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환시장과 상반된 양상… 외국인 주식매도·수입급증 등이 상승 부추겨정부 성장위주 정책도 한몫… 물가 상승에큰부담

요즘 시중에서 회자되는 우스갯소리로 “내우외환”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우리나라가 안팎으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내우외환(內憂外患)과는 좀 다르다.

상식을 살짝 비틀어 한자를 바꾸었는데 그게 절묘하다. 새로운 내우외환은 한자로 내우외환(內牛外換)이라고 쓴다. 안으로는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난리이고(內牛), 밖으로는 환율 때문에 걱정(外換)이라는 의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환율이 이상급등하고 있어서 관심을 끈다. 지난 3월 달러/원 환율은 1,032원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잠시 주춤거리기도 하였는데, 5월에 접어들면서 상승세에 박차를 가하더니 어느새 지난 고점을 돌파하여 1,050원도 넘어섰다. 환율이 1,000원을 넘어 1,050원선에 이른 것은 2005년 11월25일 이후 2년 반 만의 일이다.

그런데 정작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의 가치가 이처럼 급등하고 있지는 않다. 미국이 달러화 금리를 계속 인하하면서 달러는 주요 통화에 대하여 하락 기조를 이어왔다.

달러화는 유로화 등에 대하여 약세 추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이에 반하여 엔화나 중국의 위안화 등은 달러에 대하여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오로지 우리나라의 원화만이 달러에 대하여 약세이다.

이처럼 유독 우리나라의 원화만이 달러에 대하여 약세이고, 달러 환율이 연일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외환시장에서 수급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유가의 급등이 주된 이유이다.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에서 달러의 공급은 주로 수출업체들의 수출대전 환전으로 이루어지며 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달러 매도 물량도 달러 공급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맞서는 달러의 수요는 수입대금 결제,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투자자금을 회수할 때에 나타난다. 그런데 최근 국제수지가 연속하여 적자이다. 수출에 비하여 수입대금이 훨씬 많다는 뜻. 그리고 이처럼 수입이 많아진 이유는 특히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정유사들의 원유 수입대금 결제 자금이 커졌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르면 작년 무역액을 기준으로 국제수지가 최대 80억 달러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의 가격은 작년 말의 배럴당 89.28달러에서 최근 115달러에 근접하면서 29% 이상 급등하였다.

그러니 이런 상황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올해 국제수지는 240억 달러 가량 악화될 조짐이다. 그리고 이처럼 유가가 오르면서 추가로 늘어난 원유 수입대금 결제를 위한 달러 수요가 외환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환율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둘째.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의 움직임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전에는 국내 주식시장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이들이 공급하는 달러 물량이 외환시장에 넘쳐났던 터. 달러의 공급이 많아지면서 달러환율은 하락세를 나타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내내 국내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는 양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고, 그 대금을 달러로 환전하여 국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고스란히 달러 수요만 커지니 달러환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

셋째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달러환율을 끌어 올리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차관은 이전부터 외환시장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하였던 터. 그런데다 이들은 틈만 나면 성장을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금리를 인하하여야 하며, 또한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환율을 인상하여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외환시장의 외환딜러들이나 혹은 역외 시장의 투자자들이 정부의 이런 방침을 모를 리 없다. 정부 당국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더라도 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보이는 상황에서 외환딜러 등 시장의 참가자들이 정부의 정책의지와 반대 방향의 거래를 하기에는 부담스럽다. 그러니 환율은 하락하기보다는 상승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여러 문제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환율은 경제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친다. 당장 금리도 환율의 영향을 받는다. 지난 5월8일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은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정책금리를 인하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연일 환율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일 금리를 인하하였다면 환율의 상승세를 걷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 해외자금부 외환딜러들이 큰 폭으로 오르는 환율 변동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또한 물가도 문제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밝혔듯이 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수입물가가 문제이다. 예컨대 국제 원유가가 그대로 있더라도 달러 환율이 오르면 주유소의 휘발유 소매가격은 상승하는 법이다.

그런데 국제 원자재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니 환율의 오름세와 함께 물가는 더욱 강력한 상승압력을 받는다. 실제로 4월의 생산자물가지수는 9.7%나 폭등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의 1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생산자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역시 국제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였기 때문. 환율 요인까지 겹친다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정부의 억제 목표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 될 공산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측에서는 환율의 상승세를 멈추게 할 의사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최중경 재정부 차관은 “최근의 환율 상승은 경상수지 적자가 해소되지 않아 달러 수급에 불균형이 생겨서 일어난 현상이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적자문제가 해소될 때까지는 환율이 상승하더라도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과거 최중경 차관이 국제금융국장을 맡으면서 최후의 보루로 여겼던 1,140원까지도 환율이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아직은 목표를 말하는 것이 성급할 수 있겠다. 여하간 달러 환율은 당분간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