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코스튬플레이 일본서 만화·애니매이션 재현 코스프레로 발전

코스튬플레이의 연원을 따지면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종교적인 ‘가면 놀이’에서 시작돼 축제나 각종 공연을 거치면서 하나의 문화로 발전했다. 서양의 카니발이나 가장 행렬, 중국의 경극 등 가면을 쓰고 하는 익명의 놀이문화가 대표적이다.

코스튬플레이에 근접한 문화형태는 단연 서양에서 발전된 할로윈 풍습을 들 수 있다.

과거 유럽 아일랜드 원주민의 악령을 물리치기 위한 풍습이었지만 기독교와 결합해 전 유럽에 퍼지고, 미국에 유입되면서 상업적이고 유희적인 행사로 바뀌었다. 악마 분장을 하고 집집마다 사탕을 얻으러 다닌 아이들은 최근 배트맨과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 최신식 복장을 하고 이 날을 맞는다. 시대에 따라 코스튬플레이 형태가 달라진 셈이다.

코스튬플레이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가면 문화는 미국 대중문화의 부흥과 함께 상업적으로 결합했다. 백천의 서원대 겸임교수의 <코스튬플레이 패션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디즈니랜드 건설과 함께 코스튬플레이 문화가 부흥하게 되는데, 이때 월트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백설공주 등 만화 속 인물들이 맨 처음 현실에 등장하게 됐다.

사람들은 월트 디즈니가 개발한 만화의 각종 캐릭터 분장과 가면을 쓰고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고, 이 시기 미국은 고도성장과 물질문명의 풍요 속에 디즈니랜드와 코스튬플레이는 젊은이들의 축제로 변했다.

산타클로스의 대량생산, 히피 패션과 사이키델릭 사운즈 뉴에이지 운동 등 젊은 문화와 상업주의는 가면을 이용한 익명성을 갖고 더욱 확산됐다.

백천의 교수는 그러한 코스튬플레이 변천 과정을 4단계로 분류했다. 가면문화와 할로윈 풍습, 디즈니랜드 등장에 따른 코스튬플레이 태동과 일본으로 유입된 후 현재의 모습을 갖춘 4단계 발전이 그것이다. (도표 참조)

현대에 들어서면서 유럽의 코스튬플레이는 ‘비틀즈’나 ‘퀸’ ‘엘비스프레슬리’와 같은 독특한 콘셉트를 가진 대중 스타의 복장과 몸짓을 따라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 캐릭터 산업으로 발전한 일본



서구의 코스튬플레이 문화는 일본으로 유입되면서 일본식 만화, 애니메이션을 재현하는 ‘코스프레’문화로 발전했다. 일본의 마니아, 오타쿠 문화와 함께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결합해 생긴 문화가 만화 캐릭터에 집중된 코스튬플레이 형태였다. 이후 코미케 등 코스튬플레이 행사를 비롯해 일본 전역에서는 연 200회가 넘는 아마추어 만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 특히 코스튬플레이가 일종의 문화 산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 볼 만하다. 전문 직업 모델이 생기고 스타플레이어도 존재할 만큼 코스튬플레이 문화가 성행하고 있다. 특히 코스튬플레이에 필요한 각종 의상과 소품을 제작, 판매하는 전문 제작사가 생겨 의상 산업이 발전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일본 최대 코스튬플레이 의류회사인 ‘코스파’다.

코스튬플레이와 관련한 국내 최대 포털인 코스프레 닷컴(www.cospre.com)에 따르면 코스파는 코스튬플레이어 마니아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브랜드로 다양한 코스튬플레이 소품을 구비해 놓았고 디자인이나 질적인 면에서 명품 이상의 가치를 자랑한다.

다양한 연령대가 즐기는 코스튬플레이 의상을 기성복화 하기 위해 코스파는 파격적으로 다양한 사이즈의 옷을 생산해 코스튬플레이어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일본의 게임업체들은 새 게임이 출시되면 코스파에 의뢰해 게임 캐릭터 등을 제작해 코스파 숍에 전시함으로써 홍보 효과를 본다. 애니메이션, 게임 등 문화 산업이 코스튬플레이와 함께 동반 발전하는 효과를 보는 셈이다.

이밖에 코스튬플레이 의상 대여 업체와 코스튬플레이 복장을 하고 차를 마시는 코스튬플레이 카페도 성행하고 있다. 일본의 하라주쿠에는 주말이면 코스튬플레이 복장을 하고 포즈를 취하는 ‘코스튬플레이 전문 거리’도 형성돼 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