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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아트노믹스] 기업들 아트 경영 문화의 꽃이 핀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전시돼 있는 백남준의 작품 '절정의 꽃동산'(오른)




최근 한국 기업들이 문화와의 소통을 활발히 하고 있다. 국내외 유명 예술 작가나 작품을 사옥으로 끌어들이는가 하면 그것을 소재로 상품의 철학을 광고하거나 공연ㆍ전시를 여는 등 문화 콘텐츠를 기업 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 중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메디치 가문 같은 미술 후원자(애호가)들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사옥 1층 로비를 미술 전시장으로 바꾸거나, 갤러리를 사옥에 입주시키는 그룹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 이른바 예술(art)과 경제(nomics)를 결합한 '아트노믹스(Artnomics)'가 기업의 새 문화 트렌드로 확산되는 추세다.

아트노믹스는 기업 이미지를 개선, 또는 제고시키는 한편 임직원들도 자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져 애사심과 함께 기업경쟁력을 높인다. 아울러 고객들에게 문화적 즐거움을 전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다.

기업의 새로운 동력이자 예술문화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아트노믹스의 현장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 아모레퍼시픽 - 10층짜리 갤러리 보는듯



“우리는 화장품이 아니라 아름다움에 대한 꿈과 문화를 팝니다.”

1945년 창업이후 지금까지 ‘미와 건강(Beauty & Health)’분야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문화’와 ‘감성’ 나눔으로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있다.

한강로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의 본사사옥은 10층짜리 갤러리를 방불케 할 만큼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해놓고 있다. 무엇보다 ‘컬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고 또 민감한 아모레퍼시픽은 대체로 ‘로버트인디애나’ ‘노상균’ ‘펑쩐지에’ 등 선명한 색채를 강조하는 작품들에 주목한다.

1층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미국의 대표적인 팝아트 작가인 로버트인디애나의 ‘LOVE’라는 작품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간단하고 읽기 쉬운 ‘Love’나 ‘Art’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 크기와 색상의 조화를 비롯해 때로는 의도적인 충돌을 가하며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로버트인디애나의 작품은 관람객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아모레퍼시픽의 모토를 상징하기도 한다.

로비 가장 안쪽에 전시된 세계적인 비디오아트 작가 빌 비올라의 ‘Last Angel’은 초현실적이며 추상적인 이미지의 비디오아트다. 인간의 형체가 물 속으로 떨어지는 장관이 연출되기까지 감도는 긴장감이 약 8분간의 상영시간 동안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아모레퍼시픽 창립 60주년 기념식(2005.9.5)에서 첫 선을 보였던 노상균의 ‘I Love You’도 본사 로비로 자리를 옮겼다. 거대한 콤팩트가 열고 닫히며 움직이는 이 작품은 콤팩트에 달린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내적, 외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확인하려는 여성들의 욕구를 표현하고 있다.

그밖에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전시된 근·현대 미술작품은 약 30점에 이르며, 기술연구원, 인재개발연구원 및 지역사업장 등의 시설에도 20여 점의 작품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어 직원들은 물론 고객들에게 문화적 즐거움을 전한다.

흥국금융 전시전경, 강남 포스코 사옥에 전시돼 있는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아마벨 LIG 플라자, 이상남 작가


■ 포스코 - 건물의 예술화 문화가 '철철'



‘철’과 ‘문화’의 만남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 ‘포스코’ 역시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포스코센터 빌딩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1995년 센터신축 당시부터 ‘건물의 예술화’를 추구했던 포스코는 일상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예술 속의 생활, 생활 속의 예술’을 실천하는데 앞장선다.

포스코센터로 들어가기 전에 사람들은 가장 먼저 기이한 모양의 거대한 철골물과 마주하게 된다. 언뜻 보면 고철 덩어리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우주선의 조각들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작품은 추상미술가인 프랭크 스텔라의 ‘아마벨(Amabel)’이다.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한 소녀의 이름을 딴 작품으로 약 30t에 이르는 비행기 잔해를 이용해 꽃이 피는 듯한 형상으로 꾸몄다. 초현대식의 포스코센터 건물과 고철로 된 ‘아마벨’이 주는 느낌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마벨’을 지나 1층 로비에 들어서면 비디오아트의 대가였던 故 백남준 선생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포스코센터 1층 로비 ‘아트리움’의 천장과 벽면에 배치된 ‘TV깔대기’와 ‘TV나무’가 그것이다.

