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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돌 맞은 '민변'의 어제와 오늘
사회적 약자보호·악법 개폐 운동 '선봉'
전체 변호사 숫자의 5% 수준… 노무현 대통령 당선으로 정치권에도 대거 진출
정법회·청변 등 신·구세대 통합으로 88년 출범
국보법 폐지·한미 FTA 반대 등 굵직한 활동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故조영래 변호사,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지난 1988년 창립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이 오는 28일 스무 돌을 맞는다.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를 내걸고 출범했던 민변은 그 동안 법조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을 변화시켜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변의 역사와 민변이 배출한 법조계 인사를 살펴본다.

■ 시국 사건 변론으로 민주화운동 이끌어



민변은 1986년 결성돼 각종 시국사건 변론을 담당했던 정의실천법조인회(이하 정법회)를 전신으로 한다.

정법회는 1986년 5월 대우어패럴을 시작으로 효성물산·가리봉전자·선일섬유 노조가 실행한 최초의 노동자 동맹 파업인 구로동맹 파업사건 변론을 계기로 생긴 비공개 단체. 당시 1세대 변호사인 홍성우, 이돈명, 조준희, 황인철이 2세대 변호사 조영래, 이상수, 서예교, 박원순, 김상철, 김동현 변호사 등과 함께 이 사건을 변론했다.

이들은 87년 민주항쟁 때까지 권인숙, 박종철, 김근태 등의 고문사건 폭로와 변론을 담당했다. 이밖에 미문화원 점거농성사건, 말지 사건, 이돈명 변호사 구속사건, 이상수·노무현 변호사 구속사건 등 굵직한 시국사건을 도맡아 변론했다.

민변의 또 다른 한 축은 청년변호사회(이하 청변)다. 78학번에서 82학번에 이르는 변호사들이 주축이된 청변은 정법회보다 더 젊고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었다. 이양원, 이석태, 조용환, 백승헌, 유남영, 김형태 변호사 들이 청변의 초기 제안자들이다.

88년 5월 28일 정법회와 청변은 ‘발전적 해체’로 막을 내리게 되고 이어 신구세대 변호사를 통합한 민변이 출범했다. 51명의 변호사 임의단체로 출발한 민변은 <전태일 평전>의 저자이자 권인숙 성고문 사건 변론을 맡았던 고(故)조영래 변호사가 초기 민변의 구심점이 됐다.

민변은 90년 10월 ‘사노맹 사건(1990년 서울대 백태웅과 시인 박노해를 중심으로 결성된 남한사회주의노동자 연맹(일명 사노맹) 조직원들이 안기부에 의해 일제히 구속, 수배됐던 사건) ’, 90년 10월 보안사 시찰사건(보안사 복무 중 탈영한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가 민간인 1,300여명을 대상으로 정치 시찰과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고 폭로한 사건), 91년 4월 강경대군 치사사건(학원자주화투쟁에 가담한 명지대학생 강경대가 데모를 집압하던 서울시경 전경에게 집단 구타당해 치사한 사건) 91년 5월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서강대 건물 옥상에서 전민련 소속 김기설이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검찰이 전민련 동료였던 강기훈이 유서까지 대신 써주며 자살을 방조했다고 발표, 구속한 사건), 92년 3월 이지문 중위 사건(14대 총선을 이틀 앞두고 현역장교인 이지문중위가 군부재자투표에서 공개투표, 여당에 대한 투표강요, 기무사의 발송검열 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폭로한 사건) 등 굵직한 시국사건을 변론했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송기호 변호사가 9일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에서 열린'광우병 검역 입법예고에 대한 민변의 의견 제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민변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92년 9월 황인오 등이 관련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과 김낙중이 연루된 간첩 사건의 경우 민변은 공식 수임을 하지 않은 채 회원 변호사 중 희망자를 알선하는 방식으로 변론을 도왔다.

90년 9월 대한변협 박승서 회장이 박종철군 사건의 관련자 강민창 치안본부장의 변호를 맡아 2심 무죄판결을 받도록 한 것과 관련해 민변 회원을 중심으로 108인의 변호사들이 사퇴 권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시국사건 변론이 줄어들면서 연구, 조사, 연대활동에 중점을 두었다. 악법 개폐운동이 대표적으로 89년 1월 국가 보안법 등 반민주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 10여개의 법령을 대상으로 민변 변호사들이 연구 끝에 의견소를 작성, 발표했다.

주요 사건이나 인권유린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활동도 했다. 5.18 대책위원회 구성과 공동사업 참여, 한총련 변론지침서 발간 등은 모두 민변의 성과들이다.

2000년대 들어서도 민변의 진보적 법률운동 노력은 계속됐다. 호주제 위헌제청을 통해 호주제 폐지 등 법제도 개혁의 가시적 성과를 일궈냈고, 미군 장갑차 희생자 관련 활동(2002년)이나 과거사 진상 규명 활동(2003년), 송두율 사건 변론(2004년), 한미 FTA 반대 활동(2006년, 2007년) 등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말에는 삼성그룹 일가의 불법행위 진상 규명을 위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을 통해 다시 한번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에 대한 국정조사 청원서’를 전달하며 사무처장 송호창 변호사는 이슈메이커로 등장했다. 사법시험 41기인 그는 그 동안 북파공작원 손해배상 소송, 전여옥 명예훼손 손해배상 사건, 송두율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등을 변론한 바 있다.

■ 민변이 배출한 스타들



현재 민변에 소속된 변호사는 565명으로 전체 변호사(1만명)의 5% 수준이다. 그러나 민변 출신의인사들의 영향력은 단순한 숫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두드러진다. 노 전 대통령은 81년 제5공화국 정권의 민주화세력에 대한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사건‘의 변론을 맡으면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으며 민변 창립회원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민변 출신 법조인들은 대거 정치권으로 진출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고영구 전 국가정보원장,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 전해철 전 민정수석 등이 참여정부 시절 중책을 맡았다. 한승헌, 김선수 변호사 등은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활동했고, 천정배 의원은 법무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송두환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2000년 5월부터 2년간 민변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2003년 대북송금 의혹의 특별검사를 맡았으며 작년 3월 헌재 재판관으로 임명된 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결정’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을 담당했다.

8년간 담배소송을 이끌고 있는 배금자 변호사와 오세훈 서울시장, 통합민주당 이종걸, 송영길, 유선호 의원, 임종인 문석호, 최재천 전 의원 등이 민변 출신이다. 민변 미국문제연구위원을 지낸 이정희 변호사가 민노당 비례대표로 이번 18대 국회에 입성했다.

각종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도 민변 출신이다. 박 변호사는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을 거쳤으며 시민단체의 직함만 20여가지에 이른다. 시민이 좀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 그는 현재 민간 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의 상임이사로 활동중이다.

정법회 출신으로 민변 창립멤버이기도 한 백승헌(45ㆍ사시 25회) 현 민변 회장은 각종 시국사건의 변호를 맡으며 인권 분야에서 활동했다. 백 회장은 민변 창립 20돌의 의의와 관련, “그동안 사회경제적으로 커다란 이슈에 대해 문제 제기를 많이 해 온 반면 양극화나 인권 문제에서는 여전히 법률적 지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민생의 바닥을 향해 ‘낮아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민변의 향후 좌표와 행보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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