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전무(40)와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38)은 가장 주목받는 재계 2세다.

한국 최고의 재벌 가문인 삼성가와 현대가의 유력한 차세대 경영권 승계자인 그들이 세상의 이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의 관심사가 되고,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화제거리가 되기도 한다.

솔직히 그들을 바라보는 보통 사람들의 시선 속에는 긍정적 의미의 부러움과 부정적 의미의 질시가 공존해 있다. 그런 감정은 때때로 극단적인 모습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은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요구한다. 하지만 세상 인심은 묘해서 정작 그들에게 ‘노블레스’의 대접은 꺼린다. 그래서 그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세상 살기가 훨씬 더 불편한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두 사람과 깊은 친분을 갖고 있진 않지만, 먼 발치에서 바라본 적이 있다. 필자가 느낀 이재용 전무는 매우 감성적인 캐릭터의 소유자였다.

언젠가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서 그가 운동하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본 적이 있다. 동반자들이 가족인지 회사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한 동작 한 동작이 매우 진지했다. 공이 잘 맞을 때면 어린아이처럼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기도 했다.

이 전무는 수줍음이 많은 듯했다. 우스갯소리에 쉽게 얼굴이 붉어지고, 남들과 시선을 마주치면 어색해 하며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상대방이 흥미로운 얘기를 하면 눈빛을 반짝이며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순박하기 그지없다.그것이 그의 본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필자가 느낀 이재용 전무는 적어도 오만할 것만 같은 ‘삼성가의 황태자’는 아니었다.

정의선 사장도 그런 점에선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정 사장과 사적인 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마침 그 때 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두 사람의 대화가 어찌나 평범하고 다정스럽던지 샘이 날 정도였다. 무얼 먹고 있느냐, 아이들은 학교에서 왔느냐, 저녁 시간에는 무얼 하느냐 등등.

정 사장의 골프 실력은 정평이 나 있다. 특히 그의 장타력은 성격만큼이나 화끈하다. 그러니 대부분의 동반자들은 그의 실력에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는 동반자가 실수라도 하면, 당사자보다 더 속상해 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동반자가 제 기량을 찾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는 배려심도 있다.

필자가 이재용 전무나 정의선 사장에 대해 가진 생각은 한마디로 ‘보통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론 한국 최고 재벌가의 주인공들인 만큼 재산이나 삶이 보통 사람들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뚱맞은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이나 생각하는 것들은 보통 사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나는 음악소리에 맞춰 몸을 흔들고,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가슴에 숨겨두고 말하지 못했던 사연들을 털어놓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다. 다만 보통 사람들은 다른 사람 앞에서 감정을 드러낼 수 있지만, 그들은 숨겨야 하는 거북함이 있을 뿐이다.

필자는 그런 그들의 참모습을 보면서 한국 재계의 미래는 밝다고 확신한다. 그들이 나중에 최고 경영자의 위치에 올랐을 때도 지금의 그런 모습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세상 사람들이 따뜻한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는 것도 전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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