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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치코트의 대명사' 예술이 되다
영국왕실·유명배우 등 애용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꾸준한 사랑




글·최유진 미술세계 선임기자
사진·버버리 코리아 제공



오랜 전통과 뛰어난 기술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온 명품 브랜드는 고유한 철학과 깊은 정신을 담고 있다. <명품의 정신> 코너는 오늘날 ‘고가의 상품’을 대체하는 말이 되어버린 ‘명품’의 참뜻을 되새기고, ‘자본’이 아닌 ‘사람을 향한 존중’을 우선하는 명품 기업의 정신을 높이 평가, 명품이 지닌 문화적 의미를 폭넓게 전하고자 한다. 소개되는 명품은 단순히 이름이 많이 알려지거나 고가 위주의 브랜드가 아닌,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한 물건에 대하여 특정한 의미를 갖고 있는 제품이 될 것이다.

6. 로얄 코펜하겐 – 도자기, 그릇, 7. 겔랑 - 향수, 8. 버버리 - 트렌치 코트, 9. 랑콤 - 화장품, 10. 에르메스 - 가죽제품

가을을 대표하는 옷 ‘바바리’. 비가 내리고 본격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바바리의 계절이 시작된다. 바바리코트는 바람을 따뜻하게 막아주어 싸늘한 날 멋을 내기에도 적격이다.

우리가 말하는 이 옷의 원래 명칭은 트렌치코트지만 ‘바바리’라는 말은 ‘치마’나 ‘잠바’처럼 특정한 옷을 설명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트렌치코트를 대신하는 말이 되어버린 바바리는 영국의 버버리(BURBERRY)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남자용 레인코트를 뜻하는 트렌치코트는(trench coat)의 트렌치는 야전에서 몸을 숨기기 위해 땅을 판 참호를 뜻하는 것으로 트렌치코트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이 참호 안에서 착용했던 장교용 방우외투였다.

버버리는 당시 정형화된 레인코트에 기능성 견장, 가죽 허리띠, D-ring을 디자인으로 응용하여 트렌치코트를 탄생시켰다. 군인들을 참호 속 추위로부터 막아주면서 트렌치코트의 대명사가 되었고 버버리를 즐겨 입었던 영국의 국왕 에드워드 7세가 트렌치코트를 입을 때마다 “내 버버리를 가져오게”라 말했던 것이 트렌치코트를 ‘버버리’라 부르게 된 계기가 됐다.

버버리가 오늘날 영국을 대표하는 전통브랜드로 자리 잡게 된 최초의 지점은 1888년 토마스 버버리(Thomas Burberry)에 의한 개버딘(Gabardine)이라는 천의 개발이었다.

농부와 양치기들은 옷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옷 위에 린넨 소재의 작업복을 걸쳐 입었는데 포목상을 하던 그가 이 작업복을 눈여겨보고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다는 장점을 포착, 새로운 천을 개발한다.

바로 세심한 관찰을 바탕으로 한 여러 번의 시도 끝에 1891년 최초로 버버리 개버딘 레인코트를 선보이게 된 것이었다. ‘순례자가 입는 겉옷’을 뜻하는 스페인어 ‘카발디나’에서 유래한 개버딘은 특수가공 처리를 해 방수, 방한기능이 뛰어나면서도 통기성과 내수성이 뛰어난 천으로 가장 촘촘하게 짜인 이집트산 면에 방수처리가 된 것이다.

이집트산 면은 공기가 잘 통하고 실크 같은 고급스러움을 지녔으며 여기에 더해진 방수처리는 고무가 사용되지 않는 방식으로 버버리만이 제조할 수 있는 비법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버버리는 자유로운 실용성을 중시하는 운동선수나 탐험가들로부터 지지를 받기도 했다.

최초로 남극탐험에 성공한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날드 아문젠 선장도 극동 지방으로의 썰매 여행 때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를 입었다. 가벼우면서도 외풍을 막아주는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는 특히 비행기 조종사와 선장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전문가들로부터 내구성과 기능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비를 차단하면서도 통풍이 잘되고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보온성을 지닌 버버리는 무엇보다 습하고 비가 자주 오는 영국 기후에 매우 적합한 것으로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의 마음에 쏙 드는 것이었다.

1- 버버리 남성용 트렌치코트
2- 버버리 여성용 트렌치코트
3- 버버리 아동용 트렌치코트
4- 버버리 프로섬코트를 입고 있는 기네스 펠트로우
5- 버버리 프로섬 더블트렌치코트를 입은 브레드 피트
6- 개버딘을 개발한 토마스 버버리


그 품질을 인정받은 버버리는 영국 왕실에 제품을 납품하는 지정업체가 되어 에드워드 7세뿐 아니라 에드워드 8세, 죠지 6세, 엘리자베스 2세, 웰즈 황태자에게까지 사랑을 받았으며 1955년에는 영국 여왕으로부터 Royal Warranty를 수여받고 여섯 차례에 걸쳐 수출상을 수상, 옥스퍼드 사전에도 그 이름이 기록돼 있다.

실용성과 편안한 착용감으로 인해 세계 저명인사들이 버버리를 즐겨 입기도 했는데 작가 코난 도일, 윈스턴 처칠 영국 전 수상, 조지부시 미국 전 대통령 등이 버버리 애호가였으며 영국 왕실 식구들의 취향과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애용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버버리는 지적인 이미지를 풍기게 되었다.

영국 왕실 사람들은 패션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세련된 차림으로 패션으로 유행을 선도했던 에드워드 7세, 최고의 멋쟁이라 불리었던 윈저 공, 늘 새로운 패션을 선보였던 다이애나비 등 영국 왕실의 패션에 대한 세상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이들은 버버리를 선택했고 버버리는 영국 정통의 귀족 패밀리 이미지와 잘 어우러졌다.

‘재키 스타일’이라는 말을 만들어 낼 정도로 패션에 큰 영향을 미친 미국의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는 화려한 패션을 추구하면서도 여행 땐 편안한 착용감의 버버리코트를 즐겨 입었고 <딕 트레이시>의 워렌 비티, <페어웰 마이 러블리>의 로버트 미첨,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거트와 잉그리드 버그만 등 최고의 배우들이 버버리를 입고 영화에 출현하는 등 버버리는 뛰어난 패션 감각을 지닌 유명 배우들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로버트 테일러와 비비안 리 주연의 영화 <애수>는 우리나라에 버버리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버버리코트는 영화를 본 남성들의 로망이 되기도 했다.

버버리가 영국의 지적인 전통 브랜드로 평가 받는 데에는 내구성과 실용성을 중시한 ‘합리적 디자인’이라는 큰 배경이 자리한다. 용도에 맞는 소재를 선택하고 편안한 활동성을 중시한 버버리의 디자인은 의복의 기능을 중시한 토마스 버버리의 세심함에 의한 것이었다.

버버리는 유행에 의해 쉽게 변하지 않는 전통적인 디자인으로 그 이름을 확고히 유지해왔지만 브랜드 현대화 작업을 통해 최근 변화된 모습을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전진이라는 의미의 ‘프로섬(prosume)’이라는 말에 현대를 수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버버리프로섬컬렉션은 전통적 가치에 현대적 디자인을 가미하여 버버리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이 낳은 것은 민주주의, 스카치위스키, 버버리’라는 말은 버버리가 영국을 대표하는 것임을 나타낸다. 가장 영국적인 클래식함을 지닌 버버리. ‘패션이 만든 예술작품’이라 불리는 버버리의 트렌치코드는 무엇보다 기능을 중시하는 전통을 바탕으로 한 편안한 착용감을 통해 지적이고 세련된 멋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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