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문화 속 음식이야기] 소설 <뱀장어 스튜> 마틀로트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2003.12.11 13:35:26 | 수정시간 : 2003.12.12 15:24:55
  • [문화 속 음식이야기] 소설 <뱀장어 스튜> 마틀로트
    열정적 삶이 모티브 '뱀장어'



    “1960년 12월 3일 자끌린이 점심식사로 만든 스튜를 위하여. 이 그림을 바침으로써 그녀를 영원히 행복하게 해줄 수 있기만 하다면.”

    천재성 만큼이나 여성편력으로도 유명한 화가 피카소. 그가 결국은 한 여자에게 정착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믿기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여자들을 섭렵하고 그녀들에게서 영감을 얻었던 피카소지만 만년에 그는 여생을 함께 보낼 여인, 자끌린을 만나게 된다.

    한 연인에게 마음을 붙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화려한 남성(여성)편력을 자랑 삼으며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긴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깊은 외로움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사랑을 믿지 못하고, 그러기에 사랑을 자기 과시를 위한 수단으로만 여긴다. 때문에 어느 누구를 만나도 만족감과 안정감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빛깔의 사랑, 그리고 방황



    권지예의 소설 <뱀장어 스튜>는 피카소의 그림 ‘뱀장어 스튜’를 모티브로 하여 한 여인의 고단한 삶을 담아낸 작품이다. 주인공은 스무 살 때 한 남자를 만나 사랑했다.

    그러나 그 철없던 관계의 끝은 원치 않았던 아이와 구속되기 싫다며 떠나간 남자의 배신이었다. 제왕절개로 낳은 아이는 해외로 입양되고, 그녀는 자살을 기도한다. 여자는 아랫배에 남은 출산의 흔적과 자살 실패 결과로 남은 손목을 흉터처럼 간직하고 살아가게 된다. 그녀는 프랑스에서 그 상처를 어루만져준 가난한 화가를 만났고, 그와 결혼했다.

    그러나 아직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녀의 방황은 계속된다. 남편과의 부부관계를 거부하고 그의 무능력에 화내는 여자. 그녀는 때때로 한국으로 건너가 첫 아이의 아버지이자 첫사랑이었던 남자를 만나 무미건조한 만남을 갖는다. 남편을 향한 그녀의 감정은 아무래도 사랑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3년 만에 한국으로 찾아가 만난 남자가 사랑보다 허망함을 더 많이 준다는 것을 깨달은 여자는 다시 남편에게 돌아온다. 남편은 돌아온 그녀를 질책하거나 원망하는 대신 따뜻이 안아주며 아내를 위한 삼계탕을 끓인다.

    단순하면서도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만큼이나 ‘뱀장어 스튜’라는 소재 역시 독특하다. 스튜라는 음식 자체가 한국인들에게 낯설 뿐더러 비린 생선으로 스튜를 끓인다는 것은 금시초문일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남편이 만드는 음식도 정작 뱀장어 스튜가 아닌 삼계탕이다. 활기차게 몸부림치는 뱀장어와 장시간 뭉근히 끓여내는 스튜란 확실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은 어쩌면 사랑의 다른 빛깔을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방황의 끝에서 만나는 진정한 사랑



    아마도 젊은 시절의 피카소를 비유하는 소재가 뱀장어인 것 같다. 서양에서도 정력에 좋은 스테미너 식품으로 꼽히는 뱀장어. 그는 작품들이 바뀔 때마다 여자를 바꾸어 가며 예술가다운 화려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노년의 그는 격정적 삶 대신 한 여자에게 정착하여 편안함과 아늑함을 찾는 변화를 보인다.

    여자 역시 상처를 가슴에 담은 채 방황하지만 결국 돌아갈 곳은 남편의 품이었다. 인간은 젊은 날을 정열적으로 살아가며 때로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도 입는다. 화려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갈 곳을 모르는 시기가 젊은 시절이다. 그 길고 긴 방황이 끝나면 진정한 사랑이 남는다. 낭만적이거나 열정적인 느낌은 줄어들었으나 오랫동안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랑이 바로 ‘뱀장어 스튜’가 말하려고 하는 사랑이다.

    소설을 읽고 “이런 음식이 정말 있을까?” 라고 궁금해 할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스튜 하면 언뜻 고기 스튜를 떠올리지만 미식가의 나라인 프랑스답게 우리의 생선찌개를 연상시키는 장어 스튜, ‘마틀로트’가 분명히 있다. ‘마틀로트’는 잉어나 뱀장어, 동물의 내장 등 비린맛이 강한 재료에 양파와 제철 채소, 와인과 각종 향신료를 넣고 푹 끓인다. 무슨 맛일까 호기심이 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래의 조리법으로 시도해 보자. 쌀쌀한 날씨에 걸맞게 가슴 속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요리이다.





    * 뱀장어 스튜 만들기







    - 재료(4인분): 뼈를 제거하고 토막 낸 뱀장어 1.2kg, 올리브유 2큰술, 당근 2개, 양파 2개, 대파 2줄기, 셀러리 2줄기, 마늘 3톨, 버터 100g, 월계수잎 1장, 화이트 와인 2컵, 피쉬 스톡 1컵, 꼬냑 약간, 미니 양파 20개, 소금 타임 반 숟갈, 후추 약간,


    - 만드는 법: 1.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 얇게 썬 양파를 넣어 볶는다.

    2. 와인과 피쉬 스톡을 넣는다. 타임과 월계수잎, 통후추를 넣고 30분 가량 끓인다.

    3. 미니 양파를 끓는 물에 넣어 몇분 동안 데쳐 껍질을 벗긴다. 여기에 녹인 버터 몇 큰술을 넣어 갈색이 되도록 볶는다.

    4. 잘게 썬 당근, 대파, 셀러리를 더하고 2를 붓는다.

    5. 손질한 장어를 넣고 꼬냑을 살짝 뿌려가며 10~15분 가량 끓인다. 소금 간을 해서 크루통과 같이 낸다.

    *tip: 피쉬 스톡은 보통 고형으로 파는데 이를 1컵의 물에 녹여 사용한다.





    장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


    입력시간 : 2003-12-11 13:37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