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들의 눈과 귀가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쏠려 있다. 연일 전해지는 올림픽 금메달 소식에 폭염도 잠시 잊을 정도다.

제29회 베이징 하계올림픽은 거대 중국답게 거창하고 화려하게 열리고 있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공룡 중국’의 진면목을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공언해온 터다.

특히 이번 올림픽이 눈길을 끄는 것은 참가국 숫자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회원으로 가입된 205개국 중 단 1개국을 빼고 모두 참가했다고 한다. 역대 최다 참가국 숫자를 기록했던 제28회 그리스 아테네올림픽 때보다도 2개국이 더 많다.

사실 IOC나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도 당초 역대 최다 참가국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치 않았다. 아직 냉전의 기운이 조금은 남아 있고, 중국 내부의 정치상황도 복잡해 불참국이 많을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런 예상을 깨고 베이징올림픽이 사상 최다 참가국을 기록한 까닭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시장’을 염두에 둔 각국의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실 중국은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무한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자칫 올림픽에 불참했다가 중국 정부로부터 미운 털이 박히면 안 된다는 정치, 경제적 이해타산이 각국으로 하여금 베이징올림픽에 달려가게 만든 이유라는 것이다. 미국은 아주 드물게 대통령까지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고, 이명박 대통령도 달려갔다.

한국 기업들도 이번 올림픽을 중국시장에서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CEO는 물론 대다수 기업 총수까지 올림픽 기간 동안 적어도 한번 이상 베이징을 다녀올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필자도 올림픽 직전에 중국을 다녀왔다. 그 동안 수없이 중국 각지를 다녀봤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을 방문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그것은 “왜 아직도 중국의 정치체제가 사회주의 국가일까?”하는 것이었다.

옛말에 ‘비단 장사 왕서방’이라는 말이 있다.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이 말은 중국인들의 철저한 상인정신을 빗댄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13억 명에 달하는 중국 인구 중 약 5,000만 명이 수백억 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부자라는 통계도 있다. 얼마 전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국제 원유시장에서는 그 원인이 중국인들의 무차별적인 투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돌았다.

어쩌면 중국인만큼 철저한 자본주의 정신을 가진 민족도 없을 듯하다. 실제로 중국인들과 사업을 해보면 이 말을 실감한다.

얼마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유명 카지노가 부도를 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마카오에 초대형 카지노들이 들어서면서 중국인들이 라스베이거스를 떠나 마카오로 가버린 탓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동남아 시장이 중국 화교들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은 반 세기 전의 일이고, 미국 및 유럽 금융시장의 실세로 중국인들이 등장한 것도 수십 년 전이다.

필자는 이번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인들의 자본주의 정신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미 ‘돈맛’을 안 중국인들에게 올림픽은 잠재되어 있던 그들의 ‘상인의식’을 더욱 일깨워 주는 방아쇠가 될 게 틀림없다.

한국 기업들도 더 이상 중국인들을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 중국시장을 ‘노다지 시장’쯤으로 생각하다간 큰 코 다치게 될 것이다. 베이징으로 달려가는 한국의 경영인과 기업 총수들이 꼭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중국을 바로 알고, 대처해야 할 시점이다.


재벌닷컴 대표이사 정선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