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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홍보대사로 변한 패션 캐릭터 '피규어'
'피터팬 신드롬' 이끌던 인형이 브랜드 모델로 활약
디올·랑방·샤넬·펜디 등 앞다퉈 신제품 선보여







윤선희 기자 leoelgar@hk.co.kr





미스랑방(위)
폴 스미스 패션피겨‘미니 사이클리스트’, 샤넬 베어브릭(아래)


펜디 베어브릭, 리바이스 베어브릭(위)
모스키노 패션피겨‘피어루이지’, 모스키노 패션피겨‘비아지오 아다지오’(아래)


미스디올
주로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며 ‘피터팬 신드롬’(성년이 되어도 어른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남성들이 나타내는 심리적인 증후군)을 이끌어가던 ‘피규어(figure)’가 변했다.

명품 패션하우스와 손잡고 패셔너블 하면서도 디자인을 강조한 ‘명품패션 피규어’로 재탄생 한 것이다. 게다가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조건부 판매는 남성들 뿐만 아니라 여성들까지도 ‘피규어’에 열광하게 만들고 있다.

피규어는 원래 프라모델(플라스틱모델)의 일종으로 정확한 명칭은 ‘피겨’다. 영화나 만화, 게임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정교하게 축소시켜 만든 피겨는 일반 장난감이나 인형과는 차별화 된 캐릭터 인형이다.

이런 피규어가 이제는 명품 의상을 걸치고, 신발에 액세서리까지 완벽한 명품 캐릭터 인형으로 변신해 브랜드 홍보대사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최초로 전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패션 피규어는 다름아닌 미국 장난감 제조업체 마텔사의 ‘바비’다.

이미 트위기(1967), 오드리 햅번(1998), 엘리자베스 테일러(2000), 셰어(2001·2007) 등 셀러브리티(celebrity) 바비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던 마텔사는 1997년, 디올의 뉴룩 탄생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미스 디올’이라는 바비를 제작했다. 부드러운 어깨선과 잘록한 허리, 풍성한 치마 라인을 한 바비는 크리스티앙 디올의 뉴룩을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호평을 들으며, 패션 피겨의 새로운 역사로 기록됐다.

2006년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바비스토리 서울, 2006’ 전시회를 통해 국내 패션피겨 마니아들은 ‘미스 디올’ 바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매 시즌 지속적으로 피규어를 선보이고 있는 ‘폴 스미스’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이클 레이스 행사인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를 기념하기 위한 리미티드 에디션 아이템 ‘미니 사이클리스트 피겨(Mini Cyclist Figures)’를 선보였다.

100% 수작업 페인팅으로 제작된 폴 스미스의 피겨는 17세 때 불의의 사고로 싸이클 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던 폴 스미스의 열정과 못다한 꿈이 담겨 있기도 하다.

폴 스미스의 미니 사이클리스트 피겨는 마니아들의 컬렉터로 또 연말 시즌과 맞물려 선물용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폴 스미스와 더불어 모스키노 역시 지속적으로 리미티드 에디션 패션 피겨들을 선보이고 있다.

모스키노만의 최상급 패턴을 활용해 벨벳과 펠트, 가죽, 울, 리본 등 다양한 소재로 제작되는 모스키노 패션 피겨들은 밀란, 로마, 파리, 런던 및 베를린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11월 말까지만 판매되기 때문에 희소 가치가 매우 크다.

모스키노 특유의 익살과 재치가 담긴 피겨들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랑방의 신사 앨버 알버즈(Alber Elbaz) 역시 패션 피겨 마니아로 잘 알려져 있다.

직접 인형을 제작하기도 했던 알버즈는 지난해 자신의 컬렉션 가운데 상징적인 의상들을 모아 미니어쳐로 재탄생 시켰다.

그의 오리지널 스케치에 따라 앞으로도 각 시즌마다 여섯 모델의 인형이 제작될 예정이며, 중국 도자기 장식물 컬렉션의 거장 프란츠(Franz)가 손수 제작을 담당한다.

랑방의 패션 피겨들은 의상 디테일은 물론 신발과 액세서리까지 랑방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한다. 물론 채색과 장식 작업 모두 수공으로 이루어지고, ‘미스 랑방’ 이라는 이름의 피겨들은 1, 2, 3 … 각각의 등 번호를 매겨 딱 800개씩 한정 제작된다.

계속해서 명품 브랜드들은 피규어를 패션과 접목시키며, ‘디자인 토이’ ‘디자이너 토이’라는 이른바 ‘아트 토이’ 장르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명품 브랜드마다 자사의 로고를 새긴 ‘베어브릭’ 아이템을 속속 출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베어브릭과 손잡은 첫번째 명품 브랜드는 ‘샤넬’이다. 샤넬 베어브릭은 샤넬의 심벌을 반영해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했다. 코코 샤넬의 옷과 카멜리아 머리장식, 샤넬의 상징인 진주목걸이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베어브릭은 판매조차 되지 않고, 샤넬의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어졌다. 하지만 패션 피겨 마니아들 사이에서 샤넬 베어브릭은 30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에 거래가 되기도 했다.

한편 올해로 탄생 10주년을 맞는 ‘펜디’의 ‘바게트 백’ 역시 10주년 기념의미로 베어브릭을 제작했다. 10가지 색상을 가진 베어브릭 몸에는 바게트 백이 만들어진 해부터 올해까지의 년도가 새겨져 있다. 전 세계 1,000세트만 한정발매 된 펜디 베어브릭은 바게트 백 레귤러사이즈를 구입한 고객들에게 선착순으로 증정됐다.

각 지점 당 50개로 베어브릭 증정 수를 제한했고, 3월 16일 가장 먼저 판매가 시작된 일본 펜디 긴자점, 나고야점, 오사카점, 오모테산도점은 베어브릭을 얻기 위한 사람들이 몰리면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도 ‘에어 포스원’ 출시를 기념하기 위한 베어브릭 ‘에어브릭’을 제작했고, 2006년에는 ‘리바이스’가 리바이스 스토어 진스 디자인 콘테스트를 통해 700개 한정의 베어브릭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렇듯 명품 패션 브랜드에서 패션 피규어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매출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아니다. 패션 피규어를 하나의 작품으로 전시 진열함으로써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기여하고, 동시에 고객들에게는 남들과 다른 ‘특별함’을 제공하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패션 산업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해 명품 브랜드가 단지 럭셔리한 상품을 제공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명품패션 피겨를 제작함으로써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총체적으로 제안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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