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불구 루이뷔통·구찌 등 두 자릿수 성장

불황일수록 명품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진다.

경기불황에 고유가 사태까지 겹치면서 소비위축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명품 소비만은 예외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2006년(1212억원)보다 39.4% 늘어난 1689억원을 기록했다.

페라가모코리아는 매출 553억원으로 전년대비 매출액이 15.6%, 에르메네질도제냐코리아는 매출 252억원으로 19.8%가 증가했다.

이밖에 펜디코리아와 구찌코리아, 폴스미스, 휴고보스 등 주요 해외 명품업체가 대부분 두 자릿수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해외구매대행 사이트와 오픈마켓(온라인 장터)에서도 중고가의 해외브랜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G마켓은 글로벌 쇼핑 코너 이용건수가 올해 1월 한달 간 총 1만 2,600여 건에서 5월 현재 2만 5천여 건으로 넉 달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필수품 소비까지 위축되는 불황 속에서 고가의 제품을 계속 구매할 수 있는 그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또,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를 그토록 열광케 만드는 명품의 조건은 무엇일까?

누가, 어떤 제품에, 왜 그토록 열광하는지, 명품 불패신화의 속을 들여 다 본다.

■ 유형별로 과시형, 질시형, 환상형, 동조형

핸드백 하나에 최소 수십 만원에서 최대 1억원을 호가하는 명품.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소유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불문가지다.

나라를 불문하고 명품족들은 중상류층과 상류층이 주를 이루며, 경기에 민감하지 않다는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

국내 부자학 1호 박사이자, 부자연구학회(www.kaas1.org)를 이끌고 있는 서울여대 경영학과 한동철 교수는 소득수준에 따라 국내 명품 소비층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첫번 째 부류는 재벌 부인과 재벌 2세 등 전통적인 부자다.

한 교수에 따르면 첫번 째 명품 소비 부류의 숫자는 국내에 1천명 내외다. 조사에서 이들은 3억 짜리 웨딩드레스를 구입하고, 한번 쇼핑할 때마다 5천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청담동에 몰려 있는 명품 단독매장(플래그십 스토어)과 백화점 명품매장을 주로 이용한다.

두 번째 부류는 수십 억원 자산규모의 일반 부자다. 국내에 약 20만 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들은 주로 샤넬, 루이비통, 구찌 등 아이템 한 개 당 수십에서 수백만원 하는 대중적인 명품을 소비한다.

세 번째는 연간 가계소득이 4천~5천만원 수준의 중간층이다. 조사결과 이들은 국내에 1~2백 만명 가량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 째 부류에서 명품을 소비하는 이들은 주로 18세에서 30세 전후로, 엠포리오 아르마니, 랄프로렌, 코치 등 보다 대중화된 매스티지(mastige) 상품을 소비한다.

한 교수는 “이들은 실질적으로 명품을 소비할 만한 소득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과시욕 때문에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무리하게 명품을 소유하는 부류”라고 지적했다.

소득수준뿐 아니라 소비동기에 따라서 명품족을 분류한 학자도 있다.

<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를 쓴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국내 명품 소비자의 유형을 과시형, 질시형, 환상형, 동조형 등 4가지로 구분했다.

명품소비자의 첫째 유형인 과시형은 주로 재벌 2세와 벤처사업가, 전문직 종사자 그리고 연예인 등 신흥부유층에서 나타난다. 이들이 명품을 소비하는 이유는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고 다른 계층과 자신을 구별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 명품족 유형인 질시형은 주로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중산층에서 나타난다. 자신이 선망하는 집단이 소비하는 물건을 구매하면 자신도 그 집단에 소속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치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세 번째 유형인 환상형은 고가품을 구입하면 자신이 다른 자아로 변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소비하는 유형이다.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이나 유흥업소 종사자에서 많이 보여진다.

네 번 째 유형인 동조형은 스타를 모방해 명품을 구입하는 부류로, 유행에 민감한 10대에서 많이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취향에 따라 명품족을 구분하기도 한다. VIP 마케팅 전문기업 더프레스티지앤코 이기훈 대표는 “명품족은 크게 과시하기 위해 명품브랜드를 소유하려는 그룹과 소비수준이 높고 오랫동안 명품을 즐겨온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과시를 위해 소비하는 그룹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브랜드와 버버리의 체크무늬, 루이비통의 LV 등 브랜드나 로고가 크게 부각된 제품을 찾는다. 반면, 오랫동안 명품을 즐겨온 그룹은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아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선호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