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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책에 길을 묻다] '책 안 읽는' 한국인 편견을 깨다
성인 연평균 독서량 12.1권, EU·미국보다 높은 독서율 상식 뒤엎어
즐겨보는 도서 소설이 1위… 대부분 서점서 직접 보고 선택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주책없이 어른거리던 늦더위도 물러나고 완연한 가을이다. 계절이 바뀌면 습관처럼 자신을 돌아보고 무언가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게 우리네 일상.

아마 삶에 조금이나마 진지함을 덧칠하거나 변화를 주려는 심상일게다. 책 읽기는 그러한 ‘시도’에 제법 괜찮은 자양분이다. 독서를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기초체력’이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내면을 점검하고, 삶의 조건들에 거리를 두고 살펴볼 수 있는.

이러한 독서를 한국인은 얼마나 자주 할까?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연구소,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자료를 토대로 한국인의 독서 실태를 분석했다.‘상식을 깨는’ 통계와 뉴미디어 출현에 변화를 모색하는 출판시장의 노력이 눈길을 잡는다.

■ 누가 한국인을 무식하다 하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인들이 책을 잘 읽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가을을 독서의 계절로 지정한 것 역시 “원래 책을 잘 읽지 않지만, 가을은 특히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라는 풍문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결과부터 말하자면 한국인의 독서량은 결코 적은 편이 아니다.

‘2007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76.7%는 “1년 동안 한 권 이상의 일반 도서를 읽었다”고 대답했다. 이들 중 62.8%는 “한 달에 한 권 이상” 책을 읽는다. 전국 초중고등학생 2,7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학생의 한 학기 독서율은 90.6%였다.

성인 10명 중 2 명 이상이 ‘1 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사태를 개탄할 수도 있지만,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독서율은 꽤 높은 편이다. EU와 미국, 우리나라의 고등학생과 성인 독서율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한국인은 EU 평균 및 미국인보다 책을 많이 읽는다. (도표1 참조)

1년간 단 한 권도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을 포함해 우리나라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12.1권이다. 일 년 평균 독서량은 초등학생은 22.4권, 중학생 10.7권, 고등학생 7.4권으로 고학년에 진학할수록 학업 등을 이유로 독서량이 줄어듦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월평균 독서량을 일본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성인과 중,고등학생 모두 일본인보다 많은 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성인이 한 달 평균 1.8권을 읽는 데 비해 일본은 1.5권을 읽었다

. 또한 월 평균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이 각각 3.5권, 1.9권을 읽었으나 일본의 중고등학생은 3.4권, 1.6권을 읽었다. 우리와 달리 손바닥 크기의 문고본과 신서판의 비중이 많은 일본시장을 감안하면, 한국인의 독서량이 결코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독서율이 높은 이유는 뉴미디어 환경에서도 여가 생활에서 독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여가활용에는 TV 시청이 24.1%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지만, 독서는 9.6%로 2위를 차지해 3위인 인터넷하기(9.0%)와 비슷한 비중을 차지했다. “인터넷, 핸드폰 이용이 늘면서 독서시간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가”란 질문에도 ‘별 다른 변화 없다’고 대답한 성인이 전체의 57.4%를 차지했다.

지난 해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독서 시간은 평일 33분, 주말 35분이며 초ㆍ중ㆍ고등학생은 평일 45분, 주말 51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 선호도 1위는 문학

텔레비전 콘텐츠 중 드라마는 특별한 위치에 있다. 사실을 바탕으로 만드는 뉴스, 다큐멘터리와 달리 허구의 스토리를 밑천 삼아 대중에게 판타지를 심어준다. 4년에 한번 씩 돌아오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제외하고, 40~50%대의 메가 히트급 시청률을 달성하는 콘텐츠는 드라마가 유일하다. 때문에 엄청난 제작비를 투자하고, 드라마 방송 전부터 제작 발표회를 여는 등 다양한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출판 분야에서 이런 호사를 누리는 건 단연 문학이다. 지난 해 12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즐겨보는 도서 분야로 ‘일반소설’을 꼽은 응답이 1위(19.7%)를 차지했다. 중ㆍ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소설은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도표2 참조)

이는 지난해 출판 시장에도 반영돼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조사한 분야별 출판시장규모에서 문학은 전체 시장의 10.64%를 차지하며 아동용 도서에 이어 2위 규모를 자랑했다. 진입장벽이 높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던 문학 시장은 몇 해 전부터 ‘랜덤하우스중앙’ ‘웅진씽크빅’ 등 자본력과 영업력을 갖춘 대형출판사들이 투자를 시작하면서 출판시장 구도를 바꾸고 있다.



■ 내 책은 내가 고른다

신문의 서평과 책 추천 방송 프로그램이 출판시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던 시절이 있었다. 연예인과 정치인 등 유명인사가 추천하거나 쓴 책은 베스트셀러 보증 수표가 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독자들은 스스로 책을 고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점에서 직접 책을 보고’ 고르는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신문잡지의 책 소개를 보고 고른다는 대답은 10%를 차지하지 못했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고 고른다는 대답도 7.4%에 머물렀다. 문학 이외 서적의 경우 친구와 직장 동료 추천이 책을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도표 3. 참조)

한편 독서율과 독서량에도 불구하고, 우리 출판계는 몇 년 째 ‘불황’을 외치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등 뉴미디어 출현과 더불어 출처를 알 수 없는 ‘공짜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0년간 출판 시장 규모를 비교해 보면 명확해 진다. 98년 출판 시장 추정액은 3조 7,764억 원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난해 출판 시장 규모 역시 3조 1,461억 원으로 인플레이션을 감안한다면 마이너스 성장이나 다름없다.(대한출판문화협회 납본자료 통계 기준) 이런 사실에 대해 출판 전문가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다른 정보 수단과 공존하는 방식을 찾든가 공급을 줄여야 한다. 근본적인 고민과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해결의 열쇠 또한 출판계와 독자가 쥐고 있는 듯하다. 독서 장려를 위해 출판사, 정부, 학교 등에 바라는 점을 자유롭게 응답하게 한 결과 독자들은 출판사에 바라는 점으로 ‘도서 가격 인하(26.6%)’와 ‘양서 출판의 활성화(11.2%)’를 꼽았다. 양질의 콘텐츠와 적정한 가격이면 얼마든지 유료 정보를 구입할 용의가 있다는 말이다.

청명한 가을은 독서를 권한다. 나른한 일상에서 벗어나거나 지친 삶에서 깨어나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의 삶, 우리의 세계를 변화시켜 보라고. 책에는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이나 포털 사이트의 가십거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지혜와 재미, 정보의 바다가 무한으로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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