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인문 사회 입시에서 가장 큰 복병은 로스쿨 도입이다. 로스쿨은 대학을 졸업해야 입학할 수 있는데 대학 입시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문외한이 보기에는 대학입시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입시 전문가들은 로스쿨 도입으로 입시 판도가 예년에 비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 때 가장 큰 변화를 겪을 대학으로는 고려대를 지목하고 있다.

로스쿨이 대학 입시에 영향을 주는 것은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모집 인원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로스쿨을 인가 받은 대학은 학부 과정에서 법학과나 법과대학으로 신입생을 선발할 수 없도록 법규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상위권 대학의 법과대학은 모두 폐지된다. 이들 대학은 대신 기존 법대 학부 정원에서 로스쿨 정원의 75%를 제외한 ‘잉여정원’을 다른 모집 단위로 선발한다.

예를 들어 고려대의 경우 기존 학부 입학 정원이 223명인데 로스쿨에서 120명을 인가 받았으므로 90명(120×0.75)이 줄어든 잉여 정원 133명(223-90)만 다른 학부에서 선발할 수 있다. 이렇게 로스쿨 도입으로 전국적으로 약 1500여 명의 학부 정원이 줄어들고, 서울 시내 대학에서만 700여명이 감소한다.

상위권 대학에서 입학 정원이 줄어들면 연쇄적으로 합격선이 상승하여 중상위권 대학까지 영향을 미친다. 예년에 보면 고려대 법대 합격자 223명은 서울대 중상위권 학과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었으며, 연세대나 성균관대 법대에 합격한 수험생들 중에도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는 성적을 가진 수험생들이 다수 있었다.

이들은 올해 당연히 서울대를 지원하여 합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서울대 상위권 학과는 물론 중하위권 학과까지 합격선이 크게 상승할 것이다.

대학입시만 놓고 볼 때, 로스쿨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보는 대학은 고려대이다. 그 동안 고려대 법대의 합격선은 높을 때는 서울대 경영대학과 같은 수준이었고, 아무리 낮아도 인문계열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고려대 법대에서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는다면 이들 우수학생들은 서울대 중상위권 학과나 경찰대, 모 대학의 글로벌경영으로 빠질 공산이 크다. 고려대가 로스쿨을 반납하고 법대를 그냥 살리겠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형행 사법고시에서도 평균 160명 정도를 합격시키고 있는데, 로스쿨로 달랑 120명만 할당 받고, 게다가 최상위권 상위권 학생들을 고스란히 타 대학에게 뺏긴다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다.

물론 고려대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모집 단위나 학부를 신설한다면 어느 정도 최우수학생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 고대 법대의 영광은 누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은 성균관대도 마찬가지이다. 성대 법대 합격생의 대부분은 연고대 중상위권학과에 합격할 수 있는 수험생들이다. 로스쿨로 성대 법대에서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으면 이들의 대부분은 연세대나 고려대로 빠져나가게 되어있다. 그러나 성균관대는 2008입시에서 한 걸음 빨리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글로벌경영학과를 신설하여 최우수학생을 상당수 확보하고 있는 상태이다.

어떤 대학에서는 로스쿨 잉여 정원을 자유전공학부로 선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학부 4년 동안 전공에 구속되지 않고 법학이나 철학, 외국어 등 로스쿨 준비와 관련 있는 과목을 자유롭게 수강하면서 이른바 '프리로스쿨'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과거 법과대학의 명성을 그대로 이을 수 있는 새로운 단과 대학을 만들기 위하여 고심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법조인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들은 로스쿨로 전환되는 대학이 어떤 방식으로 잉여 인원을 선발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 봐야할 것이다.

■ 신동원 약력

휘문고 교사, 서울시 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 기획부장, 교육정보지 만남 대표, 대치교육문화 포럼 대표,‘ 선생님 어느 대학에 지원할까요’, ‘내신 1등급으로 가는 로드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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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