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매 성공적… 좋은 작품과 합리적 가격 옥션의 핵심

“달라진 서울옥션의 인지도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해외 시장에서 딜러와 컬렉터들을 만나다 보면 그 쪽에서 오히려 더 반갑게 맞이해줄 때 서울옥션의 존재감이 커졌음을 알 수가 있죠. 홍콩 서울옥션 경매를 실시하고 겪는 가장 큰 변화가 아닌가 싶어요. 뿐만 아니라 이번 경매를 통해 한국 미술과 젊은 작가들이 글로벌 마켓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시아 미술시장에서만큼은 확실하게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도운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미술과 신예 작가들이 본격적으로 아시아 미술시장으로 진출하는 포문을 연 셈이죠.”

지난 15일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만난 이학준(43) 서울옥션 전무이사(20일 서울옥션 대표로 선임)는 서울옥션 홍콩 경매 첫 회를 성공적으로 끝낸 소감을 이야기하며 큰 산을 오르기 위한 첫 발을 겨우 디딘 것 같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가나아트갤러리 국제부장, 서울경매(현 서울옥션) 창립멤버로 20여년간 화랑과 미술품 경매회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는 글로벌 미술시장 전문가답게 한국 미술시장의 현주소와 위상에 대해 안목 있는 진단을 했다.

“한국 미술시장의 위상은 물론 해외 미술계에서의 한국 작가들의 입지가 나날이 높아지고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서울옥션이 경매를 하기 전, 즉 10년 전만 해도 이우환 선생을 모르는 외국 스페셜리스트들이 허다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이우환 선생을 모르는 스페셜리스트들이 없고 또 컬렉터들이 없어요. 결과적으로 이우환, 백남준 선생 같은 국내 대표 작가들의 위상이 곧 한국 미술시장의 위상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와 시장이 상호보완하며 발전해 나가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초반부터 장기적으로 미술 시장이 흔들렸던 이유에 대해 그는 시장의 자정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미술시장은 화랑이나 작가, 컬렉터, 경매사 등과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는 구축이 잘 돼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자정능력은 이를 무색하게 했죠. 그 중심에 바로 잘못된 옥션 시스템이 있었어요. 미술품 가격이 올라가면 올라가는 대로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시장 흐름을 반영하면서 경매가 그 충격을 흡수해줘야 하는데 과거 옥션 시스템은 이런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던 거죠.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는 상황이 180도로 바뀌었고, 옥션이 제 역할을 다하며 시장의 자정 능력을 높여나가고 있습니다.”

결국 시장의 자정 능력을 높이는 옥션의 핵심은 ‘좋은 작품’과 ‘합리적인 작품 가격’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그는 이것이 곧 서울옥션이 지향하는 바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좋은 작품을 섭외하고 적절한 가격으로 그 작품들을 선보여 미술 애호가들에게 보답하는 것이 서울옥션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해외 시장 진출을 늘리는 것도 같은 이유인 셈이죠.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동원해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것이 단기적인 회사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내실 없이 전체적인 시장 기반까지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습니다. 작품과 작품에 맞는 가격만이 경매 시장의 발전을 가져옴과 동시에 한국 미술의 경쟁력을 높이는 초석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국내 대표 경매사를 이끄는 수장이기 이전에 미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한명의 애호가로 불리기를 바란다는 그는 한국 미술시장의 미래에 대해 기본적인 인프라의 잠재력을 근거로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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