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문화로 세상읽기] 초라한 한국 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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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2.24 18:04:00




  • 뉴욕하면 ‘뮤지컬’. 바둑판 같은 맨하탄 시가지를 사선으로 가로 지른 브로드웨이에는 뮤지컬 포스터가 촘촘히 걸려있다. 4대 롱런작인‘캣츠’ ‘레 미제라블’ ‘팬텀 오브 디 오페라’ ‘미스 사이공’은 아직도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도대체 뉴요커가 얼마나 되길래. 그건 아니다. 관광객들 때문이다. 그들은 “그래도 뮤지컬 한 편은 봐야 뉴욕 온 보람이 있지”라고 생각한다.

    뉴욕은 또 거대한 전시장이다. 박물관에는 세계의 역사와 풍습이 있고, 미술관에는 실험과 도전이 살아있다. 뉴욕을 찾은 사람들은 그곳에서 세계 문명과 역사, 생활과 예술을 느낀다.

    뉴욕에서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볼 수있는 곳은 두군데. 뉴욕이 자랑하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중앙홀에 영화 ‘고질라’예고편에 나오는 커다란 공룡의 인조화석이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다.

    자연사 박물관은 그야말로 백과사전이다. 그러면서도 살아있는 생물은 하나도 없다. 아프리카 사자도, 북극의 곰도 박제가 돼 서있다. 에스키모도 인디언도 커다란 인형으로 전시돼있다. 세계구석구석의 자연과 생활을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정리해 놓았다.

    2층에 ‘아시아 민족홀’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길다란 일본관이 나타난다. 먼저 일본역사를 인물들의 사진과 함께 간략히 기술해 놓았다.

    사무라이 복장, 그들이 쓰던 칼과 총, 일본 특유의 문양과 색깔이 들어있는 갖가지 생활도구들. 일본은 자신들의 역사와 용감하면서도 섬세한 민족성을 보여주려 했다. 다음은 널찍한 중국관. 자금성을 미니어처로 만들고, 광활한 중국지도위에 자신들의 역사와 위대한 인물들을 소개했다. 중국 송대 왕족의 화려한 결혼가마와 신부의 의상도 옮겨 놓았다.

    그 끄트머리에 마치 전셋방을 얻은듯, 한국관이 있다. 세평도 안되는 공간에 한복을 입은 남녀 마네킹이 떨어져 앉아있다. 그리고 그 앞에 각각 ‘사랑방’ ‘안방’이란 푯말을 놓아 두었다. 남자는 망건을 쓰고 곰방대로 담배를 피고 있으며, 여자는 바느질을 하고 있다. 그 뿐이다. 한국에 대한 역사도, 그것이 어느시대의 모습인지 설명 한마디 없다.

    아무도 눈여겨 보는 삶이 없다. 그 뒤로 이어지는 동남, 서남 아시아의 작은 나라들조차 이보다 더 무성의하지는 않다.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은 그나마 좀 낫다. 2층 아시아예술관에 작지만 상설 한국미술실을 가졌다. 6월9일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이건희기금, 삼성문화재단, LG그룹 등이 힘을 합쳐 문을 열었다. 30년의 숙원이었다. 그 안에는 경희대박물관 부여박물관 호암미술관 등에서 가져온 빗살무늬토기 신라불상 고려청자 이조백자들을 마련했다. 한달에 두번 영어로 전시실을 안내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었고, 11월7,8일에는 한국미술축제도 열었다. 그전에는 2층 복도 한구석의 도자기 몇개가 전부였다.

    이제 세계의 관광객들이 메트로폴리탄에서 우리의 유물을 쉽게 볼수 있다. 호기심도 좋고, 관심도 좋다. 그들은 그것을 통해 한국을 알고, 한국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국가의 힘이 된다. 중국이 거대한 불상과 한쪽 벽면을 다 덮어버리는 그림도 모자라 정원까지 꾸며 놓고, 일본이 수십개의 병풍

    을 전시하는 것도 자신들의 존재와 가치와 힘을 알리기 위해서다. 문화외교가 별것 아니다.

    이대현·문화과학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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