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게임 등 활용도 높아 원소스 멀티유즈에 안성 맞춤

세계 각국은 21세기 패권이 문화콘텐츠에 있다고 판단하고 문화산업을 국가 아젠더로 정하여, 강력한 진흥 정책을 앞다투어 추진 중에 있다. 문화콘텐츠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미국은 물론 일본의 ‘지적재산 추진전략’, 영국의 ‘창조산업 발전전략’, 중국의 ‘문화산업기지 건설 전략’ 등이 그 좋은 예이다.

이러한 ‘문화콘텐츠’ 전쟁 시대에 한류에 기댄 콘텐츠의 반짝 인기에 머무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글로벌 킬러콘텐츠를 탄생시키기 위한 토대 마련이 시급하며, 이때 언급되어야 할 것이 콘텐츠 고부가가치의 핵심인 OSMU라고 할 수 있다.

OSMU(One Source Multi Use)란 하나의 원작(source)이 다양한 분야나 장르에서 활용되면서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비즈니스 구조를 일컫는다. 창구효과(Windows effect)라고도 불리며, 다매체 시대, 플랫폼 다변화 시대에 필수적인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이다.

예를 들어 ‘해리포터(Harry Potter)’는 2007년 한 해 동안에만 3억 달러를 벌어들였고, 해리포터 시리즈는 지난 10년간(’97~’07년) 전 세계 65개 언어로 번역되어 약 3억 7,500만 권(약 3조 원, 2008년 1월 기준)이 판매되었으며, 5편의 시리즈 영화로 제작되어 44억 8,549만 달러(약 4조 5천억 원)를 벌어들였다.

또한 인터넷, 광고, 음악, TV, 게임, 캐릭터, 관광 분야까지 OSMU 비즈니스를 전개해 총 308조 원의 매출을 발생시켰다. ‘해리포터’는 영국 창조산업의 핵심분야인 출판으로부터 시작해 영국 경제에 매년 6조 원의 기여를 하는 성장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 OSMU의 꽃, 만화콘텐츠

특히 만화는 캐릭터와 이미지가 결합된 그림과 세계관과 서사구조로 표현되는 스토리로 구성된 가장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 아이템으로, 원작 활용도가 높아 OSMU에 가장 적합한 매체다. 만화는 이미 시장성이 검증된 원작과 탄탄한 스토리 구조, 그리고 단순히 원작 활용의 차원이 아닌 드라마나 영화, 게임 등으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팬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OSMU로 인기가 높다.

미국은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라이선스로 이어지는 캐릭터 비즈니스를 전개한다. 미국 만화산업의 양대 축인 DC코믹스와 마블코믹스는 각각 <슈퍼맨>, <배트맨> 등 전통 수퍼 히어로 중심과 <스파이더맨>, , <헐크>, <아이언맨> 등 트라우마 히어로 중심의 프랜차이즈 영화로 히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마블엔터프라이즈의 매출구조(’07년)를 살펴보면, 총 4억 8,580만 달러 중에서 장난감, 영화, 비디오게임, TV 프로그램, OVA, 레저관광, 프로모션, 디지털만화 등 라이선싱 매출이 2억7,270만 달러로 56.1%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출판만화가 애니메이션, 드라마, 게임, 영화 콘텐츠의 원작으로 연계되는 OSMU 체계가 산업구조로 확립되어 있다. 예컨대, 만화원작의 OSMU 제작 사례로 <드래곤볼>, <세일러문>, <짱구는 못말려>, <도라에몽>, <신세기 에반게리온>, <노다메 칸타빌레>, <데스노트> 등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특히 일본의 3대 만화출판사인 고단샤, 쇼각칸, 슈에이샤는 만화잡지의 연재를 통해 대중의 인기를 기반으로 영화 및 애니메이션 등의 영상화를 전개하는데, 쇼각칸은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일본침몰> 등이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신의 물방울>로 유명한 고단샤의 원작은 최근 3년간 15편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일본은 주간지부터 월간, 부정기 간행물까지 300여 개 이상의 만화잡지가 출판되어 연간 10억 부 이상이 발행되고 있다. 일본의 만화산업은 애니메이션의 후방기지로서 연간 6,400여 개의 이야기(타이틀 수)가 만화잡지에서 탄생하고 있다.

지난 42년간(1963~2004년)의 역사에서 TV 애니메이션 총수 중 52%가 만화나 명작에 원작을 둔 작품이다. 이는 약 4,700여 명의 전문만화가(연재잡지 가운데 전문만화가 약 3,200명, 단행본 및 단발 연재 전문만화가 약 1,500명)와 동인지를 발행하는 4만8천여 명의 아마추어 만화가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영화로 재탄생한 마블코믹스의 인기 캐릭터 '아이언맨'(위)
허영만의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타짜'의 한 장면(아래)

■ 한국에서의 만화사업의 현황과 전망

우리나라도 최근 인기 만화의 TV 드라마 성공으로 영화, 게임 제작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예컨대, 만화원작의 게임 및 TV 드라마 제작 사례로 <리니지>(’98), <라그나로크>(’02), <다모>(’03), <풀하우스>(’04), <궁>(’06), <쩐의 전쟁(’07), <하얀거탑>(’07), <커피프린스 1호점>(’07), <식객>(’08), <타짜>(’08)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만화단행본 3대 출판사인 대원씨아이, 학산문화사, 서울문화사는 애니메이션, 드라마, 게임 등으로 미디어 믹스 및 부가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2천만 부 이상 판매를 기록한 만화 <그리스 로마신화>는 작가의 인지세만 120억 원이 되는 가히 신화에 가까울 정도로 성공한 사례다.

뿐만 아니라 총 24권 분량으로 영국시장을 필두로 일본, 미국 등 70여 개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이를 발판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 사업도 전개할 예정에 있다. 향후 이현세 감독의 골프만화 ‘버디’는 기획만화로서 충실한 전략에 따른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할리우드를 비롯한 세계시장은 시장성이 검증된 원작(만화, 소설 등)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만화, 소설 등의 원작 활용도가 높아 인기 있는 원천 콘텐츠(One Source)가 고갈되고 있는 현실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참신한 기획력을 가지고 독창성 있는 작품을 생산해내야 한다. 이제 출판만화도 소재 빈곤과 식상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규 포맷을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 <히어로즈>, <원티드> 등과 같이 성인취향의 만화인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은 전 세계 트렌드가 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융합으로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의 온라인 멀티 플랫폼에 적합한 디지털 만화콘텐츠 포맷 개발도 시급하다. 이제까지의 성공적인 사례를 기반으로 이러한 세계적 트렌드에 주목하여 창작 단계에서부터 활용까지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고석만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 smko@koc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