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액 1위… 구찌·페라가모·프라다 뒤 이어

우리나라 명품족들은 어떤 브랜드를 선호할까.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매출액 1689억원을 기록한 루이비통이다.

구찌가 매출액 1457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고, 페라가모, 프라다, 불가리, 펜디가 차례로 그 뒤를 이었다.

매출순위는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지만 지난 5년 간 루이비통, 구찌, 샤넬, 펜디, 버버리, 프라다, 크리스찬 디올 등이 국내 명품시장에서 매출액 상위 10위를 차지했다.

또,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등 전국의 주요 백화점과 면세점 판매순위를 보면, 까르띠에와 페라가모, 롤렉스, 코치, 랑콤, 시슬리, 에트로, 에르메스, 에스까다, 발리, 에르메네질도 제냐 등이 상위 20위 안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브랜드가 국내 명품족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고급스러운 이미지과 희소성의 가치를 갖는 상품이라는 보편적인 점 외에 국내 명품만이 갖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패션 홍보대행사 오피스h 황의건 대표는 “명품은 탁월한 품질, 최소 3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 희소가치의 마케팅 등 3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명품은 그저 유명브랜드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요 명품 소비층이 소비하는 제품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명품이 아닌 유명브랜드라는 주장이다.

루이비통이나 구찌, 샤넬 등 선호도 면에서 상위 10위 안에 드는 브랜드 모두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명품으로 통한다.

국내 소비자들은 또한 스타마케팅이나 광고를 통해 유명해진 브랜드를 찾는 성향이 두드러진다. 오피스h 황 대표는 “아직까지 국내 명품족의 구매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할리우드 스타들”이라고 덧붙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지미추나 마놀로블라닉 같은 브랜드가 미국의 인기드라마 속 주인공이 착용했다는 이유로 현재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도 그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유명세를 쫓아 명품을 소비하는 성향은 가짜 명품 사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제조 경력 5년 불과한 제조사가 만든 시계를 국내 수입업자가 허위 광고를 통해 180년 역사의 제조사가 만든 명품시계로 둔갑시켰다. 제품은 유명 영화 속에도 등장하며 명품의 위세를 떨쳤고, 일부 부유층 소비자군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키며 팔려나갔다.

그러나 브랜드 유명세가 명품구매를 결정하는 전부는 아니다.

브랜드 전문가들은 루비비통과 구찌 등 국내에서 사랑 받는 브랜드는 모두 ‘혁신을 통해 신선도를 유지한 제품’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혁신을 추구한 제품만이 살아 남는 세계 시장 추세와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루이비통의 수석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타카시와 손을 잡고 알록달록한 모노그램 가방을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루이비통은 또, 아티스트들과 함께 분기별로 한정판 핸드백을 내놓으며,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게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구찌 역시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끊임없이 소재와 디자인의 변화를 추구해온 브랜드다. 뉴욕의 거리와 나이트클럽에서 영감을 얻어 가죽에 대나무 소재를 접목시켜 만든 ‘뱀부 백’이나 캔버스 소재의 핸드백이 구찌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제품들이다.

한편, 패션 전문가들은 세련된 취향을 가진 전통부자와 신흥부자를 중심으로 브랜드 유명세보다 스타일을 따지는 명품 마니아층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분더샵, 쿤, 러브로스트 등 정식 통로로 수입되지 않는 브랜드를 컨셉과 스타일별로 전시해 판매하는 편집매장의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산층도 접근 가능한 대중 명품과 차별화 되는 최상위 소비층을 겨냥한 명품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1천만원 대 정장 등이 1%를 위한 초고가 제품의 예다.

황의건 대표는 “차별화 욕구가 강한 최상위 계층을 중심으로 이러한 하이엔드 제품 수요가 앞으로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개성이 강한 브랜드는 국내시장에서 롱런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전, 국내에 선보였다가 IMF위기를 거치며 사장된 베르사체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미소니와 이브생로랑, 폴스미스 등 상대적으로 소수의 마니아를 거느린 브랜드도 한국시장에서 롱런하지 못한 채 철수됐다.

온라인 쇼핑몰 등 유통채널의 다각화로 초고가 명품뿐 아니라 매스티지 상품 소비가 20~30대를 중심으로 활성화되는 결과도 낳았다. 해외구매대행 사이트나 오픈마켓에서 리바이스, 아디다스, 마크제이콥스 등 다양한 매스티지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보다 40~50%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