‘TV깔대기’는 애초에 백남준 선생이 ‘포스코는 철을 만드는 회사’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뜻에서 ‘철이 철철’이라고 명명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260여대의 TV모니터가 매달린 ‘TV나무’ 역시 아트리움의 철골조 천정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뿌리 깊은 나무를 상징하는 튼실한 철기둥에 꽃과 열매를 연상시키듯 형형색색의 영상이 빛을 발하며 매달려 있는 모니터들. 이처럼 ‘TV나무’는 차가움과 부드러움, 딱딱함과 유연함이 한데 어우러져 건물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2층 로비로 가면 ‘인도양에 있는 전설 속 철의 섬을 주제로 한 프랭크 스텔라의 회화 ‘전설 속의 철의 섬’도 오고 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그밖에도 포스코센터에서는 ‘메신저’ ‘지혜의 문’ ‘포스코 이미지’ 등 철을 주제로 한 유명

작가들의 다양한 조각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995년 신축당시부터 김기창, 김창렬, 심문섭, 문범, 황인기, 홍승혜 등 다양한 연령대와 장르의 작가·작품들을 망라하며, 포스코센터는 계속해서 명실상부한 열린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편 기업사옥에 보다 전문적인 전시공간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전시회를 개최하는 곳도 있다. 지난해 4월 양재사옥 로비에 ‘양재아트리움’ 이라는 상시예술전시공간을 개관한 현대기아자동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흥국금융그룹 - 거대 철제동상 '노동하는 사람' 유명



현대기아차 양재사옥 내 개관한 양재아트리움에서 고객들이 미술품을 관람하고 있다, 강남 교보타워


서울 중구 신문로에 위치한 거대한 철제 동상 ‘노동하는 사람’(조나단 브롭스키 Jonathan Borofsky 작품)으로 유명한 흥국금융그룹은 본사 사옥 1층에 시민들을 위한 열린 갤러리를 만들었다. 2005년 12월 ‘마르코 파파 전’을 시작으로 김태진, 안정주, 신창용 등 다양한 국내외 작가의 전시회를 기획했다.

흥국금융그룹 채문정 큐레이터는 “이곳의 기획 취지는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폐쇄된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아닌 ‘빌딩’과 ‘로비’라는 일상적인 공간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오픈 갤러리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흥국금융그룹의 전시회는 시민과 조화를 이루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작품을 우선으로 고른다. 강익중의 ‘아름다운 강산’, 잉고 미우러의 ‘홀론스키의 사열’ 브리또의 ‘Big Temptation’ ‘Blue Dog’ 등 국내외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 설치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선보이고 있는 전시회는 ‘Future of the City Life’란 이름의 현대미술 특별전이다. 7월 31일까지 전시하는 특별전에는 포스트 팝 아트의 대표 작가 줄리안 오피, 이불 등의 작품을 전시한다. 흥국금융그룹이 새롭게 CI를 론칭 하면서 이전부터 기업의 모토로 삼아온 ‘공익과 예술의 공유’를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흥국생명 최새라 브랜드팀 과장은 “흥국금융그룹이 CI 작업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나오고, 준비된 아이템”이라며 “시민과 함께하는 CI, 시민과 함께 나누는 CI라는 고객 친화적인 CI론칭 행사를 만들어 보자는 차원에서 누구나 무료로 좋은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흥국금융그룹은 이밖에도 일주학술문화재단과 일주아트를 통해서 장학사업 및 문화 관련 사업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 LIG손해보험 - LIG타워 로비 전시회



범한해상으로 시작한 LIG손해보험은 2006년 CI 변경, LIG타워 구축과 함께 아트경영을 해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로비 전시회와 LIG 아트홀 운영.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LIG타워 1,2층 로비에는 이상남의 대형 추상화 6점과 백남준의 ‘엘리펀트 게이트’가 설치되어 있다. 1,2층 반을 통째로 뚫어 개방한 쌈지 공원, LIG 플라자의 원혀여 벽면에 있는 조규석의 초대형 유리공예 작품 등 창의성과 실험성이 강한 작품을 주로 전시한다.

