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98한국가요결산] 발라드가 '댄스 거품' 걷어냈다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2.16 14:29:00


  • 지난 12월6일.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신문사 전화가 불이 났다. “왜 H.O.T가 대상을 못탄 거죠?”“서태지에게는 왜 상을 안줬나요?” “젝스키스가 김종환보다 분명히 TV에도 자주 나오고 인기도 많았는데 왜 대상을 안주는 건가요?” 울먹이는 소녀 팬들의 목소리였다.

    전날 있었던 ‘98 영상음반대상’결과에 대한 항의성 전화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다들 자기가 응원하는 가수가 왜 상을 못탔느냐는 것. 또한 그들이 응원하는 가수는 99% 댄스그룹이었다.

    김건모 신승훈 등 상을 탈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었지만 아깝게 대상에서 물러선 솔로가수나 발라드가수들의 팬은 이런 전화를 하지 않았다. 김건모 신승훈 팬들이 수에서나 열정에서나 그네들만 못해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반면 댄스그룹의 팬들은 도저히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듯했다.

    소녀팬들의 안타까움, 바로 그 부분이 가요계의 거품이었다. 지난해까지 화려한 무대를 주도하던 댄스그룹들은 제철을 만난듯 대단한 위세였다. 현란한 조명에는 원색의 의상이 어울렸고 흥청망청한 생활에는 알아들을 수도 없는 ‘랩’이 제격이었다.

    가슴에 저며드는 따뜻한 음악들은 시대에 뒤처진 음악이었고 트로트곡들은 노인네들이나 듣는 음악이었다. TV 방송에서도 정신을 빼놓는 댄스그룹이 나오면 환호성을 지르고 발라드가수가 나오면 하품을 해댔다.

    이런 호황에 힘입어 너도나도 길거리로, 학교로 나가 마구잡이로 고등학생들을 스카우트해 가수로 만들어냈다. 음악적으로 의기투합해 결성된 팀은 거의 없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저 음반기획사에서 급조한 팀들이 몇몇 작곡가가 만들어놓은 판에 박은듯한 노래를 들고나와 음반을 내놓았다.

    그래서 만에 하나 성공하면 큰 돈을 버는 것이고 실패하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해 나온 이름도 가물가물한 고만고만한 댄스그룹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그들은 말 그대로 소모품이었다.

    하지만 IMF 경제 위기는 가요계에 큰 타격을 주었고 댄스음악이 바로 직격탄을 맞았다. 엄청나게 쏟아지던 새 앨범의 숫자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그 대부분이 댄스음악. 특히 타격을 많이 받은 곳이 데뷔앨범을 내놓으려던 신인 댄스 그룹들이었다.

    경기가 좋을때만해도 소위 ‘마에낑’이라고 해서 앨범 제작전에 선급금으로 일정액을 먼저 받아 음반을 만들 수 있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뚝 끊겼다. 이제는 정말 가능성이 있는 팀이 아니면 신인을 데뷔시키는 모험을 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댄스음악의 위세가 한풀 꺾인데 반해 발라드 음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올해 가요계를 총결산하는 무대였던 98 대한민국 영상음반대상에서도 영예의 대상은 발라드곡인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였다. 이밖에 신승훈의 <지킬 수 없는 약속>, 김정민의 <비>, 김경호의 <나의 사랑 천상에서도>, 김건모 <사랑이 떠나가네> 등 발라드곡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트로트곡들도 설운도의 <재회>, 태진아의 <애인>, 송대관의 <네박자> 등이 트로트의 명맥을 유지하며 인기중흥에 나섰다. 그동안 <가요무대>외에는 TV 쇼프로에서 거의 설 자리가 없던 트로트가수들이 그나마 얼굴을 다시 내민 것도 IMF가 터진 이후였다.

    이들 성인음악들은 IMF 경제위기로 얼어붙은 국민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주며 근래 보기 힘든 인기를 누렸다. 특히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는 가정 주부들을 중심으로 30~40대 성인팬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밀리언셀러를 기록해 올해 최고의 히트곡이 됐다. 다들 어려워진 시기, 흥을 내기보다는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곡들이 인기를 누린 것으로 분석된다.

    발라드 음악이 인기를 누리면서 98 대한민국 영상음반대상을 비롯해 연말에 몰려 있는 각종 시상식에서 이들 음악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댄스음악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아직은 인기의 여진을 누리고 있다. 최고의 인기그룹 H.O.T는 하반기 3집앨범을 내놓고 <열맞춰> 등의 곡을 히트시켰다. H.O.T는 이 곡으로 최고 인기그룹의 위치를 확고히 다졌다.

    젝스키스는 올해 역시 <무모한 사랑> <로드파이터> <커플> 등의 곡을 연달아 히트시켰다. <애인이 생겼어요>를 히트시킨 터보를 비롯해 쿨, N.R.G, 영턱스클럽, 태사자 등도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음반 판매에서는 예년에 비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들중 100만 장 이상의 음반판매를 기록한 팀은 없었다. 이에 반해 김종환 김건모 신승훈은 모두 밀리언셀러를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서태지도 96년 1월 은퇴선언후 2년반만에 새앨범을 내놓아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여전했다.

    올해는 신인 그룹들의 인기가 눈에 띌 정도로 두드러졌다. 특히 여자 댄스 그룹인 S.E.S.와 핑클의 인기가 호각지세. S.E.S는 <아임 유어 걸>로 핑클은 <블루레인>으로 ‘누나부대’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최근 주춤하던 여성 가수들의 활동도 활발했다. 매년 한두곡씩 꼬박꼬박 히트시키며 여가수의 명맥을 잇고 있는 섹시가수 엄정화는 올해 <포이즌>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데 이어 최근에는 <초대>까지 히트시키고 있다. 엄정화와 함께 여가수 전성시대를 이끌만한 인물로는 대형 신인가수 김현정을 들 수 있다. 올해 혜성처럼 나타나 <그녀와의 이별>로 메가톤급 히트를 기록했던 김현정은 <혼자 한 사랑>으로 계속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내지르는 시원시원한 가창력과 키 170㎝의 늘씬한 몸매는 단연 돋보이는 매력이다. ‘여자가수들은 TV에는 자주 나오고 인기는 높지만 음반판매는 별로’라는 그동안의 속설을 뒤엎고 이들은 음반판매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이상목·일간스포츠 연예부기자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