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집권 100일을 앞두고 14, 16대 국회의장을 지낸 8선의 이만섭씨<1932년생. 대구 출신. 연세대(50-57). 동아일보 기자(59-63). 공화당 국회의원(63-80). 국민당 총재(85-88). 14대 국회의장(93-94). 신한국당 대표 서리(97). 국민당 총재(97-98). 16대 국회의장(2000-2002). 회고록 ‘나의 정치인생 반세기’(2004)>>는 걱정이 많다.

촛불 시위, 쇠고기 문제, FTA가 몰고 온 파장에 대한 느낌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27일자 한국일보에 쏟아낸 이 대통령을 향한 난국해법의 충고를 요약한다.

<<국가운영은 건설회사 운영과 다르다. 건설회사 하듯 ‘앞으로 앞으로만’ 밀어 붙이지 말고 템포를 조절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집권 초부터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한 원인은 너무 서둘렀기 때문이다. 한미가 결국 광우병 발생 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키로 서명했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야 한다. 서두르다 실수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말수도 줄여야 한다. 대통령이 말이 많으면 정치의 일관성이 없고 장관들이 그것을 따라가다 보면 정책 혼선이 온다. 또 박근혜 전 대표든, 야당이든 전부 국정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정치적 포용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여의도와 거리를 둔다는 것은 민주정치의 기본이 안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대통령이 다 하려고 하니 무리가 간다. 각 급들이 소신을 갖고 일하게 해 줘야 한다.

촛불시위가 일어난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정치투쟁으로 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위의 순수성마저 잃게 되는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채 100일도 안됐다. 아기도 100일이 지나고 돌이 돼야 걷는다. 정부 잘되라고 비판도 하면서 한쪽으로는 의기소침하지 않도록 인내도 하는 게 필요하다. 야당까지 장외투쟁하면 어떻게 하나. 그들이 당장 정권 인수할 자세가 된 것도 아니다. 야당은 고집만 부리지 말고 너무 발목 잡는 인상 주지 말아야 한다. 여야 모두 이성을 찾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이 충고는 회고록을 직접 쓴 이 전 의장의 문체로 보아 직접 썼거나 기자가 인터뷰한 내용을 요약한 것 같다.

한국일보에 매주 수요일 ‘강준만 칼럼’을 쓰는 전북대 신방과 강준만 교수<1956년 목포생. 성균관대 경영학사(73년). 위스콘신대 신문학 박사(88년). ‘김영삼 이데올로기’(95년) ‘김대중 죽이기’(95년) ‘노무현과 국민사기극’(2001년) ‘한국현대사 산책’(1940-1990년대)의 저자>는 이 전 의장의 충고를 어떻게 느꼈을까?

대답이 될는지 모르겠다. 강준만 교수는 4월28일 “아웃사이더 콤플렉스-노무현 현상의 축복과 저주”라는 책을 냈다.

자신이 발행인인 월간 ‘인물과 사상’, 한국일보에 쓴 칼럼 등을 모은 이 책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통찰과 이명박 대통령의 미래를 내다 본 것이다.

원고지 3만장에 달하는 그의 ‘한국현대사 산책’에는 이 대통령에 관한 언급이 80년대 대목에서 1권에 1줄 나온다. “현대회장 정주영과 현대건설사장 이명박, 삼성의 중앙매스컴 사장 홍진기와 동양방송 대표이사 김덕보가 만나 중앙매스컴이 앞으로 공정한 보도를 하겠다는 걸 전제로 하여 타협이 이뤄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휴전’일 뿐이었다.”(80년 3월15일께)는 대목이다.

‘아웃사이더 콤플렉스’에는 노 전 대통령을 통찰하면서 이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공통점, 그에 따른 미래의 예측이 곳곳에 있다. 이를 요약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명박’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노무현과 닮은 점이 많다.… 노무현과 이명박 모두 고생을 많이 했고 밑바닥에서 자수성가해 ‘코리언 드림’을 이루었다. 이건 개인과 가문에겐 영광이겠지만 대통령직 수행에는 앞으로 독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정 운영을 자신이 이룬 코리안드림의 복사판으로 간주하는 사고의 틀에 갇히기 때문이다. 고생은 노무현보다는 이명박이 훨씬 더 했다. 어느 정도였는가?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은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 이명박의 삶은 처절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가난과 시련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 이게 시사하는 게 무엇일까? 이명박이 자신의 ‘성공신화’를 국정운영에 그대로 도입해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말해주는 게 아닐까? … “일은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거에요. 예를 들어 시골에 가면 삐쩍 마른 노인네가 하루 종일 삽질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헬스클럽에서 근육을 키운 사람들이 시골에 가서 삽질을 해보면 한두 시간도 못해요. 큰일은 해본 사람 만이 할 수 있는 거예요.” 이런 과도한 경험주의는 시각주의와 만난다. 이명박은 “눈에 확실하게 보이는 성과로 국민들을 설득하는 게 나의 전략이라고 했다. 이런 시각주의는 박정희 개발시대엔 확실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시각주의 정치’의 정수라 할 청계천 사업도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절대적으로 기여했다.>>(한겨레21. 2008년3월25일자)

강 교수는 이 대통령은 “지지를 못 받아도 시대를 앞서 가겠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박정희를 쑥 빼 닮았다. 이명박이 ‘개발주의 박정희’라면 노무현은 ‘개혁주의 박정희’인 셈이다”고 결론지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빠른 시간 내에 이만섭 전 의장, 강준만 교수와 정담(鼎談)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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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