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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미디어아트] 예술의 테크놀로지화 생명으로 진화





조충연 미디어 아티스트 nagio99@gmail.com

크리스타 좀머러와 로랭 미그노뉴의'라이프 스피시즈(life species)시리즈'는 온-오프의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는 동시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생성된 종들 스스로 상호작용하며 진화해나가는 가상의 사이버 생명시스템이다. 이로써 창조 과정을 단순히 예술가의 내적 창작의 표현으로 한정짓지 않고 하나의 생명계의 역동적인 과정으로 포착하려고 하였다.




최근 예술과 과학의 통섭을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움(isAT)에서 기조연설자로 초청된 미디어 이론가이자 미디어 아트 작가인 로이 에스콧은 인간이 자신이 발 딛고 있는 물리적 공간뿐만 아니라 사이버공간에 흩어져 존재하게 되거나 사이보그처럼 신체와 기계간의 결합이 일어나는 포스트 생물학적 문화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는 또한 필연적으로 사이버 공간의 원격현전(통신매체를 통해서 어떤 환경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환경 또는 대상을 경험하는 것; 편집자 주)을 통해 개인의 자기 정체성의 확고한 믿음에 대한 동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여기와 다른 곳에 동시에 존재하며 더 나아가 다양한 존재에 여러 자아로 존재하는 분절화와 다수성의 획득을 가져와 서구철학에서 가져왔던 확고한 통일된 자아에 대한 신화가 허물어지게 하는 새로운 인식조건의 조건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 에스콧은 일찍이 그리스어의 ‘마음’과 ‘의식’을 의미하는 ‘누스(nous)’에서 유래하는 ‘노에틱스(noetics)’와 테크놀로지를 결합시킨 ‘테크노에틱(technoetic)’이라는 신조어를 통해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른 현대 예술의 진보적 복잡성을 이해하고 하이퍼 미디어를 매개로 고유의 영역에서 벗어나 확장되어가는 예술과 과학, 의식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그는 ‘See The Unseen(보여지지 않는 것을 보라)’이라는 어느 통신회사의 광고카피처럼 우리의 눈으로는 감지하기 어렵고 복잡한 정보계의 또 다른 매트릭스로 우리를 안내한다. 예전의 카오스와 복잡계의 생성과 의식의 형성과정이라는, 형태와 의미형성이 창발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으로 말이다.

■ 테크놀로지에 함몰되는 예술에 대한 우려


‘창발(emergence)’이라는 개념은 꿀벌이나 개미들이 만들어내는 유기적인 집단적 조직체계의 역동성을 표현한 것으로, 블로깅과 싸이월드에서와 같은 웹2.0에서 볼 수 있듯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어느 순간 자율적인 상호작용을 거쳐 폭발적인 자기 구성의 단계를 가지게 된다.

바로 생명인 것이다. 이 창발의 전제가 되는 인공정신(artificial mind)에 대한 탐구가 그가 바라보는, 아니 오늘날 과학기술과 예술의 통섭을 꿈꾸는 많은 이들의 테크노 문화적 지향점이다.

과학기술과 예술의 결합은 금세기 초 스스로를 엔지니어라고 불려지기를 더 원했던 아방가르드 예술가와 기술낙관주의와 테크놀로지적 역동주의에 취해 있던 미래주의자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시도되었으며 예술창작 행위 대부분이 과학의 은유에 대한 찬미와 테크놀로지의 잠재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예술의 테크놀로지화의 기저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근대주의적, 도구적, 테크놀로지적 합리성이 가지는 한계에 대한 점검이다.

왜냐하면 테크놀로지적 형식에 전체성과 불멸성을 부여하면서 수학적이고 추상적이며 기하학적인 미학을 추구하려던 노력은 예술을 공장생산체계와 같은 표준화와 합리화의 대상으로 변질시켰고, 이와 함께 잉여적이고 장식적, 제의적 가치들은 비테크놀로지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제거되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에 대한 통제가능성을 증대시키는 환원과 추상의 모더니티적 경향의 결과에 따른 테크놀로지적 복제와 디지털 비트화의 증대는 역설적으로 그 복잡성을 더욱 확대시켰고 정의내리기 힘든, 보여지지 않는(Unseen) 부분이 되었다.

■ 현대의 예술가와 과학자에 남겨진 과제

현대예술을 규정하는 원본 없는 복제의 연속, 개조, 아상블라주의 과정(시뮬라크럼)은 이런 모더니즘으로부터 배태된 도구적 합리성 혹은 기능성의 신화로 전적으로 결정되지 않는 미적 운동이다.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미적’ 논리에 따라 복사되고 재조합되고 증식되는 과정, 다시 말해 창발적 과정을 통해 새롭게 규정되는 것이다. 또한 이런 테크놀로지가 가지는 근본적인 불안정화의 추구만이 테크놀로지를 통해 재현되고 배치, 정렬하면서 그리스 시대로부터 이어온 예술, 공예, 기술이 통합된 테크네(techne)로서의 테크놀로지의 근본적 가치를 드러내 보일 것이다.

따라서 예술가와 과학자들은 이분법적이고 도구성에 기반한 유토피안적인 꿈이나 절망의 구분에서 벗어나 이미 하이퍼 미디어화되고 데이터 공간화된 예술창작의 새로운 조건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체성의 형태, 다수의 자기로 새롭게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미학적 실험에 더 노력해야 한다.

또한 테크노문화가 만들어내는 복잡성에 참여하여 탈영역적인 대화와 함께 새로운 문화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포스트 생물학적 인간의 시대에 정체성에 대한 집착은 의미가 없으며 관계성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탈영역적인 대화를 통해 예술가는 압도적인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보다 치열한 미학적 과정으로 발견하려고 노력하며, 과학자는 예술적 직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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