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이제 사람들이 오가는 입구나 통로로서 만은 아니다. 오히려 문화와 예술 공간으로서 ‘로비’가 뜨고 있다.

요즈음은 로비에 미술품이 전시되고 콘서트도 로비에서 열린다. 로비가 갤러리로도 변하고 또 공연 홀로도 애용되고 있는 것. 음악이나 미술이 종전처럼 로비를 장식하는 자그마한 부속품 이라기 보다는 로비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대표 코드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어서다. 로비 자체가 예술과 문화를 사람들과 서로 이어지게 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 또한 물론이다.

지난 5~6월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에서 진행된 '숭례문 복구 성금 마련-대한민국 조각 100인전'. 대한민국조각가포럼과 한국일보사가 주최한 이 전시회는 비교적 대형 전시임에도 일반 갤러리가 아닌 호텔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호텔에 미술품들을 그저 갖다 놓았다거나 미술품들이 호텔을 장식했다기 보다는 호텔 로비가 예술품들로 가득 채워진 갤러리로 ‘깜짝’ 변모한 것이죠.” 밀레니엄 서울힐튼의 김정기 홍보 상무는 “호텔 로비에 문화적 요소를 가미하는 시도가 매우 성공적이다”고 자평했다.

■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 - 갤러리로 활용

밀레니엄 힐튼 로비가 갤러리로 변신한 것은 이번 만이 아니다. 지난 해 여름에는 가수 겸 화가 조영남씨의 현대 미술쇼가 로비에서 개최됐다. 또 빈센트 반 고흐 레플리카 리미티드 에디션 전시회와 서양 구상화가 박용인 화백 개인전, 조형 미술가 장영진 미술전이 열린 곳 또한 이 호텔 로비.

일반적으로 호텔이라면 숙박과 식사를 해결하는 곳. 하지만 밀레니엄 힐튼은 이 같은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있다. 에릭 스완슨 총지배인과 경영진의 주도로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로비를 적극 활용하면서부터다.

“음식과 예술과 놀이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개념이죠.” 스완슨 총지배인은 특히 밀레니엄 힐튼의 로비 구조가 더더욱 문화 예술과 잘 어울린다고 지적한다. 1층과 2층이 서로 ‘확’ 트여 있고 계단으로 연결돼 있으면서도 조각이나 미술품 전시를 위한 널찍한 공간을 확보하기 때문. 조각전시회에서도 미술품들은 갤러리 못지 않은 공간 전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특히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먹거리와 함께 볼거리를 같이 제공한다는 것도 크게 위력을 발휘했다. 한 마디로 ‘갤러리 보다 나았다’고 할 만큼 전시 작품 판매 실적이 좋았던 것은 이 같은 주장을 입증한다. 김정기 상무는 “로비 한 켠 구석에 전시되는 것이 아니라 로비 전체가 활용됐다는 점에서 일반 고객들도 손쉽게 미술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로비의 부상은 비단 미술품 전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콘서트나 공연이 열리는 홀로도 효과적으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명동롯데호텔 - 피아노 명소 자리 매김

포스코 로비 공연(위), SK 텔레콤 로비 공연(아래)

서울 명동 한가운데 놓여진 피아노는 ‘로비의 변신’ 한 단면을 보여준다. 종전 같으면 음악만 틀어 주거나 로비 한 귀퉁이에 피아노를 놓고 연주를 했을 일. 하지만 지금은 피아노가 ‘당당히’ 로비 중앙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벌써 1년여째.

“로비가 가장 번잡한 점심, 저녁 시간 고객들에게 음악을 들려드리기 위해 집중 연주를 합니다. 피아노 소리를 듣는 것 뿐 아니라 연주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도 있다는 점이 색다르죠.” 이용재 홍보팀장은 “피아노 자리가 약속과 만남의 장소로도 애용되며 외국 관광객들은 박수도 치며 기념 사진을 찍기도 한다”고 말한다. 음악이 로비의 중심이 된 셈이다.

■ 포스코센터 - 매달 인기음악회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포스코센터 로비(아트리움)은 매월 한 차례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시민들을 위한 무료 문화공간으로 로비를 개방하며 선보인 첫 공연은 금난새의 지휘로 열린 ‘밀레니엄 제야 음악회’. 이후 베토벤 교향곡 전9곡 연주회 등 클래식, 한국 전통음악, 뮤지컬 하이라이트 공연, 유명 대중가수 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선보이며 매월 2000명 이상 운집, ‘도심 속 인기음악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센터 음악회의 관람권은 포스코 홈페이지(www.posco.com)를 통해 추청, 당첨자에게는 1인 2매의 초대권이 배달되는데 매번 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높다.

■ SK텔레콤 - 매달 한번 콘서트

서울 을지로2가 SK텔레콤 본사 사옥 로비 또한 매달 한번씩 콘서트홀로 꾸며진다. 회사 구성원들을 위한 대표적인 문화 프로그램이면서 CEO와 구성원이 한데 어우러지는 행사인 'FunErgizer(퍼너자이저)'를 2005년부터 4년째 시행 중이기 때문.

‘Fun+Energizer’의 합성어인 이 행사는 '즐겁고 에너지 넘치는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세계적인 아카펠라 그룹 리얼그룹을 비롯해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이루마, 재즈보컬리스트 윤희정, 금난새와유라시안 필하모닉 등 유명아티스트 등이 벌써 참여했다.

또 비보이, 넌버벌 종이 퍼포먼스 등 창의적인 프로그램, 임직원들의 장기를 뽐내는 시간도 같이 마련되어 사내 분위기를 고취시키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지금까지 전문 예술인들의 공연 중심 문화행사만도 16회가 열렸고, 사진전시나 영화관람과 같은 일상적인 행사까지 포함하면 총 30회가 넘는 문화행사가 펼쳐졌다.

대부분의 퍼너자이저 행사엔 CEO인 김신배 사장이 참석해 임직원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다. 때론 김신배 사장도 직접 공연 무대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숨겨진 노래실력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신배 사장은 "회사가 직원들의 경력,능력관리를 해주려는 것도 좋지만 마음관리를 같이 해주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평소 문화활동을 많이 강조한다.

■ KT- 아트홀로 리모델링

롯데호텔 로비

KT는 서울 광화문 사옥 로비를 아예 아트홀로 리모델링했다. KT아트홀의 컨셉은 도심 한복판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이자 재즈 전문 공연장(브랜드 Jazz and the City). 매일 저녁 수준높은 뮤지션의 재즈 라이브 공연을 선사한다. 올 3월 기준 320회 공연, 9만명이 공연관람객을 기록했다.

KT 로비 아트홀은 지난 해 문화관광부로부터 건물 로비 활용 우수 사례로까지 선정됐다. 또 천원의 나눔’ 을 통한 청각장애아 소리찾기 등 문화나눔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