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 '왕의 남자'등 캐릭터 등장, 직접 만화 창작·의상 제작도

국내 코스튬플레이가 소개된 것은 10년 남짓이다. 일본문화가 본격적으로 개방된 1995년을 기점으로 들어온 탓에 초창기 국내 코스튬플레이는 일본만화나 게임,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표현하는 것이 주류를 이뤘다. 이로 인해 신세대들이 아무런 의식 없이 일본문화를 답습하고 있다는 부정적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청소년의 놀이문화로 인식된 코스튬플레이가 점차 향유계층이 늘어나면서 매년 수십 개의 이벤트와 공모전이 열릴 정도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대장금’ ‘왕의 남자’와 같은 한국형 캐릭터와 스스로 만화를 창작하고 의상을 제작하는 3세대 코스튬플레이도 등장했다.

■ 30~40대도 즐기는 문화



코스튬플레이는 90년대부터 신세대의 새로운 문화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캐릭터 세대의 대표적인 유행이자 놀이문화다.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 애니메이션 마니아들 사이에서 코스튬플레이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아카(ACA, 전국아마추어만화동아리연합)에서 만화축제 때 코스튬플레이 공연을 무대에 올리면서 급속히 퍼져나가게 됐다.

지금은 지스타나 춘천국제마임페스티벌, 부천국제만화축제, 캐릭터페어 등 각종 행사에서 코스튬플레이 공연이 등장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이들은 대형 행사에 만족하지 않고, 양재동 AT센터 등 주요 거점을 정해놓고 수시로 번개를 통해 모임을 갖기도 한다.

코스튬플레이를 즐기는 것은 청소년층이 대부분이지만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성인들까지 그 층이 매우 다양하고, 점차 대중화되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동호회나 카페는 활성화된 곳만 해도 수백 개가 넘는다.

이와 함께 초보 마니아를 위한 코스튬플레이 의상이나 소품을 제작하거나 판매 및 대여하는 사이트도 늘고 있다. 스튜디오를 차려놓고 전문적으로 코스튬플레이 사진을 찍는 사진사까지 등장했다.

코스튬플레이 동호회 ‘물파스닷컴(www. MOOLPAS.com)’의 회원수만 13만 명에 육박한다. 눈여겨 볼 점은 회원의 나이대다. 대다수가 청소년과 대학생이지만, 회원의 13%가 30~40대로 구성돼 있고, 50대 이상도 5%나 된다.

국내 30~50대 인구 중 3~4만 명이 코스튬플레이 문화를 즐기고 있다는 말이다. 이 중에는 대학교수나 대기업 회사원 등도 포함돼 있다. 코스튬플레이가 더 이상 일부 마니아만의 문화가 아니라 대중문화화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코스튬플레이 패션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위)
코스튬 플레이, 국내 코스튬플레이는 <공연> 형태로 변하고 있다(아래)

■ 3세대로 진화하는 한국형 코스튬플레이



일본 색채를 벗어나 코스튬플레이의 토종화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대장금’, ‘왕의 남자’ 등 한국의 영웅이나 한국 드라마 및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또는 ‘라그나로크’와 같은 국내 게임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 또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지난 7월 27일 코엑스 인도양홀에서 열렸던 8회 청강 전국 코스튬플레이 콘테스트에서는 조선 시대 진법인 원앙진(鴛鴦陣. 낭선, 등패, 장창, 당파를 지닌 병사들이 조를 이루어 서로 도와가며 전투를 치르는 진법)을 모티프로 한 작품과 드라마 ‘태왕사신기’무대를 재현한 팀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국내 코스튬플레이의 또 다른 변화는 기존에 존재하던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만화를 창작하고, 그 만화 속 주인공을 표현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는 점이다. 즉, 코스튬플레이를 위해 스스로 만화를 그리고 그 주인공을 표현하는 코스튬플레이어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 코스튬플레이 콘테스트에 출전한 연세대학교 재학생 김연주 씨는 ‘魅世至 (매세지)- 부제: 도깨비와 인간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창작 만화를 제작한 후 그 캐릭터를 코스튬플레이를 통해 다시 한번 표현했다. 김 씨는 “코스튬플레이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는 무궁무진하지만, 직접 그린 창작 만화 속 주인공을 표현해 보고 싶어 출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코스튬플레이에 참여하는 팀의 90% 이상이 일본의 만화주인공이나 연예인을 모방한 것과 대조되는 현상이다.

코스튬플레이 전문가인 조영아 청강문화산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코스튬플레이 동호회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관련 산업이 성장하는 등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된 젊은이들이 스스로 만화를 창작하고 그 주인공을 코스튬플레이로 재탄생시켜보려는 새로운 움직임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코스튬플레이가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일본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본은 그들이 좋아하는 만화나 게임 캐릭터를 그대로 흉내 내는 것에 비중을 둔다.

그래서 사소한 비주얼 하나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우리나라의 코스튬플레이는 캐릭터를 무조건 똑같이 만드는 것보다는 캐릭터를 엄밀하게 분석한 후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에 더 비중을 둔다.

이것이 일본과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일본의 코스튬플레이는 사진 찍기에 치중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는 ‘무대 코스’가 인기를 끄는 것도 대조적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