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 홍콩에 법인 설립 'K옥션' 日과 전략적 제휴 마카오 경매 준비

미술 시장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국내 대표 경매 회사들은 해외 미술 시장으로 눈을 돌려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위기에 대처해 나가고 있다. 이미 국내 미술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것 또한 경매 회사들의 해외 진출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가장 먼저 ‘서울옥션’은 크리스티가 석권하고 있는 홍콩 미술 시장에 아시아 경매사로는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7월 홍콩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최근 첫 경매를 실시했다.

홍콩은 현재 아시아 현대미술 시장의 허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홍콩의 미술품 경매 시장은 뉴욕과 런던에 이어 제3의 글로벌 마켓으로 급성장하면서 매출액만해도 2004년 2,900억원이었던 것이 2007년 7,6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홍콩에서 경매를 여는 회사는 크리스티와 소더비, 본햄스 3곳에 불과했지만 서울옥션의 법인 출범으로 그 네 번째 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된 셈이다. 무엇보다도 서울옥션은 아시아 경매 회사 가운데 최초의 홍콩법인 설립이라는 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서울옥션의 홍콩 진출 이후 현지에서 첫 경매가 진행된 지난 10월 7일에는 현장 응찰자 150여 명을 포함해 200여 명의 컬렉터가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전체 출품작 122점 중에서는 80점이 낙찰돼 65.6%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경매에 출품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대작 유화 <판화판, 거울, 과일그릇 정물화>(1972)는 6,837만 홍콩달러(약 93억원)에 낙찰됐다.

아시아현대미술품 경매 시장 최고가 경신을 기대했지만 지난해 7,536만 홍콩달러에 거래된 정판즈의 1996년 작품 <가면>시리즈가 보유한 기록을 깨지는 못했다.

계속해서 리히텐슈타인의 작품과 함께 ‘윌렘 드 쿠닝’의 1982년 작품 <무제XVI>와 백남준 화백의 <첼로> 등 일부 고가 작품들도 낙찰이 됐고, 안성하, 이환권, 지용호, 권경엽 등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인기를 끌어 전반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특히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지난 10월 5일 20세기 중국 미술품을 다룬 홍콩 소더비 경매의 낙찰률이 35%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큰 성과를 거둔 셈이다.

물론 서울옥션이 처음부터 선전을 보인 것은 아니다. 빠르게 치솟는 홍콩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로 작품 가격 산정이나 환율 적용 기준 등과 업무 진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에 서울옥션 측은 “불과 몇 달 사이에 20%가량 환율이 올라 경매 결과에 큰 변수로 작용했지만 힘든 환경에도 불구하고 얻은 결과에 비교적 만족한다”며 “매년 홍콩 현지에서 두 차례 경매를 실시해 2010년까지 홍콩 경매 시장의 10%인 700억원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옥션의 설립자인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은 어려운 미술 시장 상황과 관련해 “한국 작가들에 대한 해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해외 진출이 바람직하다”며 “홍콩 이외에 모스크바나 인도 등 신흥 미술 시장으로의 진출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고 전했다.

서울옥션과 함께 국내 경매 시장을 이끄는 또 하나의 주축 ‘K옥션’의 움직임도 주시할만하다.

K옥션은 정체된 국내 미술 시장을 탈피하기 위한 탈출구로 ‘마카오’를 선택했다.

일본의 신와아트옥션, 대만의 킹슬리와 함께 마카오에서 경매를 펼치는 것이다. 단독으로 홍콩에 진출한 서울옥션과는 달리 일본 경매 회사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음으로써 리스크를 분산하겠다는 것이 K옥션 측 입장이다.

오는 11월 28일에 마카오 베네치안 리조트 전시장에서 열리는 이 경매는 ‘아시안 옥션 위크 인 마카오’라는 타이틀로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국제경매 행사이다. 초대형 전시장에서 열리는 프리뷰와 경매에서는 한, 중, 일, 대만, 그리고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각국의 대표 컨템포러리 작품들 500여 점을 소개한다.

한국 대표로 K옥션은 100여 점의 엄선된 작품을 내놓는다. 앤디워홀의 를 비롯해 데미안 허스트의 2006년 작품 , 장샤오강의 (1996), 유에민쥔의 (1999) 등 해외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국내 작가들 가운데는 김동유의 2007년 작품 <마릴린 vs 케네디>와 이동기의 <만국기>(2003), 권기수의 (2007)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밖에 이이남, 이윤진, 이호련, 이승민 등 신진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소개한다.

K옥션은 지난달 8일 실시한 경매에서 61%의 낙찰률로 메이저 경매 최저 낙찰률이라는 좌절을 맛 보기도 했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고 해외 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K옥션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까지 미술품 경매 시장은 세 자릿수 이상 고속성장을 해왔지만 올 들어 주춤거리고 있다”며 “정체된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에서 성장동력을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들어 홍콩달러 환율 변동이 극심해지면서 낙찰 추정가를 설정하는 게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마카오는 카지노와 더불어 미술 등 전시산업을 키우려 하고 있기 때문에 마카오 카지노를 찾는 부유한 관광객들이 K옥션 경매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K옥션은 ‘아시안 옥션 위크 인 마카오’에 이어 12월 10일에 국내 메이저 경매를 실시하고, 서울 옥션 역시 12월 11일부터 14일까지 코엑스 인도양홀에서 메이저 경매를 진행한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