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상류층의 기호 공유 그들과 같아지려는 욕구가 원인

구매력을 갖춘 중상류층과 상류층에서 명품을 선호하는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서울여대 한동철 교수는 “소득수준에 비해 우리나라의 명품소비는 다른 나라보다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뜨거운 명품 열기는 경기불황에서 더 분명히 드러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경기가 나빠지자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의 매출이 평년보다 25%가량 줄었다.

그러나 국내시장에서 명품소비는 경기불황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불황속에서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현상까지 보인다.

<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의 김난도 교수는 한국 소비자들의 유난스러운 명품열기는 강한 동조의식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중산층사이에서 상류층의 기호를 공유해 그들과 동조하려는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다.

전북대 신방과 강준만 교수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회문화적 동질성과 거주 밀집성으로 인해 처절할 정도로 이웃과 비교하는 삶을 살고 있다. 삶의 만족감이 이웃과의 비교로 결정되는 이른바 ‘이웃효과’는 한국인 삶의 전 국면을 지배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중산층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과시적이며 모방적인 소비문화에 대해 LG경제연구원은 문화적 배경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했다.

LG경제연구원은 ‘어떤 브랜드가 오래 살아 남나’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취미생활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고급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는 반면, 호주나 캐나다처럼 레저활동이 발달한 지역에서는 고급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호주나 캐나다의 소비자들은 생활에서 ‘무엇을 하느냐, 어떻게 즐기느냐’를 중시하며, ‘무엇을 사느냐’라는 소비행위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취미생활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어떤 물건을 사느냐가 곧 그 사람의 가치를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짙다. 김난도 교수의 지적대로 우리나라에서 ‘소비가 놀이를 대체하고, 소비물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이유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