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데이비드를 다녀온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은 무척 밝아졌다.

그는 4월22일 한나라당 18대 국회의원 당선자 축하 만찬회에서 미국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털어놨다.

<<비즈니스 때문에 미국에 많이 다녀왔지만 이번에 막상 가 보니까 한미 관계의 더 많은 곳곳에 불신이 있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솔직하게 우리 얘기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정도로 불신이 있었나 생각했다.…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얼떨결에 갔지만 마음의 각오와 준비를 많이 했다. 그런데 뜻밖에 처음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한 시간부터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건 국가적으로 큰 행운이었다. … 외교통상부에서 준 자료에는 부시 대통령이 카트를 모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내가 운전대에 앉아 1시간 40분 동안 돌아 다녔다. 첫날 대충 얘기가 다 됐다. 양국간에 많은 불신이 해소됐다. … (부시 대통령을 만났을 때) “지금부터 국익을 위해 뭘 생각해야 하나 라고 생각했고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 했다.>>

이런 감상(感想)이 나오기 전 북한 노동신문 4월21일자에는 ‘리호진’이란 필명의 논평이 실렸다. 제목은 <푸대접에 운 ‘조공사신’>이다.

<<며칠 전 ‘귀빈대우’ 몽상 속에서 미국으로 날아간 리명박이 첫날부터 망신만 당했다.…같은 날 미국을 방문한 영국 수상과 로마교황은 수도 워싱턴 비행장에서 부시 내외의 영접을 받았지만 ‘역도’는 뉴욕 한 비행장에서 국무성 관리의 초라한 영접밖에 받지 못했다. … 리명박 행렬이 시내를 통과할 때도 교통이 마비돼 행사시간을 지킨답시고 차에서 내려 땀을 뻘뻘 흘리며 달음박질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미국언론들도 영국수상과 로마교황 미국방문에는 연일 대서특필했지만 리명박은 거의 외면했다.… 물론 리명박에게는 이 모든 것이 참기 어려운 푸대접이고 망신이지만, 그것은 하수인이 받은 마땅한 대접이다.>>

과연 이 대통령의 방미는 ‘푸대접 이고 망신’이었을까.

아니다. 한국인 2세로 미국 외교안보 분야 최고위직에 있었던 빅터 차<1961년 뉴욕 태생. 한국이름 차동(車東). 콜럼비아대 학사. 옥스퍼드대 석사. 콜럼비아대 정치학 박사(94년). 미국국가안보회의 아시아 국장(2004년), 6자회담 차석 대표(-2007년 4월까지)>. 조지타운 대학 교수인 그는 4월21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했다. <한미 동맹 업그레이드의 계기>가 제목. 이를 요약 하면 ?

<<이명박 한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은 흥분된 정도의 결과가 나온 드문 경우에 속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부시 대통령의 남은 임기뿐 아니라 후임자를 위한 좋은 기초를 다졌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부시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담 장소를 캠프 데이비드로 정한 것은 한미 동맹에 사적인 친분까지 더 하고 싶다는 욕망을 분명하고 신속하게 드러낸 것이다. 그 이유는 분명했다. 두 사람은 기업가 출신-기독교도-정치적인 보수파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 명은 시장을, 다른 한 명은 주지사를 거쳤다. 정상간의 친분은 정부전체가 상대국과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이번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점은 한국의 대통령이 더 이상 한미 동맹을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을 위한 거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대북 정책 측면에서, 양국은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핵포기와 남북협력을 연계시키려 한다는 점 때문에 앞으로 매우 긴밀한 정책조율을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북한간 소위 ‘싱가포르 합의’의 구체적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국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짚을 부분은 북한이 스스로 과거 핵확산활동을 ‘인정’(admit)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이 발표를 대신해주고 북한이 이를 단순히 ‘인지’(acknowledge)가 아니라, 이 합의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과 시리아의 핵확산 등에 대한 우려를 감독하고 검증한 수단을 제공하는가 여부다.…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단순히 기대만 높인 것이 아니라, 한미 동맹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계기를 만들었다. 양국은 모두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빅터 차 박사의 ‘흥분’될 정도의 이번 정상회담 성과 평가에 중앙일보 문창극 주필<1948년 생. 서울대 정치학과 석사.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91년), 논설위원(96년), 서울대 정치학 박사(93년). 주필(2006년-)>이 가세했다.

그는 자신의 학위 논문인 ‘한미 갈등의 해부’에서 지적했던 ‘갈등’이 “이번 정상회담으로 풀어지는 단계에 가서 감회가 있다”고 썼다. 그는 이번 회담으로 “한국은 사춘기를 무사히 넘겼다”고 4월 22일 중앙일보 칼럼에서 썼다.

그는 94년 학위논문 결론에 썼던 글로 칼럼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한미관계의 기본골격은 동서 냉전에 따른 안보협력이었다. 이제 탈냉전 시대를 맞아 두 나라 관계가 과거처럼 지속되려면 안보를 넘어서 탈냉전 협력이 창출되어야 한다. 이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모든 분야의 협력이 과거 안보협력을 대신할 수 있게끔 강조되어야 한다.>>

문창극 주필은 한미 관계의 한쪽인 한국은 이번 정상회담으로 “사춘기를 넘어 성인이 되었다” 라고 결론 내렸다. “더 이상 미국에 기대려고만 해서는 진정한 동반자가 될 수 없다”는 경고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문 주필, 빅터 차 박사와 정담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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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