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 2월 25일 하오 KTX, 버스 타고 귀향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옆자리에 그가 없는 게 아쉽다.

그는 매주 수요일 한국일보에 ‘강준만 칼럼’을 쓰는 전북대 신방과 강준만 교수<1956년 전남 목포생, 성균관대 경영학사(73년), 조지아주립대 신문방송학 석사(84년), 위스콘신대 신문방송학 박사(88년), MBC PD(81-82년), ‘김영삼 이데올로기’(95년), 김대중 죽이기(95년), ‘노무현과 국민사기극’(2001년), 한국현대사산책(1940~1990년대) 18권(2002-2006)의 저자>다.

왜 강준만 교수가 KTX에 같이 타지 않는 게 아쉬운가? 대답이 될는지 모르겠다.

강 교수는 2001년 4월 21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 도전자에 대한 첫 번째 책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인질로 잡힌 한국인은 개혁을 원치 않는다’를 냈다.

그때는 노무현 도전자가 해양부 장관을 그만 두고(3월25일) 본격적으로 선거에 나선 때다.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그때를 요약해본다.

<<…이제 이 책과 나의 정체를 미리 아신 독자들께서는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선 이 책은 노무현을 위한 게 아니라 한국 정치를 위한 것이라는데 동의하여 주신 것이라고 믿고 싶다. 아니 동의하지 않으셔도 좋다. 다만 정치와 관련해서 현재 한국사회에선 ‘국민 사기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는 데에 동의하시는 것만으로 족하다.

… 노무현은 97년 11월호 ‘사회평론 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이때 노무현은 96년 총선 출마해 종로구에서 낙선) “지금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정치는 믿을 수 없다.’, ‘정치인은 거짓말쟁이다’ 이런 것이다. 이런 불신을 신뢰로 바꾸는 것이 한편으로 추상적이긴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거다.”

나(강준만)는 노무현의 날카로운 안목과 그걸 쉽게 표현할 줄 아는 탁월한 감각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강 교수는 대선이 무르익어가는 2002년 4월 ‘노무현과 자존심-2002년 대선을 향한 강준만의 제언’을 냈다. 그는 노무현 도전자를 ‘막말’과 ‘무작정’으로 깎아 내리는 칼럼니스트들에 맞서 이 책을 냈다. 한 대목을 요약하면-

<<나는 ‘노풍’의 핵은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국민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일년 전에 낸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바 있다. “한국인은 정치가 썩었다고 침을 뱉으면서도 기존 정치판의 문화에 저항하는 정치인은 ‘지도자감’이 아니라고 배척하는 사기극을 천연스럽게 저지르고 있다. 그렇게 정치를 시궁창에 처박아 넣고서도 개혁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리지 않는다. 누군가에 책임을 100% 전가시킨 후에 다음 ‘쇼’를 기다린다. 나는 이러한 어이없는 국민사기극을 끝장낼 것을 제안한다. 그리하여 지식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불신과 냉소의 바다에서 빠져 나와 기존의 ‘정치 죽이기’게임을 즉각 중단하고 자신에게도 부과된 책임을 이행하는데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강 교수의 동참요구에 호응했는지, 그의 두 책이 효과를 내었는지 노무현 도전자는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창당-탄핵정국-2004년 총선으로 가는 시대는 강 교수에게 2003년 7 ,8월 각각 ‘노무현 죽이기’, ‘노무현 살리기’를 내도록 했다. 이어 탄핵이 있기 전 그는 2003년 11월 ‘오버하는 사회’, 그 해 12월 ‘노무현은 배신자’인가를 냈다.

‘노무현 죽이기’에는 이런 희망도 있었다. <<노무현과 그 일행은 현재 맷집으로 버티고 있다. 그 맷집마저도 마음에 안 든다며 보수부터 진보에 이르기까지 다 돌을 던지고 있지만 맷집 좋은 것도 죄인가? 노무현과 그 일행이여! 꿋꿋하게 버텨라. 내가 장담하지만 곧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다.…. 아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글쟁이로서 ‘보수’ 나 ‘진보’ 노릇하긴 비교적 쉽다. 나는 앞으로 계속 한국인들의 머리와 가슴을 지배하고 있는 ‘강력한 지도자’ 신드롬에 도전할 것이다. 지난번에 낸 ‘노무현 죽이기’ 그 속편으로 내는 이 ‘노무현 살리기’ 모두 그런 도전의 일환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니 내가 그전에 낸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노무현과 자존심’에서도 일관되게 부르짖었던 것은 우리 국민의 자존(自尊)이었다. 노무현을 살려야 한다. 우리의 국익(國益)과 자존을 위해서다>>

강준만 교수는 2003년 11, 12월 각각 ‘오버하는 사회’, ‘노무현은 배신자인가’라는 비평집을 냈다.

정국은 쨍 하고 해 뜰 날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2004년 3월16일자 한국일보의 ‘강준만의 쓴소리’는 일단 중지를 알렸다.

<<강준만의 쓴소리는 오늘로 마칩니다. 강교수는 “(과거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책들을 썼던 사람으로서 져야 할) 책임을 자성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당분간 쉬고자 하며 성원을 보내 주신 독자들게 깊이 감사 드린다”고 전해 왔습니다.>>

그 후 강 교수는 ‘강준만 컬럼’을 수요일마다 다시 쓰고 있다.

봉하마을에 돌아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강준만 교수와 함께 대담집이나 회고록 ‘2003년 2월~ 2008년 2월’을 함께 썼으면 좋겠다. ※2003년 12월 23일자 이 난에 ‘강준만과 노무현’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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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