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촛불 정국’의 돌파구로 어떤 이를 총리로 택할까?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는 누구를 부통령 후보로 삼을까?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 사회부장을 거쳐 지금은 국제부장인 김승일 기자는 이 물음에 답을 냈다. 이를 요약한다

<<흑인으로서 미 역사상 최초로 정당의 대선 후보 티켓을 쥔 오바마 상원의원… 18개월 동안 경쟁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포용할 수 있느냐는 것은 오바마를 가장 압박하는 고민일 것 같다. 그러나 힐러리를 선택한 경우 오바마가 잃을 것도 많다. 무엇보다 때묻은 기성정치인으로서 힐러리 이미지는 변화를 앞세우는 오바마의 메시지에 어긋난다. 본질적으로 집권시 권력의 분산 문제가 걸려 있다… 내각의 일괄 사퇴와 새 총리를 골라야 할 이명박 대통령의 고민도 여기 머물 수 있다…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후보가 되기 위해 겨눴던 두 사람이 다시 합친다면 정국의 총체적 난맥을 헤쳐갈 드림티켓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정치적 공감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가 미래의 권력 분산을 걱정해야 하듯이 정치적 영향력이 큰 총리를 두는 이 대통령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있다. 집권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경쟁자에게 국정 운영의 권한을 상당 부분 넘겨야 하는 상황이 이 대통령에게 썩 내키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박근혜 총리를 선택함으로써 힘을 양보할 것인가, 수습책을 택할 것인가는 이 대통령 뜻에 달려 있다>><6월 11일자 한국일보 ‘편집국에서’ 칼럼에서>

김 부장의 예측이 맞았는지 오바마 상원의원은 6월 12일자 뉴욕타임스 등의 분석에 따르면 힐러리가 아닌 다른 후보 선택에 나설 것 같다는 것이다. 오바마를 그 방향으로 가게 한 힘은 어디에 있을까?

대답이 될는지 모르겠다. 미국에 현재 생존하는 전직 대통령은 39대 지미 카터(1924년생), 42대 조지W부시, 43대 빌 클린턴 등 3명뿐이다.

아흔살을 향해가는 카터 전 대통령은 6월4일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현 정국과 민주당 부통령 ‘드림 티켓’ 문제에 대해 밝혔다. 이 대목을 요약한다.

<<오바마는 빌과 힐러리-클린턴이라는 강적을 만나 경선 과정 중에 힘이 붙었다. 그런 그가 힐러리와 티켓을 이룬다면 그 것은 ‘최악의 조합’이다. 그건 두 후보의 부정적인 면을 총합하는 것이다. 힐러리를 원치 않는 50%의 유권자, 그리고 흑인이고 경험이 일천한데다 이름(Barack Hussein Omaba)에서 아랍 분위기를 풍기는 오바마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까지 합치면 최악이 될 수 있다… 나는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사우스 캐롤라이나 예선에서 이긴 오바마에게 뱉은 코멘트가 잘못 됐다”고 전화했었다. 클린턴은 “88년에 제시 잭슨 흑인목사가 이곳에서 이기고 본선에서 졌다”고 했다. 이건 분명히 “인종차별적 발언이다”라고 나는 지적했고 그는 변명했지만 이 발언으로 클린턴 부부의 ‘강경한’ 선거운동의 결과는 패배였다.>> 카터는 나이가 적고 군사, 국제문제 경험이 적은 오바마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샘 넌 전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 등을 후보로 추천했다.

오바마는 카터의 조언을 좇아 부통령 후보를 군 장성 중에서 찾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오바마는 힐러리 클린턴이 카터의 충언에 대해 “항상 현실정치보다 군자인양 행동한다”며 배척한 것과는 반대의 길을 택한 것이다.

이런 때 또 하나의 물음이 생겼다.

카터와 빌, 힐러리 클린턴을 적어도 세 차례 이상 인터뷰했던 바바라 월터스<1929년생. NBC투데이 최초 여성 공동진행자(61년), abc저녁뉴스 첫 여성 공동진행자(76-78년), abc뉴스매거진 20/20 공동 진행자(81-2004년>. 그녀는 카터의 조언이나 충언을 어떻게 보았을까?

대답이 될는지 모르겠다. 바바라가 80세를 맞아 지난달에 낸 회고록 ‘오디션(audition)’에는 그 대답이 있다. 바바라는 사다트, 벤그리온, 대처 등 세계의 원수(元首) 30명을 인터뷰했다. 또한 닉슨 이후 역대 대통령과 영부인을 적어도 두 차례 이상 만나 대화했다. 카터에 대한 대목은 30여 쪽이나 된다. 제일 많다. 그녀는 결론 내리고 있다. “카터는 현직보다 전직 대통령으로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그녀가 카터를 존경하게 된 일화를 요약한다.

<<나는 대선이 끝난 76년 12월 카터와 조지아주 프레인의 땅콩 농장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나는 엉뚱한 질문을 카터에게 던졌다. “떠나는 포드 대통령은 백악관에 들어올 때 살던 집에서 베드를 가져와 썼다고 했습니다. 베드를 가지고 백악관으로 갈 것입니까?” 카터나 로잘린은 반응이 없었다. 나는 질문을 압축했다. “평소에 더블 베드를 씁니까? 트윈 베드를 씁니까?” 카터는 아내를 보며 웃으며 ”더블 베드를 쓰지요. 어떤 때는 싱글베드에서도 자지만 역시 편한 것은 더블 베드입니다.”

이 대목에 대해 언론에서는 “베드 룸 얘기는 개인 사생활을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다”라는 비평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두 부부의 인간적인 면모가 잘 나타났다고 본다. 나는 그런 면모가 국민에게 전달될 것으로 봤다. 그래서 인터뷰를 마치며 부부에게 말했다. “우리 국민과 지혜롭게 지냅시다. 우리와 잘 지냅시다.” 카터는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

바바라 월터스는 카터의 오바마에 대한 조언이 그의 도덕심과 인간성에 바탕을 둔 것임을 분석해 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 정국’을 뚫기 위해 우리의 전직 대통령, 전직 총리, 원로 언론인들에서 ‘조언’을 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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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배 언론인