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은 모의고사 성적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모의고사 점수가 높게 나오면 입을 다물 줄 모르고 점수가 낮으면 시무룩해진다. 낙담하는 아이들을 위하여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다. “모의고사 점수는 말 그대로 모의고사일 뿐이야. 실제 수능점수가 너의 진짜 실력이야.”

하지만 이런 말을 더 이상 통하지 않게 하는 가공할 시험이 있으니 바로 6월과 9월에 치르는 평가원 모의고사이다. 시험의 출제주체가 수능을 출제하는 평가원일 뿐만 아니라 그 해 수능의 출제방향과 난이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에 ‘모의 수능’이란 말로 쓰이기도 한다.

진학지도에 관록이 있으신 선생님들이 사적인 자리에서 주저 없이 하시는 말씀이 있다. ‘3월 모의고사 성적이 최고점수다.’ 3학년에 진학해서 1점이라도 더 높이려고 사력을 다하는 학생들에게 격려의 말도 부족한데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하는 것은 선생님들의 오랜 경험상 바로 6월 평가원시험이 학생의 진짜 실력을 보여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6월 모의평가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재수생들이 합류하여 보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재수생들의 시험 합류로 전국에서 자신의 성적이 어느 정도에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어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대입 전문가들은 수능점수제로 돌아온 올해 수능에는 상위권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난이도 있는 문제가 출제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아 이번 6월 모의평가에서는 난이도 높은 문제들이 제법 출제돼 학생들을 곤혹스럽게 하였는데 이러한 출제경향은 9월 모의 평가는 물론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의 등급제와는 달리 올해부터는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제공된다. 표준점수는 시험의 난이도에 따라서 점수가 달라지기에 표준점수의 높고 낮음에 따라서 흔들릴 필요가 없다. 전체 수험생 중에 자신의 객관적 위치를 정확히 알려주는 지표는 백분위이므로 모의고사를 치를 때마다 백분위를 체크해야 한다. 필자도 평소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의 백분위를 월마다 표시하곤 하는데 백분위가 높지 않은 달은 어김없이 학생이 슬럼프에 빠져서 힘들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등급 구분선에 점수가 놓여 있는 학생은 한두 문제를 더 맞혀 등급을 올리겠다는 각오로 한층 더 분발할 필요가 있다. 이는 수시에 지원할 때 최저학력기준을 대비하여 등급관리를 철저히 해야 되기 때문이다.

모의고사를 통해서 여러 가지 점검해야 할 것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시간 안배와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는 훈련이 중요하다. 시험지를 받으면 5분간 전체 문제를 훑어보고, 아는 문제부터 쉬운 문제 순으로 푸는 연습을 해야 한다. 영역별로 주어진 시간보다 빨리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이 중요하다.

수험생에게는 6월 모의 평가를 본 이후의 자신에게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상위권의 학생들은 출제 방향이나 새로운 유형의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집중 공략해야 성적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중하위권은 취약한 영역이 발견되면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수학은 계산능력을 키우면서 유형을 암기할 만큼 익히고, 외국어 영역에서 어휘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이를 보완해야 한다. 문제풀이 과정만을 달달 외우는 공부는 실력향상에 도움이 안 되므로 반드시 교과서를 통해 개념을 확인하고 그 개념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개념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문제만 많이 풀다보면 실전에서 출제자가 숨겨놓은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시험에서 묻고자 하는 출제자의 의도를 차분히 이해하도록 침착하게 시험에 임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6월 모의평가를 통해서 활용해야 될 중요한 점은 정시와 수시의 지원여부이다. 모의고사 성적이 학생부 경쟁력보다 낮으면 수시를 고려해 볼만하다. 중하위권의 학생들은 1학기 수시에 관심을 가져 대입의 돌파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모의고사의 경쟁력이 수시나 학생부보다 뛰어나서 정시전형을 생각한다면 지원 대학의 수능 반영비율과 가중치를 꼼꼼히 따져 학습전략을 짜야 한다.

상위권의 학생들은 모의 수능 점수와 실제 수능 점수가 큰 차이가 없다. 논술이나 학생부가 약한데 수능에는 자신이 있다면 수시지원을 접고 정시를 노리는 게 바람직하다. 2학기 수시 준비에 몰두하다 보면 수능의 리듬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김혜남 약력

문일고 영어교사 EBS입시전문패널 서울시교육청 대학진학지원단 팀장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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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