LIG손해보험 홍보실 조윤상 씨는 “이상남 작가의 작품은 건물 설계 시점부터 그림의 위치, 크기까지 고려해 그림 작업을 시작했고, 완공과 함께 전시됐다. 로비뿐만 아니라 회의실과 복도에서도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LIG타워 로비의 미술작품은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해두었다. 1층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2층에 올라가면 소파와 테이블이 있어 편안하게 독서를 할 수도 있다. 개방형 공간인 LIG플라자에서 로비를 바라보면 통유리를 통해 한 눈에 이상남의 작품 여러 개가 멋진 광경을 연출한다.

LIG손해보험의 또 다른 문화 공간인 아트홀은 기업메세나 활동을 펼치기 위해 설립한 공연장이다. 음악회와 연극 등 각종 문화예술 공연을 이곳에서 진행하지만, 미술전시회도 종종 진행한다. 지난 5월에는 팝아트 작가 테츠야 나카무라, 권기수, 홍지윤, 최현주 등의 작품을 전시했고 샌드위치를 먹으며 영상작품을 감상, 도슨트의 전시 해설을 듣는 ‘샌드위치 결러리’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

이건수 월간미술 편집장은 “LIG 빌딩은 단순한 형태와 색채만으로 남겨진 벽화 같은 그림으로 자칫 건조하고 딱딱해질 수 있는 업무 공간을 생동감 있는 에너지의 공간으로 변모시켰다”고 평했다.

■ 현대기아자동차 - 전문 전시공간 양재트리움 운영



양재트리움은 현대기아자동차와 표갤러리(PYO GALLERY)가 함께하는 품격 있고, 차별화 된 문화 공간으로 2~3개월 단위로 새로운 작품들로 구성된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2007년 3월 김창렬, 박성태, 이용덕, 한잼마 작가로 구성된 1차 전시를 시작으로 지난 3월 24일 제 6차 전시를 개최한 양재아트리움은 ‘Spring, Spring!’ 이라는 제목으로 얼마 전 5월 24일까지 문호, 라유슬, 김은술, 이도수 등 개성 넘치는 작가의 작품들을 전시, 사원들을 비롯한 많은 관람객들에게 봄의 기운을 선사했다.

현대기아자동차 관계자는 “21세기는 문화시대이자 창조적 열정이 이끌어 가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따로 시간을 내서 미술관을 찾기 쉽지 않은 임직원, 지역 주민, 회사 방문객들이 시대적 흐름에 걸맞은 감성과 창의성을 배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양재아트리움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 교보생명 - 이육록 화백 그림 436점 구매



교보생명은 원로화가 이육록 화백의 후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창업주인 고 신용호 선생과의 인연 때문이다. 골프를 좋아했던 고 신용호 창업주는 삼성그룹 고 이병철 창업주가 이끌었던 골프모임 ‘수요회’를 통해 각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

여기서 만난 고 월전 장우성 화백은 그의 40년 지기 친구가 됐고 이육록 화백에게는 후원자가 되어 436점의 그림을 구매하기도 했다. 이 그림들은 교보생명 광화문 본사사옥과 천안소재 연구원인 계성원에 걸려있다. 특히 계성원에는 로비와 복도는 물론 연수생들이 묵는 숙실까지 그림이 걸려있다.

강남 교보타워 로비에는 홍승혜 씨의 작품 ‘유기적 기하학’ 시리즈도 4점 걸려 있다. 이 밖에도 전시회, 디자인프로젝트 지원 등 다양한 미술 지원을 통해 아트 경영을 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미학적 건축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답답한 도심 속 명상의 여유를 제공하는 ‘광화문 글판’은 이 지역 명물로 자리 잡았고 설계 작업에만 10년이 걸린 강남교보타워빌딩은 세계 10대 건축가인 마리오 보타에게 맡겼다.

고 신용호 창립자는 사옥 설립 계획을 세우며 외국 건축물 견학을 하고 아예 전문통역관을 두고 외국 유명 건축가들을 초청해 강의듣 기는 등 열성을 보였다고 한다. 교보빌딩 3층 집무실 책상에는 생전 즐겨봤던 건축 관련 도서와 습지에 그렸던 설계도가 그대로 남아있다. 교보타워는 2003년 한국건축문화 대상에 입선한데 이어 2004년에는 서울사랑시민상 건축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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