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 회원 등록때 작성한 프로필 기준 산정 비슷한 조건의 남녀 소개

28세 기자 K모(여) 씨는 3년 전 모 경영잡지에서 일했을 때만해도 결혼정보회사의 끊임없는 구애로 시달렸다. 중견기업 CEO 인터뷰와 CEO 파티 개최를 담당했던 그녀는 재벌가 모임에도 종종 얼굴을 비출 만큼 두터운 인맥을 자랑했다.

결혼정보회사는 K모 기자에게 “괜찮은 상대가 있다”란 말로 전화를 해 오다 나중에는 “프리미엄 회원으로 무료로 등록해 드리겠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그녀가 여성잡지의 연예담당 기자로 자리를 옮기고 나자 연락이 끊겼다. 직업과 나이에 따라 커플매니저의 선호가 달라진 셈이다.

그 동안 결혼정보회사에서 직업과 학력, 외모 등을 기준으로 회원 등급을 매겨 만남을 주선한다는 말이 무성했다. 국내 대표적인 결혼정보회사의 자료를 토대로 ‘배우자 지수’ 산출 과정을 알아보았다.

■ 직업 연봉은 기본, 부모님 스펙도 필요

최근 1,000억 원대 자산가의 공개구혼을 진행한 결혼정보회사 <선우>는 결혼 조건에 따른 등급(지수)화 현상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있다.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지난 3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명 남자 연예인은 배우자 지수 100점에 85점 이상(84점이 삼성그룹직원)의 점수를 받으며 거의 하이클래스에 속한 여성과 맞선을 본다”고 회원 프로필에 따른 등급, 또는 점수가 존재함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커플매니저 매칭 서비스’란 이름으로 시행되는 이 과정은 회원등록 시 작성한 프로필을 기준으로 ‘배우자 지수’를 산출하고, 비슷한 조건의 남녀를 소개하는 것이다. 선우 홍보실 정혜진 팀장은 “크게 3가지 항목으로 나뉜다. 학력과 직업, 연봉을 기준으로 하는 사회적 능력지수, 키와 몸무게, 호감도 등을 기준으로 하는 신체 지수, 부모님과 형제자매의 학력과 능력을 기준으로 하는 가정환경적 지수다. 이 세 지수를 합한 것이 배우자 지수다”고 밝혔다.

각각의 지수는 적게는 A부터 F, 많게는 A부터 H등급까지 나뉜다.(도표 참조) 성별에 따라 배우자 지수 산출에 들어가는 각각의 지수 비율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여성 회원의 경우 남성회원에 비해 배우자 지수에서 신체 지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더 높다.

선우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결혼커플 중 남성의 사회경제적 지수가 더 높은 경우는 55%, 여성이 더 높은 경우는 15%, 남녀 같은 경우는 30%로 남성의 직업, 학력, 소득 수준이 여성보다 다소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여성이 남성의 연봉, 직업 등 사회경제적인 수준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프로필 따라 회원 구분, 관리도 차별

사실 결혼정보회사의 이런 주선 방식은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기업 형태의 결혼정보회사는 대부분 각 기업만의 프로필 문항과 점수 산정 기준이 있다. 그러나 직접 회원 관리를 담당하는 커플 매니저와 회원의 프로필을 기준으로 알맞은 상대를 추천하는 컨설턴트가 분리돼 있어 점수 산정 기준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것은 물론 각 회원의 등급을 컨설턴트 이외에는 직원조차 모를 때가 있을 뿐이다.

결혼정보회사는 통상 85%의 회원을 일반 회원으로 관리를 하지만, 상위 15%의 상류층은 ‘특별회원’으로 별도 관리하며 상위3%의 명문가 자제는 다시 팀장급의 밀착 관리를 실시한다.

가장 먼저 회원의 프로필을 기준으로 배우자를 추천한 곳은 결혼정보회사 <듀오>다. 듀오는 2003년 국내 최초로 ‘프로필 매칭 시스템’을 도입했다. 듀오의 홍보담당 정병길 씨는 “회원 등록 시 신상 프로필을 작성하게 된다. 이것을 토대로 회원에게 한 달에 ‘기본 프로필’ 3번, 웹진 프로필 2번, 총 5번 상대 회원의 프로필을 제공해 만남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프로필은 학력과 직업, 외모 등 160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상대방을 추천할 때 표면적으로 ‘회원이 요구하는 이상형의 사람’을 우선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슨 기준으로 맞선 상대의 프로필을 선정하느냐”는 질문에 정 씨는 “학력과 직업 등 비슷한 조건의 분을 추천한다”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이른바 ‘배우자 지수’가 결혼의 가장 큰 척도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