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류기업의 조건’이라는 논문을 보면 1위와 2위의 차이는 딱 한가지 뿐이다. 정해진 과업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1등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즉 실천력이 변수라는 뜻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입이 바쁜 반면 부자는 손발이 바쁘다.

부동산으로 일약 부자의 반열에 오른 평범한 주부 장 여사(54). 그는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해야 한다고 떠들어대지만 투자계획을 새우는 사람은 드물고, 설사 투자를 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부자가 되기 위해 합리적인 포트폴리오를 짜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는 평범한 샐러리맨의 아내로 남보다 뭘 많이 알거나 투자를 많이 해본 경험이 없다. 그러나 남들과 다른 특징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한번 마음을 먹으면 반드시 해내야 직성이 풀린다는 점이다.

또 그녀의 장점 중 하나는 뚜렷한 목표의식이다. 대개의 주부들은 둘째 아이를 낳은 후 출산 전 몸무게로 돌아가기가 매우 어렵지만, 그녀의 목표의식과 실천력은 모든 난관을 극복하기에 충분했다. 운동과 ‘담’을 쌓은 그 였지만, 일단 출산 전 몸매로 돌아가겠다고 작정한 만큼 하루 두 시간 이상 몸매 만들기에 매달렸다. 짬만 나면 수영과 헬스로 땀을 뺀 지 2년. 그는 완벽하게 날씬한 몸매로 돌아갔다. ‘그 정도 쯤이야’라고 쉽게 넘길 수도 있겠지만, 출산을 경험해 본 여자의 입장을 헤아린다면 그 것이 엄청나게 힘든 일임을 깨달을 수 있다.

이런 성격의 장 씨의 가정에 변화가 찾아왔다. 남편이 부산으로 회사발령이 난 것이다. 남편은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부산으로 가족이 함께 이사가자고 아내를 설득했다. 하지만 오랜 터전을 버리고 타지로 이사하는 일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고, 부부간의 언쟁이 잦아졌다.

이때 정 씨의 동물적인 본능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우연히 보았던 신문기사가 장 씨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강남지역 학생들이 서울 주요 명문대학에 더 많이 입학한다는 분석 기사였다. 91년 초의 얘기인지라 강남과 강북 집값 차이가 그리 많지 않았을 때 였다.

그녀는 주변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강남지역의 입시학원이 공부를 잘 가르치고, 역 근처에 여가활동에 좋은 스포츠센터가 많다는 점 등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결심했다. 강북에 있던 집을 정리하고 강남으로 가자고. 일단 남편부터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산 발령을 받은 남편의 동의를 받아내는 것이 녹록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의 목표의식과 추진력 앞에서 남편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끝내 짐 보따리를 싸 시댁이 있는 고향 부산으로 혼자 내려갔다. 두집 살림(?)이 시작된 것이다.

그 후 장 씨는 즉시 살던 집을 전세 주고 강남의 15평형 소형아파트를 대출을 안고 장만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한 행동이 잘한 행동인지 잘못한 행동인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녀의 판단이 옳았음이 증명됐다. 작은 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즈음인 2002년 가을, 강남 집 값은 재건축 바람을 타고 구입가격보다 무려 5배 이상 상승했다.

그녀는 지금 소유 부동산이 15억 원대이고 부채가 전혀 없다. 그 동안 투자지식과 금융지식을 쌓아 부동산 자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펀드투자와 금융자산 운용으로 현금 자산 5억원 까지 보유하게 됐다. 20억 자산가로 ‘작은 부자’의 반열에 올라 안정적인 노후를 설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녀의 투자원칙은 간단하다. 첫째 모르는 곳에 투자하면 안 된다, 둘째 부동산 투자는 생활투자다, 셋째 시간투자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뚜렷한 목표의식과 실천력으로 진득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기 위해서는 앞으로 달리는 방법밖에 없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무슨 일을 만들려면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뜻이다. “운이 좋았서” “부모를 잘 만나서” 남들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 부자들은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 문승렬 약력

부자특성연구소 회장

'한국부자의 부자일지', '한국부자 세븐파워의 비밀' 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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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렬 국민은행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