 ‘힘겨루기’ 가 곳곳에서 일어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조계종 사태의 한 축인 조계종 정화개혁회의는 12월22일 고창 선운사에 공문을 보내 “23일 오전 11시까지 절을 인수인계하라” 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선운사 주지 혜산스님은 “법원이 22일 ‘(정화개혁회의의)출입금지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만큼 절을 내줄 수 없다” 고 밝혀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정화개혁회의는 최근 현 주지 혜산(惠山)스님을 면직하고 대우(大愚)스님을 주지로 임명했다.

    정화개혁회의가 최근 직영사찰(총무원 직접 운영)에서 제외시킨 경북 영천 선본사(일명 갓바위), 징계절차를 진행중인 김제 금산사 구례 화엄사 남양주 봉선사 등에서도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지난12월22일 경찰의 조계종 총무원 진압작전이후 실제로 둘로 갈라진 지도부 때문에 전국의 주요사찰의 주지임명을 둘러싼 분규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종회측은 12월29일 새 총무원장 선거를 치루지만 월하(月下)조계종 종정을 옹립하고 있는 정화개혁회의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종정의 허락을 얻어 별도의 총무원을 설치하는 등 아예 ‘딴 살림’ 을 차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화개혁회의 “아예 딴살림 차리자”

    정화개혁회의는 별도의 총무원을 설치하려고 서울 구룡사를 알아보고 있다. 경남 양산 통도사에 있는 월하종정은 12월24일 “월탄스님 등 정화개혁회의 스님 6명이 찾아와 별도 총무원 운영문제를 의논해와 총무원 임시사무소를 서울 구룡사에 설치, 운영하라고 했다” 고 말했다. 12월25일 통도사에서 소집된 조계종 원로회의에서도 이번 사태의 대책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벌였다. 월하종정은 “현재 총무원 권한대행 체제는 물론 29일 선거에서 선출되는 새총무원장도 인정할 수 없다” 고 밝히고 있다.

    총무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화개혁회의는 종법과 사회법에 의해 이미 불법단체로 판명됐다” 며 “종단 분열행위를 계속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 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조계종 분열의 원인은 역시 조계종이 자율적인 수습을 못하고 법원과 공권력의 힘에의한 강제수습의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11월11일 서울 조계사 조계종 총무원청사 점거로 본격화한 조계종 분규가 43일만인 12월22일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일단락됐지만 조계종 분규가 종단내 협상이나 합의에 따라 수습되지 못하고 공권력이 투입됨에 따라 불교계에는 큰 상처로 남게 된 것이다. 특히 모두가 ‘패자’ 일 수 밖에 없는 이번 분규는 불자들과 국민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분규의 표면적 이유는 월주(月珠) 전총무원장의 제29대 총무원장 선거 ‘3선출마’ . 그러나 종정중심제냐, 총무원장중심제냐 하는 뿌리깊은 체제논쟁, 처벌된 승려들의 오랜 불만과 이들의 사면에 대한 이견, 경북 영천 선본사(일명 갓바위)와 서울 봉은사 등 이른바 ‘노른자위’ 사찰 운영권, 동국대재단의 운영권 다툼, 조계종 선거제도에 대한 논란 등이 겹쳐 네차례 유혈사태까지 빚어졌다. 오랜 갈등요인이 총무원장선거라는 국면을 맞아 일시에 폭발했다고 볼 수 있다.





    공권력에 의한 수습, 불교계에 ‘큰 상처’

    법원의 강제집행에 따라 청사에 복귀한 총무원(원장 권한대행 도법·道法)은12월29일 제29대 총무원장선거를 통해 새 체제를 출범시킨 뒤 최단 시일 내에 사태를 수습할 계획이다. 12월22일 등록을 마감한 차기 총무원장후보에는 고산 쌍계사 주지, 지선(知詵)백양사 주지가 등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덕운·德雲)는 정화개혁회의의 저지로 서울 조계사에서 선거가 불가능할 경우 김천 직지사나 합천 해인사에서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사태 수습과정에서 정화개혁회의 핵심인물들에 대한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분규과정에서 형성된 세력집단의 재편성, 일부 사찰에 대한 주지임명 등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청사에서 내몰린 정화개혁회의는 월하종정을 중심으로 세력을 유지하면서 법원및 경찰에 대한 규탄활동 등을 벌이며 재기를 꾀하고 있다. 거점으로는 경남 양산 통도사와 경북 영천 은해사, 대구 동화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화개혁회의 한 스님은 23일 “종정 교시를 봉행하기 위해 조계사 인근 건물에 사무실을 마련해 투쟁을 계속할 것” 이라며 “월하종정도 ‘정화개혁회의가 그냥 손들지는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고 전했다. 지방주요 사찰에 대한 ‘게릴라’ 식 접수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과 총무원청사 강제진입에 따라 정화개혁회의의 세(勢)유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정화개혁회의 승려들의 총무원청사 점거로 본격화한 분규는 총무원장 선거의 세 차례 무산, 월주전원장의 후보사퇴(11.19)·임기만료(11.20)를 거치면서 종단행정 마비상태로 악화했다. 종정권한 확대를 골자로 한 종정교시 봉행을 내세운 정화개혁회의와 종헌·종법 수호를 내세운 중앙종회측은 10월24일 이후 네 차례 무력충돌했으며, 종단 최고의결기구인 원로회의도 양분됐다. 정화개혁회의가 혜암(慧菴)원로회의 의장을 제명하자 중앙종회측은 승려대회를 통해 월하종정에 대한 불신임을 결의했다.

    도법 총무원장 권한대행은 12월23일 오전 청사 4층 총무원장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월하종정 불신임과 정화개혁회의 소속 승려 처벌문제는 상황에 따라, 종법 테두리내에서 처리하겠다” 고 밝혔다.

    /서사봉·문화과학부기자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